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성폭력,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폭력, 아동학대…
한 사람의 일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범죄 현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몰랐던 여성청소년과 경찰관들의 긴박하고 따뜻한 이야기!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교제폭력, 아동학대는 한 사람의 일상뿐 아니라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다. 이 책은 그 절박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여성청소년과 경찰들의 이야기다. 범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이들은 신고가 들어오면 언제든 출동한다.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가해자를 검거해서 처벌한다고 끝이 아니다. 피해자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대면 상담을 하고, 유관기관이나 각종 지원사업과 연계하고, 오랜 기간 안전한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24시간 , 365일 근무 중”이다.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강력계 형사는 자주 나오지만, 여성과 아동청소년 범죄와 맞서는 여성청소년과 경찰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으로 피해자의 상처를 감싸주며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 애쓰는 경찰들이 직접 쓴 치열한 기록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여성청소년과 경찰들의 하루를 처음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가장 가까이에서 애쓰는 여성청소년과 경찰들의 긴박하고 뭉클하고 내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해 주로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관계성 범죄”의 발생 건수는 403,031건. 이 통계 수치 뒤에는 말로 하지 못한 두려움과 오래 누적된 상처가 존재한다. 관계성 범죄는 다른 범죄와 달리 복잡하다. 일반 범죄는 가해자를 검거해 처벌하면 끝이 난다. 하지만 관계성 범죄는 우선 신고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나 연인, 부모를 신고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통계에 잡히지 않는 범죄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 오는 특수성 때문에 신고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친밀한 관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남녀가 사귀거나 동거하면서 상당수 생활반경이 겹치게 된다. 경제적으로 한쪽에 의존하게 된다면 그 관계를 끊어내기는 더 어려워진다. 가족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다. 부부 사이의 혼인 관계, 부모와 자식 사이의 혈연처럼 법 제도적인 장치에 더해서 사회 관습까지 영향을 미친다. 가족 사이에서 누가 누구를 고발하고 신고하는 자체를 꺼리는 풍토가 있다.”
관계성 범죄 피해자의 목소리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 어렵다. 어렵게 목소리를 내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어 폭력의 악순환이 무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자칫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한민국에서 매일 한 명 이상의 여성이 위협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다는 통계가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강력 범죄는 줄고, 친밀한 관계에서 강력 범죄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여성청소년과 경찰들은 “매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심정”이라고 하소연한다.
이처럼 복잡한 범죄이다 보니 경찰이 어렵게 가해자를 검거해 처벌한다고 끝이 나는 게 아니다. 피해자가 무너진 일상을 다시 회복하도록 오랜 세월 곁에서 지켜보고 지원하는 일도 이들에게 중요한 역할이다.
“남편에 대한 검찰 송치가 모두 끝났지만 관계성 범죄의 경우 송치로 모든 일이 끝나지 않는다. 나는 영희 씨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작은 징검다리를 깔아주고 싶었고,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가정폭력상담센터와 함께 힘을 모았다. 치료비 지원과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다행히도 여러 민간단체와 지자체가 도와주어 그녀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지원 등 여러 가지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여러 도움 속에서 영희 씨는 스스로 용기 내어 자기 앞에 놓인 징검다리를 힘차게 건너갔다.”
이 책은 “용감한 형사들”의 영웅담이 아니다. 충격적인 사건을 나열해 흥미를 유발하지도 않는다. 매일 마주하는 피해자의 공포에 공감하고, 가해자에게 분노하고, 폭력적인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피해자를 보며 무력감을 느끼는 경찰관들의 고민과 좌절에 관한 이야기다. 때로 가해자에게 다시 돌아가는 피해자로 인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법의 한계로 인해, 경찰은 좌절감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112신고가 울린 순간부터 출동까지의 초 단위 판단, 문틈 사이로 들리던 흐느낌, 참담한 가정폭력 현장, 학대받은 아이의 미세한 몸짓까지, 경찰들은 ‘사건’ 뒤에 숨은 ‘사람’의 얼굴을 통해 폭력의 잔혹함과 회복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여성청소년과 경찰의 감정노동과 심리적 소진도 숨기지 않는다. 오랜 시간 일상 회복을 돕던 피해자가 죽음을 맞은 날, “나는 반쪽짜리 경찰관이 된 느낌이었다.”라고 고백한다.
