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봉화 산골학교 분교 교사이자 시인인 저자가 분교생활 9년 동안 알콩달콩 겪은 일에 대한 담백한 기록이다. '푸른문학상' 수상 이후 동시집 <짜장면 먹는 날>과 <보리 나가신다>, <오늘은 어떤 놀이할까?>(공저), <똑. 똑. 마음입니다>(공저)와 어린이시집 <내 입은 불량 입>을 엮어낸 바 있는 저자가 전하는 아직도 남아 있는 산골의 인심과 정, 제자들을 향한 살뜰한 마음과 분교 생활에 대한 자부심을 들여다볼 수 있다.
출판사 리뷰
마음의 빈자리를 메워 줄 아름다운 분교 이야기
이 책의 저자는 시인이자 초등학교 선생님이십니다.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초등학교 산골 분교의 모습이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너희들의 봄이 궁금하다』에는 봉화 산골 분교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송명원 선생님이 쓴 글입니다. 11편의 소소하지만 특별한 이야기와 아이들의 솔직 담백한 마음을 담은 시가 은은한 그림과 함께 엮어져 있습니다.
전교생이 적게는 3명 많아봐야 6명 정도에 불과한 분교. 그곳에서의 생활은 단조롭고 조용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늘 바쁘게 움직입니다. 아이들과 독서 모임을 열기도 하고 축구 시합도 함께 뛰어줍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아이들 마음에 닿고자 애쓰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적 올리기에 급급해 돌아보지 못했던 참교육의 현장이 새롭고 따뜻하게 전해옵니다.
너희들의 봄이 궁금해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참 많이도 바뀐 것 같다. 지금은 김을 즐겨먹고 있지만 전에는 전병과자를 열심히 먹은 적도 있었다. 또 언젠가는 계란만 꾸준히 먹은 적도 있었고, 블루베리를 실컷 먹은 적도 있었다. 자두, 사과, 빵도 한 때 열심히 먹은 음식들이다. 이런 음식들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반 아이네 집에서, 또는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 집에서 농사를 짓거나 파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p88
선생님이 좋아하는 음식이 바뀌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반 아이들이 농사를 짓거나 파는 것에 따라 바뀐다는 겁니다. 특히 김을 좋아하는 이유는 반 아이 누리가 부모님을 도와 오일장에 김을 구워 팔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김을 선물합니다. 김을 빨리 먹어야 또 김을 산다는 구절을 보니 이 선생님은 선심으로 한 번 김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반 아이 누리가 구워 파는 김이기에 부모님을 돕는 따듯한 마음을 사는 것입니다. 아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이런 데서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응원해, 너의 꿈을!
“그런데 혹시... 송명원 선생님 아니세요?”
한껏 인상을 쓴 채로 한 손으론 엉덩이를 주무르며 간호사를 바라봤다.
“네, 맞는데, 누구세요????”
“아, 선생님. 저 지혜에요. 지혜.”
헉, 이런. 바로 바지부터 끌어올리고 벨트를 채웠다. ‘왜 하필 지금, 이런 곳에서......’ 주사 맞은 곳이 눈물 쏙 빠지도록 아팠지만 웃어야 했다. 어색해하는 나에게 지혜가 말했다. 취직한지 며칠 안 되었단다. 이렇게 선생님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며 지혜는 싱글싱글 웃었다. p77
분교 선생님이시다 보니 자기 반뿐 아니라 다른 반 아이들의 가족 관계나 진로를 거의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자주 찾는 병원에서 엉거주춤 바지를 내리고 주사를 맞다가 제자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 어색함으로 쑥스러워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책모임을 만들어 만나기도 하고,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서로 안부를 묻고 걱정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웃지 못할 장면도 있지만 송명원 선생님은 진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들,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원으로 간 아이를 마음 속 깊이 두고 그들을 어떤 식으로든 응원하고자 합니다.
사람과 사람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주는 사람/
“책도 번갈아 가며 읽어야 하고, 내 생각을 발표해야 될 때도 많다는 것을. 목소리 크게 노래도 불러야 하고, 몸이 아픈 날도 아이들이 축구를 하자고 하면 아픈 몸을 이끌고 같이 나가서 골키퍼라도 해야 된다는 것을.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의 교사인 나는 단순히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 경기할 때의 후보 선수처럼 친구의 빈자리를 메워 줄 사람으로 언제든지 수업에 참여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수업에 들어간다는 것을.” p70
우리는 분교를 생각하면 우선, 공기 좋고 한적한 산골에 아이들도 몇 없고 참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송명원 선생님은 말합니다. “축구 경기 할 때의 후보 선수처럼 빈 자리를 메워 줄 사람”라고 말입니다.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단순히 가르치는 존재 아이들은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송명원 선생님은 사람과 사람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거창한 교육 철학 같은 게 아니더라도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이야기하고 책을 읽다 보면 진심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 마을 그림지도
아파트도 없고
병원도 없고
은행도 없고
백화점도 없고
버스 정류장도 없고
지하철도 없고
슈퍼도 없고
찜질방도 없고
소방서도 없고
경찰서도 없어요.
고추밭이 있고
배추밭이 있고
밭 가운데 움집이 있고
비닐하우스가 있고
과수원이 있고
산이 있고
산소가 있고
개울이 있고
다리가 있고
남회룡분교가 있어요.
(『짜장면 먹는 날』, 크레용하우스, 2016 )
이 책을 그린 김누리 씨 역시 송명원 선생님의 제자입니다. 제자가 일러스트레이터를 목표로 홀로 그림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을 알고, 이 책에 그림을 그려줄 것을 부탁하셨다합니다. 아이들이 꿈을 이루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다정한 눈길이 전해지는 대목입니다.
『너희들의 봄이 궁금하다』는 선생님의 교단 일기와 더불어 아이들의 솔직 담백한 시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분교에서 진정한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선생님의 글을 통해 세상은 아직 참 아름다운 곳이구나, 싶어집니다. 또한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교육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연대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똑같았다. 초등학교교사가 된지 사 년째 접어든 그 해, 어느 날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송명원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다 글도 써 봤습니다. 어쩌다가 ‘푸른문학상’을 수상하며 동시를 쓰기 시작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동시집 『짜장면 먹는 날』과 『보리 나가신다』, 『오늘은 어떤 놀이할까?』(공저), 『똑. 똑. 마음입니다』(공저), 어린이시집 『내 입은 불량 입』도 내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지금은 폐교가 된 분교들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그 곳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동시동락〉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목차
작가의 말
1. 도서관에서 먹는 미역국
2. 꽃향기에 취하다
3. “얘들아, 밥 먹으러 가자.”
4. 겨울방학 이야기
5. 직업병
6. 날라리 선생
7. 잘못된 만남
8. 장날마다 찾아가는 맛집
9. 꿈 이야기
10. 오는 봄이 궁금하다
11. 마지막은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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