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전반에 흐르고 있는 섬세한 감성이 독자들에게 다가와 대화하거나 속삭이고 있다. 이미지 구현을 통해 선명한 그림을 그려 독자 앞에 시의 밥상을 차려 놓으니, 감상의 맛도 좋고 행복하다. 시는 이렇듯, 선명한 이미지로 시의 밥상을 차려 놓을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이왕이면 참신한 발상, 즉 낯설게 하기,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면 더 멋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리듬을 살려 낭송할 때 입안에 착착 감기는 시어 배치를 하면 더욱 멋질 것이다. 그러면서도, 읽고 나면 머리에서 등줄기로 훑고 내려가는 감동, 감흥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전반에 흐르고 있는 섬세한 감성이 독자들에게 다가와 대화하거나 속삭이고 있다. 이미지 구현을 통해 선명한 그림을 그려 독자 앞에 시의 밥상을 차려 놓으니, 감상의 맛도 좋고 행복하다.
시는 이렇듯, 선명한 이미지로 시의 밥상을 차려 놓을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이왕이면 참신한 발상, 즉 낯설게 하기,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면 더 멋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리듬을 살려 낭송할 때 입안에 착착 감기는 시어 배치를 하면 더욱 멋질 것이다. 그러면서도, 읽고 나면 머리에서 등줄기로 훑고 내려가는 감동, 감흥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이명순 시들이 이러한 시의 특질에 가까이 접근해 있고, 또 독자의 감성에 전율을 주고 행복을 안겨 주고 있어 고무적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창작하여, 이미지 시를 모아, 참신한 해석의 시를 모아, 그리고 감동을 주는 시를 모아, 제2, 제3 시집을 펴내기를 바란다.
-이명순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중에서
평론
이명순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하루는 그림 그리는 데 필요한 도구를 사러 다니다, 우연히 도자기 재료 도매상점에 들르게 되었다. 온화한 미소를 지은 한 여인이 아주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설명해 주었다.
대화 도중 혹시 시를 써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때 그녀는 미소 지으며, 수줍게 노트 한 권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낙서들이 사색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 낙서들이 오늘 이렇게 그녀를 시인의 길로 들어서게 해주었다.
그 만남 이후 꾸준히 한두 편씩 시를 써서 카톡으로 보내왔고, 나는 그에 대한 시평을 간략히 해주었다. 그게 쌓이다 보니, 어느덧 그녀는 시인이 되어 있었고, 신인문학상을 받아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하게 되었고, 내친김에 이렇게 시집까지 발간하게 되었다.
이보다 더 멋스런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게 행복한 여생이라는 생각이 드니, 나도 덩달아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자, 그러면 이명순 시인의 시 세계로 들어가, 고요히 감상해 보도록 하자.
어머니 젖가슴 같은
씨알 하나 땅속에 묻고
몽달처럼 긴 꽃대 쑥 올려
뜨겁게 탄 가슴 토해내는 꽃술
그리워 애타는 가슴에 꽂힌 사랑
한 지붕 두 살림 그리움이 맺혀
애달픈 사랑가 서글프게 부른다.
- [상사화]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상사화와 하나되어 노래하고 있다.
어머니 젖가슴 같은 씨알 하나 땅속에 묻고 기다린다. 어느덧 몽달처럼 긴 꽃대 쑥 올리더니 뜨겁게 탄 가슴을 토해내는 꽃술에 행복해 한다. 하지만, 그리워 애타는 가슴, 거기 꽂힌 사랑 때문에 그리움의 시간이 지속된다.
한 지붕 두 살림을 했던 그 옛 추억이 다가와 애달픈 사랑가를 부르게 하고, 감당 못할 만큼의 무게로 그리움이 맺혀 짓누른다.
