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탄탄한 구성과 서정적인 묘사가 어우러진 중후한 문체로 제주도 수난의 역사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파고들면서 특히 4.3사건의 역사적 진실을 복원하는 데 집중해왔던 '현기영의 중단편전집'(전3권)이 출간되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아버지'(1975)부터 계간 「창작과비평」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4.3소설의 최고봉이자 4.3사건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순이 삼촌'(1978), 단편소설의 백미인 '마지막 테우리'1994)까지 모두 30편의 중단편 작품(마당극 '일식풀이'와 희곡 '변방에 우짖는 새' 포함)을 개정해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인다.
비록 과작이기는 하나 빼어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 현기영 소설의 정수를 일목요연하게 맛볼 수 있는 이 전집은 작가의 등단 4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의 작품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녹아든 명편들은 여전히 변함없는 감동을 자아내며 작가의 강직하고 사려깊은 문학적 삶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첫째권 <순이 삼촌>에는 표제작을 비롯하여 10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대표작 '순이 삼촌'은 학살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환청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자살하고 마는 순이 삼촌의 삶을 되짚어가는 과정을 통해 30년 동안 철저하게 은폐된 진실을 생생히 파헤친 문제작으로, 한국 현대사와 문학사에서 길이 남을 작품으로 꼽힐 만하다.
출판사 리뷰
제주의 4월, 그곳에는 ‘순이 삼촌’이 있다
현대사에 빛나는 거장 현기영의 문학인생 40년
탄탄한 구성과 서정적인 묘사가 어우러진 중후한 문체로 제주도 수난의 역사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파고들면서 특히 ‘4.3사건’의 역사적 진실을 복원하는 데 집중해왔던 현기영의 중단편전집(전3권)이 출간되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아버지」(1975)부터 계간 『창작과비평』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4.3소설’의 최고봉이자 ‘4.3사건’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순이 삼촌」(1978), 단편소설의 백미인 「마지막 테우리」(1994)까지 모두 30편의 중단편 작품(마당극 「일식풀이」와 희곡 「변방에 우짖는 새」 포함)을 개정해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인다. 비록 과작이기는 하나 빼어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 현기영 소설의 정수를 일목요연하게 맛볼 수 있는 이 전집은 작가의 등단 4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의 작품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녹아든 명편들은 여전히 변함없는 감동을 자아내며 작가의 강직하고 사려깊은 문학적 삶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노인이 초원을 떠날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슬픔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슬픔은 이제 격정은 아니었다. 그 잔잔한 슬픔은 마치 가슴속에 마르지 않는 찬 샘을 갖고 있는 것과 같아서 오히려 마음을 정결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때때로 무서운 격정에 사로잡혀 영각하는 소처럼 들판을 향해 울부짖기도 했다.
초원의 안개는 여전히 죽은 자들의 슬픈 영혼으로 무리 지어 떠돌고, 임자 없는 백골들이 아직도 어느 굴헝, 어느 굴속에 뒹굴고, 풀 뜯다가 풀 속에 숨어 있는 녹슨 탄피까지 잘못 먹어 장파열로 죽는 소도 있건만, 세상은 초원의 과거를 더이상 기억하지 않았다. (「마지막 테우리」 25면)
첫째권 『순이 삼촌』에는 표제작을 비롯하여 10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이중에서 오랫동안 금기시했던 ‘4ㆍ3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순이 삼촌」, ‘그날’의 처절한 현장을 역사적 현재의 수법으로 절실하게 재현해낸 「도령마루의 까마귀」, ‘4ㆍ3사건’의 비극을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적 사건으로 부각시킨 「해룡이야기」 등 초기 3부작이 돋보인다. ‘폭도’에 가담한 아버지를 둔 소년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한 등단작 「아버지」 역시 ‘4.3사건’과 맞닿아 있다. 특히 대표작 「순이 삼촌」은 학살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환청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자살하고 마는 ‘순이 삼촌’의 삶을 되짚어가는 과정을 통해 30년 동안 철저하게 은폐된 진실을 생생히 파헤친 문제작으로, 한국 현대사와 문학사에서 길이 남을 작품으로 꼽힐 만하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그건 명백한 죄악이었다. 그런데도 그 죄악은 삼십년 동안 여태 단 한번도 고발되어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가 그건 엄두도 안 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당시의 군 지휘관이나 경찰 간부가 아직도 권력 주변에 머문 채 아직 떨어져나가지 않았으리라고 섬사람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섣불리 들고나왔다간 빨갱이로 몰릴 것이 두려웠다. 고발할 용기는커녕 합동위령제 한번 떳떳이 지낼 뱃심조차 없었다. 하도 무섭게 당했던 그들인지라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코 고발이나 보복이 아니었다. 다만 합동위령제를 한번 떳떳하게 올리고 위령비를 세워 억울한 죽음들을 진혼하자는 것이었다. (「순이 삼촌」 85-86면)
이밖에 지식인의 고뇌와 개인의 무력감을 섬세하게 그린 「아내와 개오동」, 소시민의식을 역설적으로 비판한 「동냥꾼」 등은 작가의 사회의식이 잘 드러나 있으며, 개인의 의식세계를 미학적으로 파헤친 「꽃샘바람」 「초혼굿」 「겨울 앞에서」 등에서는 초기 소설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지배계급의 부정부패를 통렬하게 풍자한 「소드방놀이」는 탁월한 상상력과 상징성으로 오늘의 세태를 정곡으로 찌른다.
어째서 큰 부정은 죄가 안되고 작은 것만 죄
작가 소개
저자 : 현기영
1941년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순이 삼촌』(1979) 『아스팔트』(1986) 『마지막 테우리』(1994), 장편 『변방에 우짖는 새』(1983) 『바람 타는 섬』(1989) 『지상에 숟가락 하나』(1999) 『누란』(2009), 산문집 『바다와 술잔』(2002) 『젊은 대지를 위하여』(2004)를 출간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 역임했으며, 신동엽문학상(1986) 만해문학상(1990) 오영수문학상(1994) 한국일보문학상(1999) 등을 받았다.
목차
소드방놀이 · 순이 삼촌 · 도령마루의 까마귀 · 해룡 이야기 · 아내와 개오동 · 꽃샘바람 ·
초혼굿 · 동냥꾼 · 겨울 앞에서 ·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