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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인권의 길, 박래군의 45년
한겨레출판 | 부모님 |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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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리뷰

“나의 인생은 죽은 이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뒷배는 죽은 자들이다”

한국 인권운동의 이정표 박래군이 기록한
고통과 상처, 회복과 희망의 길


인권운동가 박래군(朴來群)은 한국 사회의 야만적 인권 현실과 싸우면서 인간의 기초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몸과 생애를 바쳐왔다. 그는 무상(無償)으로 헌신(獻身)했다. ‘헌신’이라는 두 글자는 그의 삶을 정확히 요약한다. ‘무상’은 처음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다. _김훈(작가)

세계 인권의 날이자 세계인권선언 77주년을 맞는 2025년 12월 10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책이 출간되었다. 신간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는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곳들을 직접 겪어낸 저자가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이자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은 치열한 비망록이다.
저자 박래군은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유가협) 사무국장,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를 거쳐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과장,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사회의 그늘진 곳을 조명해 왔다. 현재는 재단법인 인권재단 사람 이사와 4·16재단 운영위원장,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 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 45년간 의문사 진상 규명, 고문 철폐, 장애인 시설 인권 유린 고발,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각종 재난 참사 진상 규명 및 유가족 지원 활동 등 수많은 인권 현장을 지켜왔으며, 이러한 헌신을 인정받아 들불상, NCCK 인권상, 임창순상 등을 수상했다.
이 책은 그런 저자가 《한겨레》에 연재했던 〈박래군의 인권의 꿈〉 시리즈를 다듬고 보완해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의 ‘3막 인생’ 중 가장 치열했던 2막, 즉 인권운동가로 살아간 45년 동안의 고통과 상처, 슬픔과 환희가 교차했던 격동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박래군의 말과 활동이 소개되어 왔지만, 이 책에서는 그만큼 박래군의 고뇌와 아픔 등 보다 내밀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책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들도 주목할 만하다. 기자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김훈 작가가 저자를 직접 심층 취재해 집필한 10여 쪽에 달하는 추천사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또한 책 말미에 수록된 ‘부록 연표’는 독자들이 저자의 삶을 따라가며 한국 인권운동의 거대한 흐름과 변천사를 한눈에 조망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를 통해 독자는 그동안 우리가 차갑게 외면해 온 국가 폭력과 참사, 차별과 배제의 현장을 생생히 마주하게 될 것이다. 또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늘 ‘곁을 지키는 사람’으로 살아온 박래군의 삶을 통해, 혐오와 차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길을 잃지 않고 끝내 지켜야 할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학청년이 야만의 시대와 온몸으로 맞서게 되기까지

총 5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첫 장은 평범한 문학청년이던 저자가 1980년대라는 시대와 맞닥뜨리며 세상을 자각하고 운동가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연세대 입학 후 원재길, 성석제, 기형도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거쳐 간 ‘연세문학회’에서 소설가를 꿈꿨지만, 최루탄 연기로 전쟁터가 된 교정을 보며 “편하게 글만 쓰고 있을 수는 없다”(37쪽)는 부채감을 느낀다. 이후 1983년 4월 19일, 학내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저자는 제대로 된 입영 절차조차 밟지 못한 채 강제징집되어 최전방으로 끌려간다. 1985년 제대 후에는 학교로 돌아가는 대신 ‘학출’로서 노동운동에 투신했으나, 1986년 한미은행 점거 시위를 계기로 구속된다.
저자는 1장에서 인생 첫 투옥 경험을 털어놓으며 이때의 경험이 자신을 ‘활동가로 단련시켰다’고 회상한다.(52~57쪽) 하지만 이 덤덤한 회고 너머로 전해지는 당시의 상황은 젊은 청년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농사일로 뒷바라지한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보장된 미래마저 포기한 채 혁명을 꿈꾸며 스스로 ‘나는 독한 놈이었다’(55쪽)고 자부했으나, 그조차 당시 만연했던 고문과 폭력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이러다가는 꼼짝없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때 한 가지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쳤다. 혀를 깨물자, 그러면 포승줄을 풀어줄 것 아닌가? (중략) 하지만 퉁퉁 부어오른 상처보다 더 끔찍한 건 내 마음이었다.(60쪽)”라는 고백, 혀를 잘라서라도 저항하려 했으나 끝내 굴복해야 했던 청년 박래군의 좌절과 자괴감은 국가 폭력이 개인의 내면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내 슬픔이 세상의 눈물과 만났을 때