기존의 상사화 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접근하고, 묘사해 내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멋진 시인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이명순 시인, 앞으로의 시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백발이 성성해도
아직은 못다 핀 청춘인데
싹 트며 불러주는 이름에
슬픔이 가슴속 헤집는다
서러움 움켜쥔 속마음
햇볕에 바래어 가고
외로움 토닥이며 걸어가는
길동무가 그립다
찾아오는 이도 없지만
수줍은 미소로 옛 노래 부른다
고운 천에 빨갛게 물들며
목에 갇힌 숨 몰아쉬고
은어의 비늘처럼
은빛 솜털 쭈삣 서고
그리움 삼킨 입술
촉촉이 이슬 적시고
시원한 바람 줄기마다
너울너울 웃음 고이고
세상살이 허무함
달래고 삭히며 사느라
봄이 벌써 저만치
가는 줄도 몰랐구나.
- [할미꽃]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할미꽃에 자신을 이입시킨다.
백발이 성성해도 아직은 못다 핀 청춘이 할미꽃이다. 할미꽃은 싹 틀 무렵부터 자신에게 이미 붙여진 꽃이름에 꽤나 불만이다. 슬픔이 가슴속을 헤집을 만큼.
서러움 움켜쥔 속마음마저 햇볕에 빛바래 간다. 때론 외로움 토닥이며 걸어가는 길동무가 그립기도 하다. 찾아오는 이 없는 외딴 구석, 하루는 수줍은 미소로 옛 노래를 부르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 본다.
고운 천에 빨갛게 물들이며, 목에 갇힌 숨 몰아내며, 은빛 솜털 쭈삣 세우며, 그리움 삼킨 입술은 촉촉이 이슬로 적시며, 시원한 밤에 너울너울 웃음 날리며, 허무함은 달래고 삭히며 살다 보니, 봄이 저만치 가는 줄도 모른다.
한적한 곳에 피어 있는 할미꽃과 시적 화자를 동일시 여기면서, 표현해 내는 이미지 시가 독자의 시선을 은은히 사로잡고 있다.
속 비어
시원한 마음 거칠 데 없고
날 때부터 비워내어
더 채울 것도 없다
마디 마디 품은 소리
사랑가로 토해내고
하늘 하늘 춤사위
휘어질 듯 다시 온다
사시사철 푸른 잎
무슨 꽃인들 부러울까
잎사귀에 청정 이슬 받아
살포시 씻은 뒤
새순처럼
청빛 팔랑이며
맑은 대숲에
사랑의 햇살 아낌없이 나눠 준다.
- [대나무 1]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대나무 찬가를 부르고 있다.
속 비어 시원한 마음 거칠 데 없어 좋다. 날 때부터 비어 있어 살면서 더 채울 필요도 없다.
마디 마디 품은 소리는 사랑가로 토해내니 좋고, 하늘 하늘 춤사위 휘어질 듯 다가오니 아름답다. 사시사철 푸르니 무슨 꽃인들 부럽겠는가. 이파리에는 청정 이슬 받아 살포시 씻고 새순처럼 청빛 팔랑이며 살아가면서, 이따금 길손들에게 맑은 대숲에 머무른 사랑의 햇살 아낌없이 나눠 주며 살아가는 대나무가 참 좋다.
대나무 예찬, 대숲 예찬이 곧 시적 화자의 내면 고백처럼 들린다. 이런 대나무처럼 살고 싶은 시적 화자, 이런 대나무처럼 살면서 시를 쓰고 싶어하는 시인, 모두 멋스럽고 우아하다.
칠십여 인생살이
술잔에 담으니
붉게 타는 노을
잔 속에 타들어 가고
눈도 노을이고
마음도 노을이련가
주름진 내 남은 인생 중
가장 젊은 날
노을에 곱게 물들어 간다.
- [노을에 물든 인생]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인생 노년의 삶을 시로 묘사해 내고 있다.