“여성청소년 업무는 가장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이 요구된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부부, 연인, 부모 자식, 친구 관계로 얽혀 있으며 감정의 온도는 수시로 변한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애정과 분노의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어, 경찰은 ‘관계의 온도 변화’에 맞춰 당사자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폭력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관계성 범죄 대응에 나서는 경찰들은 하루에도 여러 건의 폭력 현장에 출동한다. 피해자 분리, 응급조치, 위험성 평가, 임시숙소 연계, 아동보호기관 협력까지, 현장은 긴박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경찰은 공백 없이 움직이기 위해 매일, 매시간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에 대한 시민의 평가는 가혹하다. “경찰은 여성폭력을 경미한 사건으로 바라본다”, “상황의 심각성을 간과한다”라는 비난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여성청소년과 경찰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알고 나면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경찰이 과도하게 비난받는 이유는 피해자 보호가 온전히 경찰의 노력에만 달려 있는 것처럼 오해하기 때문이다. 관계성 범죄 대응은 결코 ‘경찰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관계성 범죄에서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여러 기관이 맞물려 돌아가야 가능하다. 지자체, 상담실, 의료기관, 보호시설, 학교, 아동보호전문기관, 검찰·법원 등 최소 5~7개의 기관이 한 사건에 동시에 개입해야 한다. 한 기관이라도 역할 수행이 미흡하면, 피해자는 다시 위험 속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성청소년 범죄의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경찰들은 한국 사회의 법과 제도가 여전히 현실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한다. 스토킹처벌법, 아동학대처벌법, 가정폭력특례법 등은 과거보다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관계성 범죄’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법과 시스템이 더 진화해야 할 필요성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동시에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질문을 제기한다. 우리 사회에는 오랫동안 연인 간, 부부간 다툼을 사랑싸움으로 여기고 각자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아직도 그러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관계성 범죄가 신고되어 경찰에 알려지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더 크게 떠들어야 한다. 주변에서 이런 일을 당한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와주어야 한다. 경찰에 신고도 해야 한다. 내가 어려울 때 당신이 나를 도와준 것처럼 나도 당신을 도울 것이라는 믿음, 우리 모두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규범에 대한 신뢰, 서로 어려울 때 도와주는 네트워크, 규범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려는 협력이 필요할 때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여성폭력, 아동학대 범죄 신고에 대응하는 경찰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기획한 조주은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은 책 발간 목적에 대해 “국민에게 여성폭력 범죄에 대한 정보와 대응책을 제공하고, 여성청소년과 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생기도록 하여 범죄 신고 활성화라는 세련된 홍보를 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한다.
그 취지는 충분히 달성한 듯싶다. 그동안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여성청소년과 경찰들의 24시간, 365일을 자세히 알고 나면 누구라도 경찰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것이다. 혹여라도 위험 신호가 감지될 때 경찰을 믿고 주저 없이 신고하게 될 것이다.

맞다. 나는 그녀의 삶을 대신 살 수 없다. 그녀가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밥을 차리고, 남편 눈치를 보고, 폭력의 낌새를 감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그 무게를 내가 대신 짊어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녀의 삶을 대신 살 수는 없지만, 그녀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곁을 지킬 수는 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게 아니다”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두려움에 귀 기울이고, 반응할 수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누군가를 돕는 순간은 가해자를 체포할 때가 아니라 피해자가 “이제 나 혼자가 아니구나”라고 느낄 때니까.
경찰은 분명 바뀌고 있다. 내가 처음 경찰로 근무를 시작한 10년 전보다 지금의 지역경찰관은 여성폭력을 대하는 태도가 훨씬 민감하다. 10년 후의 경찰은 더욱 그래야 한다. 시민이 경찰에게 기대하는 것은 신뢰이다. 시민이 경찰을 신뢰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피해를 당했을 때, 경찰에게 2차 피해를 당하지 않을 거라고, 성인지 관점을 갖춘 업무 처리를 해줄 거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경찰이 되어야 신고되지 않아 없던 일처럼 묻혀버리는 여성폭력 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 아마도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조병기 외
이 책을 함께 쓴 사람들은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스토킹, 교제폭력에 대한 초동 조치, 수사와 피해자 보호, 정책 수립, 사건 지휘를 담당하는 경찰관입니다. 여성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경찰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조병기, 김한솔, 이옥정, 박민정, 김기현, 이지현, 김태희, 박해연, 정명기, 강남희배유빈, 성주영, 나기윤, 양창모, 박은섭, 윤수린, 유재원, 구홍모, 이소연, 박송희이종석, 황세연, 여개명, 박재영, 정대일, 한윤섭, 서이석(글 게재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