2장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어떻게 사회적 연대로 확장되는지를 잘 드러낸다. 박래군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결정적 사건은 바로 동생 박래전(朴來佺)의 분신이었다. 1988년 6월 4일, 숭실대 인문대 학생회장이던 동생은 광주 학살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스물여섯의 나이로 분신했다. 저자는 “거리에 나서면 ‘형’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다. (중략) 가슴이 조여오면서 숨 막히는 고통이 몰려오고는 했다.”(76쪽)라며 동생을 잃은 후의 처참했던 심경을 고백한다.
그러나 저자는 상실의 고통 속에만 머물지 않았다. 동생의 죽음으로 갖게 된 ‘유가족’이라는 정체성은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억울한 죽음에 눈뜨게 했고, 이후부터 그는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여 인권운동의 동력으로 삼았다. “그의 마음은 ‘경청’함으로써 타자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의 몸은 자기화된 고통의 힘으로 현실에 직입(直入)한다.”(8~9쪽)라는 김훈 작가의 말대로다. “김종태 열사의 어머니가 먼저 울기 시작했다. (중략) 감옥에 있으면 면회라도 갈 수 있을 텐데, 석방되면 안아보기라도 하고, 결혼하는 걸 볼 수 있을 텐데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이 그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중략) 그날 밤 어머니들의 눈물바다를 보고 나는 그들 곁을 지키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95~96쪽)는 회고는, 그가 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잃은 자들’을 위해 살고 있는지 그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더 낮은 곳, 더 어두운 곳을 향하여

3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저자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을 중심으로 인권운동의 지평을 넓혀 간 시기를 담고 있다. 민주화를 이룬 이후에도 영화나 가요 등 창작물 검열, 경찰의 불심검문 같은 악습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또한 이 시기는 IMF 외환위기, 신자유주의 확산 등을 거치며 전과는 다른 양상의 사회적 모순이 수면 위로 떠오르던 때였다. 저자 역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이전까지는 유가족 지원이나 의문사 진상 규명, 고문 철폐 활동 등에 집중했다면 이 시기부터는 장애인, 부랑인 시설 수용자 등 사회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약자들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투신한다. 양지마을 사건, 에바다 학교 사건 등은 그 참상을 수면 위로 드러내기 위해 박래군이 격렬하게 싸웠던 끔찍한 현장들이다.
인권 유린 실태를 집요하게 파헤친 저자의 치열한 행적이 기록된 3장은 우리 사회가 어떤 아픔을 딛고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또한 폭로와 고발, 그로 인한 일시적 관심만으로는 인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경종을 울린다. 양지마을 사건은 당시 저자를 비롯한 활동가와 언론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시설 운영 주체인 노재중 일가가 자행한 잔혹한 인권 유린에 비해, 그들에 대한 처벌은 턱없이 가벼웠다. “사건 뒤에 양지마을의 담은 허물어졌고, 법인도 천성원에서 분리하여 이화사회복지법인이 되었고, 양지마을은 금이성마을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 시설은 여전히 노재중 가족들이 운영하고 있다.”(221쪽)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이것이 바로 박래군이 수많은 현장을 떠날 수 없는 이유다.