칠십여 인생살이를 술잔에 담는 배짱, 붉게 타는 노을이 다가와 함께 불태운다. 그때 눈도 마음도 가슴도 노을이 된다. 가만히 내려다보니, 주름진 인생, 앞으로 살아갈 인생, 지금 놓여진 이 인생 중 가장 젊은 날이 오늘 바로 지금인 것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도 노을과 함께 불탄다. 이윽고, 노년의 삶도, 지금의 인생도, 노을도 함께 붉게 타고 있다. 무엇보다도 더이상 슬퍼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오는 인생을 담담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받아들이며 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러면 됐다. 그만하면 됐다. 그 깨달음이 있는 한 실패한 삶이 아니니까.
난 꽃보다
네가 좋아
햇볕에서 일하느라
까맣게 탄 얼굴에
미소 포근한 어머니가
거기 서 있어서
평소에도
항상 너를 생각해
땀방울이 주르르
등 타고 내릴 때도
손 깊숙이 집어 넣어
젖가슴 만지면
너의 따스한 정이 흐르곤 했지
출렁이는 검은 파도는
낮부터 밤까지 꽃이 피었고
젖냄새 나는 잔 속의 그 향은
오래 전부터 포로로 잡혀 버렸지.
- [커피 2]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꽃보다 커피가 좋다고 고백한다.
왜 그럴까? 햇볕 아래서 일하느라 까맣게 탄 얼굴, 거기에 미소 포근한 어머니가 서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항상 커피를 생각한다. 왜? 땀방울 주르르 등 타고 내릴 때도 손 깊숙이 집어넣어 젖가슴 만지면 느껴지는 그 따스한 정이 커피 속에는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뒤돌아보면, 출렁이는 검은 파도가 늘 위협했고, 낮부터 밤까지 괴롭혔지만, 젖냄새 나는 잔 속의 그 커피향은 오래 전부터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그런 커피, 그런 커피향이 좋다. 늘 함께하고 싶다. 영원히 친구처럼 같이 가고 싶다.
시적 화자의 커피 찬가는 밤새워 이어질 듯하다.
눈맞춤 인사 끝나면
두툼한 입술의 강 건넌다
뜨거운 잔이 입술 깨물어
검게 익어 간다
눈길 마주치는 그 좁은 사이로
향이 끼어들어 넋두리한다
뜨겁게 잡는 손 안에
머리카락 같은 질긴 파닥거림이 노닌다
발목 붙잡고 스며든 찻잔 속 추억
언제 보아도 깊은 맛 얹는다.
- [커피 3]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커피 입장에서 사물을 내려다보고 있다.
눈맞춤 인사를 끝내고 나면 두툼한 입술의 강을 건너야 한다. 뜨거운 잔이 입술 깨물 때는 검게 익어 간다. 눈길 마주치는 그 좁은 사이로 커피향이 끼어들더니 넋두리를 시작한다.
뜨겁게 잡은 손 안에는 머리카락 같은 질긴 파닥거림이 노닐고, 덩달아 발목 붙잡고 스며든 찻잔 속 추억이 슬며시 다가와 깊은 맛을 얹어 놓는다.
언제나 그렇다.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느낌과 분위기와 향과 맛을 동시에 포착해 내고 있는 솜씨가 놀랍다. 아주 세련되어 있고, 이미지 구현이 자연스러워 감칠맛이 난다. 시의 특질 쪽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 시향과 손잡고 속삭이는 듯하다. 훌륭한 시인의 길을 걸어갈 것 같아, 믿음직스럽고 부럽다.
엄마는 바다다
치맛자락 잡고 어리광부리면
부엌에서는 뭔가 꼭 나온다
염전은
하얀 메밀꽃처럼 흐드러져
반짝반짝 빛난다
비상을 준비하는 독수리 모습
새파란 생금밭은
나비처럼 날아 돌아오고
배가 끌고 온
바다 내음은
짭쪼롬한 맛 깊은 향 품는다
항구 없는 마을에 퍼붓는 물결
굼실굼실 출렁거리는 파도
각자의 집으로 퍼 간다
숙성된 파도가
고향을 잊어 갈 때
옛 향기 담은 추억 깨워
간장 담그고
김칫감도 절여서
날마다 바다의 추억 먹고 살아간다.
