출판사 리뷰
단면의 세계 : 아빠 늑대가 토끼 사냥에 나섭니다!
양면의 세계 : 토끼들이 아빠 늑대를 피해 달아납니다!
다면의 세계 : 모든 것이 보였고, 아무것도 안 보였어!
‘평면도형의 이동’, 수학을 예술로 빚어낸 알쏭달쏭 늑대와 토끼!그림책향 시리즈 마흔일곱 번째 그림책 『늑대냥 토끼냥』은 평면에서 양면으로, 양면에서 다면으로, 돌고 돌며 세계를 이루는 늑대와 토끼 이야기입니다. 매우 이상하고 재미있지만, 매우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 글만 읽으면 그림이 안 보이고, 그림만 보면 글이 안 보이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하루 종일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아빠 늑대는 배고파서 토끼를 잡고, 토끼는 살려고 도망칩니다. 아니,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그토록 여리고 사랑스러운 토끼를 잡다니요? 이 늑대는 얼마나 나쁜 늑대란 말인가요? 눈은 더 많이 내리고, 토끼는 셀 수도 없이 나타나는데, 지칠 대로 지친 늑대는 눈밭을 뱅뱅 맴돌기만 합니다. 아빠 늑대는 왜 그 작은 토끼 한 마리도 못 잡을까요? 아, 이 늑대는 얼마나 불쌍한 늑대란 말인가요? 힘내라 늑대! 아니 힘내라 토끼! 아, 누구를 응원해야 한단 말인가요?
눈이 내립니다. 밤이 내립니다. 수많은 토끼들 속에 수많은 늑대들 속에 수많은 토끼들 속에 수많은 늑대들과 더 많은 토끼들이 뛰어 다닙니다. 아, 이 놀랍도록 안타깝고 새롭고 낯선 세계라니요!
단면의 세계 : 응원해 주세요. 아빠 늑대가 토끼 사냥에 나섭니다!늑대 산에는 늑대들이 삽니다. 엄마 늑대가 아기들을 다섯이나 낳았는데, 네 마리는 배고파서 죽고 겨우 하나만 살아남았어요. 남은 한 마리마저 배고파서 소리도 못 내고 웁니다. 추운 겨울이에요. 아빠 늑대가 사냥을 떠납니다. 눈이 펑펑 내려 사냥하러 나갈 수도 없었는데, 다행히 잠깐 눈이 그쳤어요. 흰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얀 토끼 같았어요. 하지만 늑대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죠. 아무리 걸어도 흰 눈밖에 없었어요. 발이 푹푹 빠질 만큼 눈이 내립니다. 배고파서 배가 등에 달라붙었어요. 세상이 온통 토끼로 보여요.
드디어! 아빠 늑대가 토끼를 찾았습니다.
“아니, 정말 토토토토토토토토끼였어.”
“잡아라!”
갑자기 힘이 납니다. ‘세 식구가 실컷 먹고도 남겠어!’
이제 토끼 한 마리만 잡으면 됩니다. 아빠 늑대는 달리고 달립니다.
양면의 세계 : 응원해 주세요. 토끼들이 아빠 늑대를 피해 달아납니다!이제 토끼 세상으로 넘어가 볼까요? 책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 그림책 글 어디에도 토끼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요. 그런데 어떻게 토끼 세상을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림책을 볼 때 자꾸 놓치는 게 하나 있어요. 바로 그림에도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림책을 볼 때 글은 접어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을 먼저 읽어 보세요. 뜻밖의 세상을 만날 수 있어요.
아빠 늑대는 토끼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헤매지만, 토끼를 쉽게 찾을 수 없어요. 그림책을 보는 우리는 어떨까요? 그림책 곳곳에 토끼들이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토끼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아빠 늑대 눈에는 왜 토끼들이 안 보일까요?
아빠 늑대는 무척 굶주렸습니다. 그래서 눈이 펄펄 내리는데도 토끼 사냥에 나섰지요. 보이지 않는 토끼를 보려고 눈을 부릅떠 보지만 헛고생이었어요. 눈이 펄펄 내리는 날, 토끼는 함부로 늑대 눈에 나타나지 않으니까요. 늑대가 토끼를 잡으려는 세상이 있듯이, 토끼도 늑대한테 피하려는 세상이 있다는 뜻이에요. 지금 토끼들은 배고픈 아빠 늑대와는 달리 흰 눈과 함께 퍼얼펄 날아다녀요.
다면의 세계 : 모든 것이 보였고, 아무것도 안 보였어!이 그림책 제목은 ‘늑대냥 토끼냥’입니다. 책을 돌려 보면 ‘토끼냥 늑대냥’이기도 해요. 이렇게 해놨더니, 사람들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요. ‘냥’이 붙었으니 ‘늑대 고양이, 토끼 고양이’인가 하고 창의성(?)을 뽐내기도 해요. 숨은 뜻은 있지만, 뜻을 모른 채 풀어 읽어도 좋아요. 마음껏 헷갈리라고 지은 제목이니까요!
무언가가 헷갈린다는 뜻은 바로 한 가지 면으로만 볼 수 없다는 뜻이에요. 단면 즉 한 면만 있는 세상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단면 뒤엔 또 다른 단면이 있어요. 손바닥도 앞뒤가 있고, 얼굴도 앞뒤가 있어요. 종이에도 앞면이 있고 뒷면이 있어요. 게다가 단면이 있다는 뜻은 다면 즉 여러 면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세상의 사물과 현상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양과 드러나지 않는 음이 있어요. 이 그림책의 늑대 그림이 양이라면 토끼 그림은 음이에요. 음양의 세계는 멈추지 않고 돌고 돌아요. 돌고 돌아 만남과 헤어짐을 되풀이하지요. 돌다 보면 마침내 수많은 면을 이루기도 하고, 처음과 끝이 다시 만나기도 해요.
우리 그림책도 그래요. 이야기에 나오는 이름만 늑대이고 토끼일 뿐이지, 둘은 같은 존재예요. 이 둘은 그저 태어나서 삶을 마칠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가요.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고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고 태어나고……. 사람도 그래요.
‘평면도형의 이동’, 수학을 예술로 빚어낸 알쏭달쏭 늑대와 토끼!초등학교 4학년 수학 과목에 ‘평면 도형의 이동’ 단원이 있어요. 평면도형을 밀고, 뒤집고, 돌리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아보는 단원이지요. 이는 그저 수학 세계가 아니라 예술 세계를 알려주는 원리이기도 해요. 예술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쪽 맞추기’ 또는 ‘테셀레이션’이라고 해요.
이 그림책을 지은 전수현 작가는 천연색 마커펜으로 평면도형을 밀고, 뒤집고, 돌려 세상에서 하나뿐인 늑대와 토끼의 세계를 빚어냈어요. 이는 단면도 양면도 아닌 다면의 세계 속에 놓인 우리 모습이기도 하지요.
작가가 빚은 이 오묘한 세상을 제대로 재현하려고 그림책 제작에도 공을 들였어요. 인쇄는 일반 잉크에 더해, 세 가지 별색(특수 잉크)을 추가했어요. 표지 제목은 특수 금박을 찍어 늑대와 토끼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세상을 빚어냈지요.
이제 이 그림책을 아무렇게나 돌려 보세요. 어떤 방향으로 보아도 그림이 모두 보여요. 가로와 세로도 없고, 위와 아래도 없어요.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단면만 보이는 세상에 끌려다니기 쉬운 세상입니다. 우리 어린이와 독자들이 예술과 철학과 이야기를 함께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그림책, 여러분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깨닫는 그림책, 『늑대냥 토끼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