영원히 지지 않는 사람, 박래군

4장은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과 용산 참사 등, 2000년대 이후 더욱 확산된 신자유주의와 개발 논리에 맞서 싸운 치열한 투쟁을 기록한다. 박래군은 미군 기지 건설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된 대추리 주민들과 함께 굴착기 바퀴 아래 몸을 던지고, 용산 참사 현장의 불타는 망루 앞에서 절규한다. 대추리를 떠나던 날, “대추분교 운동장 한가운데에 구덩이를 파고 항아리를 묻었다. 항아리가 타임캡슐이었다. 주민들은 향나무 판에 ‘황새울아, 우리 다시 돌아온다. 꼭 온다’고 적었”(290쪽)지만 대추리 주민들은 결국 뿔뿔이 흩어져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용산 참사 또한 마찬가지다. 참사 이후 저자를 비롯한 여러 활동가와 시민 단체들의 노력으로 재개발 철거민 문제가 본격적으로 조명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재개발 지역에서는 전쟁이 계속된다. 여전히 철거민은 쫓겨나고, 그 자리에 고층 빌딩이 들어선다.”(312쪽)
강자의 논리가 곧 질서인 세상에서 약자들의 투쟁은 자주 패배한다. 저자 또한 대추리 투쟁을 회고하며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싸움에서만은 꼭 이기고 싶었다. (중략) 질 줄 알면서도 하는 싸움, 나는 늘 지는 싸움만 하는 것 같다.”(291쪽)라며 뼈아픈 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김훈 작가는 추천사에서 “그의 싸움은 구체적 현장에서 지는 경우가 때때로 있지만, 큰 틀에서는 대체로 지지 않는다. (중략) 그는 자신의 싸움을 ‘질 줄 알면서도 하는 싸움’이라고 말했지만 이런 싸움은 져도 지는 것이 아니다.”(8쪽)라고 단언한다. 인권운동의 길 위에서 승패를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다. 인권운동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끈질긴 발걸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4장의 제목처럼 박래군은 ‘질 줄 알면서도 싸우는’ 사람이다. 셈하지 않고 묵묵히 제 몫의 싸움을 이어 가는 사람, 그렇기에 박래군은 영원히 지지 않는 사람이다.

독방에서 삼킨 눈물, 다시 희망이 되어

마지막 5장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생명안전운동가’로 거듭난 저자의 활동을 담고 있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라는 거대한 비극 앞에서 또다시 눈물 흘리지만, 곧장 현장으로 달려가 유가족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마음을 보듬는다. 늘 그래왔듯 함께 투쟁하며 진상 규명을 위해 온몸을 던진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4·16연대와 4·16재단 창립 등 참사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지만 ‘1주기 불법 시위를 주동’했다는 혐의로 생애 다섯 번째 구속을 당한 저자는 구치소 독방에서 여러 사람을 떠올린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해 홀로 차례를 지내기도 하고, 2015년 5월 17일 광주민중항쟁 35주년 전야제 행사에서 “니 맘 다 안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안아준 5·18 유가족들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고는 “나는 그들의 억울함을 푼다고 약속을 했지만, 얼마나 그 약속을 지키고 살고 있는 것인가? 다시 지키지 못할 약속을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 앞에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361쪽)라며 자책한다. 이 절절한 고백은 그가 평생 약자들과 맺어온 ‘약속’의 무게와, 그 약속에 대한 진심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박래군은 슬픔에 잠식되지 않고 또 한 번 나아간다. 이태원 참사 이후,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 5·18 유가족이 세월호 유가족을, 세월호 유가족이 이태원 유가족을 안아 주는 그 ‘슬픈 연대’는 이 책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연대의 힘을 발판 삼아 박래군은 차별금지법 제정, 탈시설 운동 등 새로운 시대의 구조적 차별에 맞서 여전히 투쟁하고 있다.