- [비금도]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엄마에 대한 회상을 시적 형상화로 꾸며 놓고 있다.
어린 시절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어리광부리면 부엌에서 뭔가가 나왔다. 하얀 메밀꽃처럼 흐드러져 반짝이는 염전, 거기서도 비상을 준비하는 독수리가 있다. 새파란 생금밭으로 나비처럼 돌아오는 향수가 있다. 거기엔 배가 끌고 온 바다 내음도 있다.
짭조름한 맛 깊은 향을 품고 있는 내음. 거기 마을 사람들은 출렁거리는 파도를 각자의 집으로 퍼 가지만, 숙성된 파도는 고향을 점차 잊어 간다. 항구 없는 마을에서, 향기 담은 추억 깨워 간장도 담그고 김칫감도 절여서 날마다 바다의 추억을 먹고 살아간다.
고향을 떠나 외지로 떠나 지내면서도 향수에 젖어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아련한 향수로 그려내고 있는 시, 이런 시를 쓰는 이명순 시인이 새삼 소중해 보인다.
방어막 하얗게 겹겹이 쌓아놓고
칼바람 앞세우는 겨울 끝
저만치서 너울너울
바람과 그네 뛰는 버들 아씨
가지마다
고운 연둣빛 물고 서 있다
개나리 노랑빛
밤새워 물어오는 물안개
흐드러지게 핀 들꽃들의 향기
두루 퍼지는 들녘
풀꽃잎 한 잎 두 잎
곱게 접어
그리운 님에게
꽃 편지를 보내면
제비가 답장 물어오겠지
우체통도 꽃인 양 덩달아 단장한다.
- [봄 1]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봄을 따스한 눈길로 관찰하고 있다.
방어막 하얗게 겹겹 쌓아놓고 칼바람 앞세우던 겨울을 이겨내고, 저만치서 너울너울 바람과 그네 뛰고 있는 버들, 가지마다 연둣빛 물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개나리 노랑빛은 밤새워 물안개 물어오고 있고, 흐드러지게 핀 들꽃 향기는 들녘 저 멀리까지 두루 퍼지고 있다. 시적 화자는 풀꽃잎 한 잎 한 잎 곱게 접어 그리운 님에게 꽃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소망한다. 부디 제비가 답장 물어오기를. 그러자, 우체통도 꽃인 양 단장하기 시작한다.
동심처럼 아름답게 배경을 이루고 있는 시심, 그 안에서 펼쳐지는 선명한 이미지 구현은 시의 맛과 멋을 한껏 느끼고 즐기게 해준다.
큰 등에
물비늘 반짝반짝
파도가 부서진다
매번 저리 스러져 가도
다시 되온다
출렁이는 물살에
모래들의 속삭임 지난 자리
새들의 발자국으로 지우고
밤새 자장가로 재운다
기다림의 시간은
끝없이
얼룩진 묵은 향만 전한다
갯바위에 부딪혀 부서지고
깨진 아픔을
파도 소리로 토해내어
되살아온 추억 그리며
철썩철썩
사랑 노래 구성지게 부른다.
- [바다 1]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바닷가에 서서 파도를 바라보고 있다.
파도의 큰 등에 물비늘이 반짝거리고, 파도는 부서졌다가 다시 되오길 반복한다. 출렁이는 물살에 모래들이 속삭이고, 그 속삭임이 지난 자리는 새들의 발자국으로 지운다. 그리고는 밤새 자장가로 재운다.
기다림의 시간은 얼룩져 묵은 향만 전하지만, 갯바위에 부딪혀 부서지고 깨진 아픔은 파도 소리로 토해내 버린다. 되살아온 추억을 그리며 철썩 철썩 사랑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며 지낸다.
