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고백시의 대가’, ‘한국의 아니 에르노’로 불리며 독자들의 깊은 사랑을 받아온 김상미 시인의 산문집이다. 이번 책에서 김상미 시인은 자신의 시적 원류, 젊은 시절의 불꽃과 노년의 고요, 그리고 여전히 자신을 뜨겁게 이끄는 문학의 본질에 대해 담백하고도 절제된 언어로 고백한다.
신작 산문은 시인으로 살아온 35여 년의 경력 속에서 길어 올린 가장 투명한 고백이다. 젊은 날의 격렬함부터 노년의 잔잔한 빛까지, 그의 문장은 결코 차갑지 않다.오히려 빙산처럼 단단하고, 깊으며, 서서히 달콤하게 녹아 우리의 마음에 스민다. 그의 문학과 삶을 지켜본 독자에게는 반가운 엽서 같은 소식이며, 시인의 내면세계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다가오는 ‘모든 물결의 무늬’가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한국의 아니 에르노 김상미 시인의 자전 에세이★
책은 봄·여름·가을·겨울의 4계절로 구성되어, 한 시인의 생애 궤적을 자연의 흐름처럼 따라가며 보여준다. 독자는 사유와 기억, 욕망과 상처, 고독과 성찰이 계절처럼 피고 지는 과정을 통해 ‘김상미라는 세계’의 심층부로 천천히 들어가게 된다.
젊은 날의 자신을 ‘고래잡이’에 비유하며, 그는 생의 항해가 ‘외롭고 격렬할 것임을’ 이미 예감했다고 말한다.
“나는 고래잡이를 생각했다. 날렵하게 번뜩이는 칼 하나를 입에 물고 뱃머리엔 작살을 정착한 채, 고래를 향해 끝없이 노를 저어 가는 고래잡이를. 내 생도 그처럼 외롭고 격렬한 항해가 되리란 생각을 했다. ” (책 17쪽)
언어를 사랑했던 소녀는 31살이 되어 부산을 떠나 서울로 이주, 익명의 도시에서 시를 시작하며, “시가 내 자존심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시인의 고백에는 삶과 문학이 서로를 반사시키는 긴장이 살아 있다.
“뱀이 유혹하자 나는 그것을 따먹었다/그리고는 푹푹 썩었다/썩으면서도 날아 들어갔다/가장 밝고 뜨거운 불 속으로/이카로스처럼 찬란하게”
-김상미의 시,「자존심」 전문
열렬한 독서가이기도 한 시인은 ‘책을 펼치고, 책 안에 거주하고, 책을 읽음으로써’ 지금도 언어의 거미줄을 짜며 ‘조금 더 나은 작가’가 되기 위해 바둥거린다. 노년의 문장이라기보다, 여전히 치열한 젊은 문장의 기운이 살아 있다.
괴테의 시구절에서 따온 산문 ‘달콤한 빙산’에서 시인은 “달콤한 빙산처럼 서서히 녹으며,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과 창문들을 기꺼이 맛보며 살자.”고 자신을 다독인다.
문학이란 결국 자신을 태우고 다시 채우는 과정이며, 그 길은 타인에서 자신으로 돌아오는 길임을 시인은 조용히 확인한다. 또한 그는 “이제 나 외에는 누구에게도 맞서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오랜 생의 격투 끝에 얻은 언어의 자유와 단순한 기쁨을 독자에게 전한다
낮과 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서울에서의 생활은 ‘익명’이라는 무기 덕분에 때로는 아주 용감해질 수도 때로는 쥐죽은 듯 고요해질 수도 있었다. 나는 내 속에 있는 덧창이란 덧창은 모두 열어젖히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는…… 내가 자신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걸 알고는 더 밝은색으로, 더 깊고 심오한 밝은색으로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내 ‘자존심’이 되었다. 그 후의 일은 나도 모른다. -「마지막 왕국」중에서
이처럼 살아 있다는 수수께끼는 책 속에, 모르고 지나친 사라져 가는 것들 속에 새롭게 고여 있었구나. 진짜 그림은 낡았을지 모르지만 진짜 생각은 새롭고 현대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건 산호나 진주 속이 아닌 지나간 사람들의 시선, 가슴속에 살아 있었구나. 그녀는 인사동 통인 가게 앞의 감나무 아래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듯 아름답게 자란 감나무를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푸르고 무성한 잎 사이로 빗방울들이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비와 감나무와 자신 사이에 서 있는 모든 것들이 갑자기 가슴 뭉클하게 밀려오는 것 같았다. -「몽타주」중에서
사랑한다면 파투가 날지라도 끝까지 가는 편이고, 삶도 그렇다. 비록 내일 먹을 양식이 없어도 나 혼자 잘살자고 누군가의 밥을 뺏거나 훔치거나 구걸하지는 않는다. 순수한 자에게는 모든 것이 순수하고, 단순한 자에게는 모든 것이 단순하다. 그리고 꼭 신은 그런 이들을 도와준다. 눈 딱 감고 하루만 잘 굶고 있으면 꼭 그다음 날엔 며칠 먹을 양식이 자연스레 내게로 떨어졌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애타게 데이지꽃을 바라보며」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상미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했다. 시집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검은, 소나기떼』, 『잡히지 않는 나비』,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산문집 『아버지, 당신도 어머니가 그립습니까』『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사랑시 모음집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당신』 등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시와표현 작품상, 지리산문학상, 전봉건문학상, 매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1장 봄
마지막 왕국 ______ 012
몽타주 ______ 021
영희 엄마 ______ 026
소소한 독백 ______ 030
후배의 전화 ______ 033
어머니의 눈물 ______ 036
우리는 우리가 늘 그리운 사랑 ______ 040
오월, 산책길에서 ______ 044
2349년으로 가다 ______ 047
고양이 집사는 아니지만 ______ 050
51년 만에 돌아온 책 ______ 053
고마워요, 알베르토 망구엘 씨! ______ 056
애타게 데이지꽃을 바라보며 ______ 059
2장 여름
여름비 ______ 066
영원의 그 바다! ______ 069
부조리극의 성스러움 ______ 080
집 ______ 083
바다가 그리운 날 ______ 088
추억의 발라드 ______ 091
언어 절도 행각 ______ 094
페소아의 리스본에서 ______ 097
3인치 화가, 강익중 ______ 100
그리운 옛 등대 ______ 103
내 시의 하나밖에 없는 애인 ______ 106
3장 가을
어느 뮤지션의 하루 ______ 114
오, 아름다운 가을날 ______ 121
실비 제르맹 ______ 124
시월을 올리버 색스와 함께 ______ 127
빈센트 반 고흐 ______ 132
단순한 내 밥상 ______ 137
햇빛이 눈가루처럼
흩날리는 가을 한낮에 ______ 140
거울 앞에서 ______ 145
이루 말할 수 없이 넓고 깊은 숲 ______ 148
레몽 루셀 ______ 152
시인이 개구리가 무섭다니 ______ 156
4장 겨울
술이라는 정공법 ______ 162
승마 ______ 165
그림책 수업 ______ 170
다정한 함박눈이 펑펑
-시인 최승자 ______ 174
책귀신들 ______ 179
달콤한 빙산 ______ 185
눈 내린 하루 풍경 ______ 189
아주 오래된 편지 한 장
- 김점미 시인에게 ______ 193
새를 사랑하는 마음 ______ 197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가는 길 ______ 200
두 시인을 떠나보내고 ______ 203
아주 어린 날 어머니가 사준
공책 두 권 ______ 207
새해엔 쓰고 쓰리라 ______ 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