김훈 작가는 추천사에서 “박래군은 피해자 한 사람의 고통을 ‘경청’함으로써 그 배후를 이루는 거대한 악의 실체를 세상 위로 들어 올린다”(8쪽)고 저자를 평했다. 또한 “그의 마음은 ‘경청’함으로써 타자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의 몸은 자기화된 고통의 힘으로 현실에 직입(直入)한다”(8~9쪽)고 썼다. 김훈 작가의 말처럼, 박래군은 지난 45년 동안 억울한 자들이 흘린 눈물의 온기에 의지해 싸워왔다. “래전아, 이 형이 잘하고 있는 거냐?”(439쪽)라고 묻는 저자의 마음 한편에는 상실의 고통이 남긴 낙인이 여전히 선명하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자신의 슬픔을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에너지로 승화시켰다. ‘세상은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는 비관이 팽배한 현실이지만, 이 책은 상처받은 이를 껴안아 주려는 마음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씩 전진시켜 왔음을, 그리하여 이 세상은 끝내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뜨겁게 증명할 것이다.




“넌 왜 그렇게 사냐? 데모만 하고 살 거냐?” 금방이라도 주먹이 날아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때 나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님, 제 이름 누가 지어주셨죠?”
“네 이름? 그거야 내가 지었지.”
“아니, 이름에다가 무리 군 자를 써서 지어주신 건, 무리와 어울려서 데모하면서 살라고 지어주신 거 아닙니까? 저는 아버지가 이름 지어주신 그 뜻대로 사는 거거든요.”
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셨고, 위험을 감지한 나는 그 길로 집에서 도망쳤다. 이럴 때는 삼십육계만이 살길임을 여러 해 길거리 데모에서 체득했다.

혀를 깨물자, 그러면 포승줄을 풀어줄 것 아닌가? 마룻바닥에 엎어진 채 혀를 빼물고 꽉 깨물었다. 안 깨물어졌다. 두 번, 세 번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혀를 빼물고 마룻바닥에 턱을 내리찍었다. 그제야 혀끝이 잘리고, 입 안 가득 피가 고였다. 나는 울부짖으면서 벽과 바닥에 피를 뱉어냈다. (중략) 팔과 다리를 묶은 포승줄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팠다. 결국 더는 버티지 못하고 항복했다. 다시는 교도소 안에서 소란을 떨지 않고, 규율을 잘 지키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포승줄로 묶였던 팔과 다리는 물집이 터져서 쓰라렸고, 잘린 혀는 통증이 심해졌다. 하지만 퉁퉁 부어오른 상처보다 더 끔찍한 건 내 마음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래군
경기도 화성 출생. 소설가의 꿈을 안고 1981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단편소설로 연세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 격렬한 교내 시위를 목격하고 열혈 학생운동가가 된다. 강제징집, 노동운동, 투옥생활을 거치면서 혁명을 꿈꾸던 시기인 1988년, ‘광주학살 원흉 처단’을 외치며 산화한 동생 박래전의 죽음을 계기로 유가족이 되었고, 유가협에서 인권운동의 길로 들어선다.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하며 인권운동가로 정체성을 굳히고 수많은 현안에 연대했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번 투옥되기도 했다. 국내 최초 인권운동 지원 민간 비영리 재단인 인권재단 사람을 창립해 인권센터를 세웠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4·16연대, 4·16재단 등을 설립했다. 현재 피해자 곁을 지키는 생명안전운동가로 살고 있다.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과장, 재단법인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서울시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4·16연대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 4·16재단 운영위원장, 인권재단 사람 이사, 손잡고 대표,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이사장, 4·9통일평화재단 이사 등을 함께 맡고 있다. 저서로 《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 《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 공저로 《살아남은 아이》 《새로고침》 등이 있다.