바닷가에서 님을 기다리는 시적 화자의 내면과 아픔과 쓸쓸함이 피부로 와 닿아 느껴진다. 그 미묘한 감성도 전해져 울컥 그리움에 휩싸인다. 독자와 공감하고 독자와 어우러지는 감성, 그 감성 속으로 시의 생명력이 꿈틀댈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주섬주섬 챙겨든 손
꽃물이 들어간다
아지랑이 들로 내려오고
산과 들은
파릇파릇 살이 오른다
아이들이
재잘재잘 나물 캐러 가면
햇살이 어린 손등에
입맞춤해 주며 술래잡기한다
낮잠 자던 개구리
부스스 눈뜨더니
헐떡대며 파닥파닥 뛰어간다
밭고랑에 들꿩
소란스럽게 푸드득
소리 치며 날아오르자
아이들 깜짝 놀라 넘어진다
보랏빛 제비꽃
수줍은 미소 짓고
덩달아 피어나는 들꽃들이
매운 바람에 향기 실어 보낸다
이제 곧
강남 제비도
옛집 찾아오겠지.
- [봄 오는 길]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봄이 오는 길에 서 있다.
주섬주섬 챙겨든 손에 꽃물이 들어간다. 아마 이 꽃 저 꽃 만져보고 향기 맡아 보고 꽃에 향기에 봄에 취해 있나 보다.
아지랑이가 들로 내려오고 있고, 산과 들은 파릇파릇 살이 오르고 있는 길목,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나물 캐러 가고, 햇살은 아이들의 손등에 입맞춤해 주기도 하고 술래잡기 놀이도 한다. 낮잠 자던 개구리는 부스스 눈뜨자마자 헐떡대며 뛰어가고, 발고랑에 숨어 있던 들꿩은 소란스레 날아오른다. 그 소리에 놀란 아이들이 깜짝 놀라 넘어지고 만다. 보랏빛 제비꽃은 수줍은 미소 짓고 있고, 그 주위에 피어난 들꽃들이 바람에 향기 실어 보내며 즐거워한다.
시적 화자는 눈길을 들어 강남 제비를 찾는다. 이제 곧 옛집을 찾아올 강남제비만 오면 봄맞이 끝, 참으로 한가롭고 정겨운 정경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걸 시 속에 담아내는 이명순 시인,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아, 행복한 여생을 보내길 기원한다.
지금까지 이명순 시집 속에 담겨 있는 시 몇 편을 독자반응비평으로 감상하며 음미해 보았다.
전반에 흐르고 있는 섬세한 감성이 독자들에게 다가와 대화하거나 속삭이고 있다. 이미지 구현을 통해 선명한 그림을 그려 독자 앞에 시의 밥상을 차려 놓으니, 감상의 맛도 좋고 행복하다.
시는 이렇듯, 선명한 이미지로 시의 밥상을 차려 놓을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이왕이면 참신한 발상, 즉 낯설게 하기,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면 더 멋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리듬을 살려 낭송할 때 입안에 착착 감기는 시어 배치를 하면 더욱 멋질 것이다. 그러면서도, 읽고 나면 머리에서 등줄기로 훑고 내려가는 감동, 감흥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이명순 시들이 이러한 시의 특질에 가까이 접근해 있고, 또 독자의 감성에 전율을 주고 행복을 안겨 주고 있어 고무적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창작하여, 이미지 시를 모아, 참신한 해석의 시를 모아, 그리고 감동을 주는 시를 모아, 제2, 제3 시집을 펴내기를 바란다.
이제부터, 행복하고 신나는 여생의 시작, 이게 이명순 시인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 언제든, 어느 곳에서건 시를 쓰고 시를 읊는 성숙하고도 우아한 시인으로 오래 오래 우리 독자들 곁에 남아 주었으면 좋겠다.
- 봄맞이로 열린 박덕은 그림 전시회 한켠에서 백목련을 바라보며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전전남대 교수, 문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동화작가, 수필가, 화가)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명순
전남 담양 출생1948년생[문학공간] 시 부문 신인문학상 당선광주도재 대표이사푸르른 문학회 회장한실문예창작 회원탐스런 문학회 회원꽃스런 문학회 회원
목차
1장 상사화
2장 그대 생각이 나면
3장 봄 오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