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36년에 완성된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 Prokofiev)의 음악 '피터와 늑대'는 동화와 음악을 연계시켜, 어린이들에게 문학과 음악의 세계로 이끌어주었던 탁월한 작품. 세계 여러 나라에서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동화이다. 이 책은 바로 그 '피터와 늑대'를 판화로 다시 탄생시킨 그림책이다.
다섯 살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나타냈다는 프로코피예프는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서 듣던 러시아의 옛이야기를 토대로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피터와 늑대'를 작곡했다고 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과 동물은 오케스트라의 악기로 묘사되는데, 예를 들어 새는 플루트, 고양이는 클라리넷, 피터는 현악 사중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야기는 어찌보면 단순하다. 용감한 피터와 작은 새가 늑대를 재치로 잡아 동물원에 데려간다는 내용. 하지만 프로코피예프는 이 간단한 이야기를 한가로운 동물들의 작은 다툼과 피터가 늑대를 잡는 과정 등으로 이야기를 세세하게 전하면서 이야기를 긴장시킨다. 그리고 마지막 행진 장면에서 승리감과 자부심등을 한껏 드러낸다.
프란스 하켄은 이 음악동화를 마치 눈으로 듣는 것처럼 생생한 판화로 살려내었다. 첫장을 펴면 아주아주 넓고 푸른 들판이 나오고, 용감한 아이 피터가 씩씩하게 걸어나온다. 푸른 들판의 풀들은 어찌나 푸르고, 파릇파릇한 모습들인지 피터를 둘러싼 모든 것이 씩씩하게 보일 정도이다.
이윽고 오리와 작은 새의 작은 싸움이 나오고, 작은 새를 노리는 날카로운 눈의 고양이가 나온다. 조금씩 긴장이 쌓일 무렵, 삐죽삐죽한 이빨을 드러낸 늑대가 나타난다. 배가 고픈지 홀쭉 들어간 배를 가지고서.
그리고 피터와 작은 새가 늑대를 잡는 과정.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이다. '이 승리의 행진은 너무 길어서 한 장에다 그릴 수가 없습니다.'라는 알림구처럼 두 장에 걸쳐 그려진 행진그림은 한껏 자부심에 빛나는 피터의 모습과 땀을 흘리는 늑대의 모습, 그리고 다소 실망한 사냥꾼들의 모습이 잘 그려졌다. 무엇보다 승리의 결과에 놀란 피터 할아버지의 얼굴 판화는 정말 매혹적이다.
판화하면 보통 검은 색과 흰색 두 색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그 외에 한 색을 더 사용하여 생생함을 잘 살려놓고 있다. '피터와 늑대' 음악동화에 실려있는 그림보다 훨씬 좋다. 다만 고양이와 새가 함께 있는 장면을 우리말로 옮긴 부분이 그림과 좀 안맞는 거 같아 아쉽다. 음악과 함께 판화그림을 다시 한번 보기를 권한다.
작가 소개
저자 : 프로코피예프 (Sergei Prokofiev)
프로코피에프는 현대 러시아의 대표적 작곡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선배인 스트라빈스키보다 대담하지는 못하지만 무소르그스키의 뒤를 따른, 말하자면 낭만적인 음악에서 출발하여 현실주의적인 음악으로 이름을 떨친 작곡가이다. 그는 6세 때 왈츠, 행진곡, 론도 등의 소품을 썼고 9세 때 오페라를 썼으며 13세 때는 페테스부르크 음악 학교에 입학한 천재였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자 시베리아를 경유하여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가서 망명생활을 한 적도 있다. 그 후 파리로 건너가 창작 생활을 계속하다가 1933년 그의 18년간의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러시아인이라는 것 말고는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았고, 어떤 악파도 만들지 않았다. 금세기를 산 작곡가들은 대개 이론가이고 사상가였던 데 비해, 그는 그렇지 못했을 뿐더러 그들과는 전혀 다른 서법과 스타일이 뒤섞인 작품을 썼다. <피터와 늑대>도 그런 연장선에서 생각할 수 있으며, 어린이들까지도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프로코피예프 음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사람의 마음에 직접 이야기 할 수 있는 간명한 어법을 사용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말하기를 그만이 서구적인 음악과 동양적인 음악을 묶을 수 있는 유일한 음악가라고도 했다. 그는 현대 작곡가로서는 드물게 보이는 건강한 음악을 쓴 작곡가였다. 그의 작품은 매우 광범위한데 오페라 <전쟁과 평화>,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 <교향곡 제5번> 등 7개의 무용곡, 7개의 오페라, 6개의 칸타타와 오라토리오, 9개의 협주곡, 7개의 교향곡등을 썼으며 이 밖에도 독주곡, 실내악곡, 극음악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