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프란츠 카프카 작품집.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네 가지 단편, '판결', '시골의 혼인 준비',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여가수 요제프네 혹은 쥐 종족'은 그의 무구한 변신 놀이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갑충, 원숭이, 예술가 요제피네 등 카프카의 변신 놀이는 무한하다!”
프란츠 카프카라는 걸출한 작가의 죽음으로부터 거의 한 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네 가지 단편, 「판결」, 「시골의 혼인 준비」,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여가수 요제프네 혹은 쥐 종족」은 그의 무구한 변신 놀이 속으로 우리를 지금 초대하고 있다.
왜 위와 같은 네 가지 작품을 ‘변신 외’ 작품으로 엄선해 작품집으로 엮었는지에 대해 역자는 책 속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이렇게 답한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자유, 특별한 보살핌이 주어져야 한다는 요청은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걱정거리에서 조금은 해방될 권리, 빈둥거리며 돌아다닐 권리, 조금 놀아도 될 권리를 인정해 줘야 하고, (…) 아울러 누구나 이 요청에 대략 동의하니까, 이처럼 시급히 해결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바로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던 아버지와 유대인이라는 신분, 예술가로서의 보장되지 않은 생계 등 어두움에만 휩싸여 있던 카프카에 대한 회고록이 아니다. 개구쟁이, 겁쟁이, 허풍쟁이 등 여러 얼굴의 ‘글쟁이’ 카프카와 만나 그의 변신 놀이 속으로 빠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이 책을 만나길 추천하는 바이다.
“좋은 아침이에요, 잠사 씨!”
어느 날 아침 어수선한 꿈들로 뒤척이다 잠에서 깬 그레고르 잠사는, 침대에 누워 있던 자기 몸이 이상한 갑충으로 변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스스로 자문하고, 나오지 않는 소리를 끌어 모아 가족들과 회사의 상무에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해보지만, 그저 끙끙대는 한 마리 갑충으로밖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기괴한 일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다.
잠사는 자신을 달래고, 이 비현실적인 꿈에서 어서 깨어나길 바라며 상황을 지켜본다. 잠사가 현재 하는 영업사원일은 그에게 부당한 환경이기도 하지만 보람이라는 명분을 주고, 가족 생계를 책임지게 하는 인간 삶의 근원적인 수단이다.
단지, 벌레로 변한 것뿐인데, 잠사는 가족들과 가정부, 상무 등 그의 삶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게 기피 대상이 된다. 그런 그가 가족을 편히 해주고자 선택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고민해보지만, 결국엔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지내는 일과 벌레가 된 자신의 운명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좋은 아침이에요, 잠사 씨!” 단지 하루 정도 출근 시간을 지키지 못했을 뿐인 사원을 찾아와 전하는 상무의 인사는, 현대인의 피로와 고독, 거대한 운명 앞에 선 가녀린 개인이라는 문학의 영원한 주제에 대해 전설적인 우화로써 여전히 「변신」이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는 그 외에도 카프카의 예고치 않은 장난기와 예술에 대한 술회를 볼 수 있는 매력적인 단편, 네 편이 추가로 실려 있어 카프카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데 깊은 도움을 준다.
판결
“괜찮아요. 잘 덮으셨어요.”
“아니야!”
당신 질문에 마땅한 답이 아니었던지 아버지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허공에 펄럭일 만큼 세게 이불을 걷어찼다. 그런 다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천장에 닿을 정도로 한 손을 치켜들었다.
“나를 덮어 주려 했겠지만, 너란 놈은 이불로 내 몸 하나 제대로 덮어 줄 수도 없는 놈이란 걸 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라도 내가 네놈 하나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당연히 난 네 친구를 알지. 그 애가 내 마음의 아들인 걸. 그래서 네놈이 몇 해를 두고 그 앨 속였던 게지. 그렇지 않으면 왜 그랬던 거냐?”
시골의 혼인 준비
그 노신사는 나무 문짝에 몸을 기댄 라반 근처에 그대로 서 있다가, 자꾸만 흘끔거리며 라반을 쳐다보느라고 한 번은 아예 목을 꺾기도 했다.
(…) “좋은 책이라면 저는 맛난 저녁 식사 다음으로 좋아해요. 그건 늘 그랬어요. 그런데 얼마 전 어떤 전단에서 ‘좋은 책 한 권은 최고의 친구’라는 어떤 작가든가 누군가의 인용문을 봤어요. 그거 정말 맞는 말이거든요. 좋은 책 한 권은 진짜 제일 좋은 친구잖아요.”
(…) “이번 여행에 뭐 특별한 사연이 있으신가 보군.”
“그게 아니고요.”
라반은 다시 현관 입구에 몸을 기대며 대답했다.
변신
어느 날 아침 어수선한 꿈들로 뒤척이다 잠에서 깬 그레고르 잠사는, 침대에 누워 있던 자기 몸이 이상한 갑충으로 변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침대에 닿은 등짝이 철갑처럼 딱딱했다. 머리를 좀 들어 올리자 당겨진 활 모양의 갈색 배때기에는 큰 주름 몇 개가 접혀 있고, 그걸 덮고 있는 이불은 당장이라도 미끄러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 게다가 저기 눈앞의 덩치에 비해서 너무 가늘어 참 볼썽사나운 다리들이 버둥거리고 있었다.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는 잠시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 “일단 눈을 좀 더 붙이고 잠을 더 자면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잊어버리는 게 좋겠다.”
작가 소개
저자 : 프란츠 카프카
기괴하고 수수께끼 같은 작품 세계로 끊임없는 상상력의 나래를 펴게 하는,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카프카는 1883년 7월 3일 프라하에서 체코가 고향이며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계 상인의 여섯 아이들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소년기부터 스피노자, 다윈, 에른스트 헤켈, 니체의 옹호자였고, 무신론과 사회주의를 신봉한 카프카는 대학 시절 절친한 친구이자 비평가인 막스 브로트를 만나게 되는데, 이후 그는 카프카의 문학적 편집자적 후견인으로서 서로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1908년부터 1917년까지 노동자재해보험공사 근무, 많은 연인들과의 교류, 약혼, 파혼, 기혼녀와의 비극적 사랑……. 1924년 폐결핵으로 빈 근교에서 사망하기까지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 그리고 일기, 편지들을 남겼다.
목차
판결
시골의 혼인 준비
변신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여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 종족
카프카로의 초대 : 「변신」을 더 생생하게 읽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