  목차

추천사: 박래군과 정종숙
들어가는 말: 이름대로 살고 있습니다

1장 문학청년에서 운동가로
변신: 내 운명을 바꾼 시위
강제징집: 누구라도 끌려가 죽을 수 있었다
노동운동: 깨진 유리창 위에서 외친 노동 해방의 꿈
옥중 투쟁: 포승줄, 구더기, 고문이 나를 단련시켰다
굴욕과 반성: 혁명은 입으로만 되는 게 아니었음을

2장 유가족이 되어
상실 1: ‘겨울꽃’ 같던 내 동생, 박래전
상실 2: ‘부재의 시간’을 견디는 고통, 박래전의 유고 시들
운명: 의문사 농성장을 지키다 인권운동의 길로
민가협과 유가협: 곁을 지키기로 한 그날의 결심
유가족 활동가: 곤봉에 맞고 군홧발에 짓밟혀도
한울삶: 눈치 보지 않고 울고 웃는 곳
분신 정국 1: 잊을 수 없는 한줄기 눈물
분신 정국 2: 깊은 상처를 남긴 ‘5월 투쟁’
UN 세계인권대회: 우물 안 개구리, 드넓은 인권의 세계로
만남과 이별: 희망을 만난 자리, 믿음을 잃은 자리
스승: 모든 이의 어머니, 나의 스승 이소선

3장 가장 약한 존재들의 곁에서
고문 없는 세상으로 1: 상처는 몸뿐 아니라 영혼에도 남음을
고문 없는 세상으로 2: 미치거나 죽거나, 고문 피해자들 이야기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의 새 장을 연 비전향 장기수 서준식
참여연대: 다른 길, 같은 꿈 30년의 연대
《인권하루소식》 1: 국정원이 사랑했던 인권 신문
《인권하루소식》 2: 인권 특종 캐내는 ‘시린 칼날’
연세대 사건: 시위 현장에 여경 배치가 당연해진 이유
인권영화제 1: 영화 속의 인권, 인권 속의 영화
인권영화제 2: 서태지도 인권영화제도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
불심검문 거부: 공권력은 시민을 함부로 해할 수 없다는 ‘상식’
양지마을 사건: 죽어야 나갈 수 있던 그곳
에바다 사건: 한국 장애인 인권운동의 상징, 에바다
국가인권위 1: ‘인권 대통령’ 시대에도 계속된 싸움
국가인권위 2: 인권위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의문사 진상 규명 1: 422일 천막 농성으로 탄생한 의문사법
의문사 진상 규명 2: 33년 동안 자살과 타살을 오간 허원근 일병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1: 짓눌린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찾아서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2: 박종철 같은 죽음이 더는 없도록

4장 질 줄 알면서도 싸운다
대추리 투쟁 1: 전쟁 기지로는 단 한 평도 내줄 수 없다
대추리 투쟁 2: 평화로 잇는 길을 내고 싶었다
대추리 투쟁 3: 대추리에서 떠나던 날
용산 참사 1: 불타는 망루 안에 사람이 있었다
용산 참사 2: 통곡하고, 투쟁하고, 기도했다
용산 참사 3: 언 땅에 묻은 용산 철거민들
인권센터 탄생기: 적금 통장 깨고 축의금 털어준 시민들
희망버스: 연대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린다
노란봉투 캠페인: 4만 7000원으로 시작된 기적

5장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
4·16 세월호 참사 1: 아이들의 영정 사진은 화사했다
4·16 세월호 참사 2: 꽃비가 서럽게도 내린 삭발 행진 날
4·16 세월호 참사 3: 종종 죽은 이들이 보인다
4·16 세월호 참사 4: 내가 한 약속의 끝은 어디일까
4·16 세월호 참사 5: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4·16 세월호 참사 6: 세월호가 올라왔다
4·16 세월호 참사 7: 노란 리본의 약속과 4·16재단
4·16 세월호 참사 8: 진실은 아직 바다 아래 묻혀 있다
4·16 세월호 참사 9: 이태원 유족을 껴안아준 세월호 유족
4·16 세월호 참사 10: 걸어왔고 걸어갈 그 길이 희망이다
차별금지법: ‘나중에’는 너무 늦다
탈시설 운동: 모든 사람은 집과 마을에서 살아야 한다
지속 가능한 인권운동: 광장 달궜던 그 뜨거운 마음이 이어지기를
내가 만난 유가족들: 스스로 낸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존재들

마치며: 나의 뒷배는 죽은 자들이다
부록: 박래군 인권운동 45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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