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기자라면 으레 직업윤리와 신념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기자가 되고 보니 기자들은 권력 앞에 공손하고 자본에는 깍듯했다. 그 틈에서 나는 살아 있는 권력과 여러 차례 충돌하면서 기자란 국민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고, 기자가 지켜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책에 내 이야기를 담담하게 썼다. 나에게 기자 그렇게 하는 것 아니라며 손가락질했던 이들에게 보내는 답장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 〈프롤로그〉 중에서
지역감정과 혐오는 수십 년이 흘러도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민 통합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지만 허울 좋은 구호로 소비될 뿐이다. 만약 내가 전라도에서 태어났다면 경상도 출신들에게는 내가 보도한 기사가 다르게 읽히기라도 했을까. 그들의 바람대로 내가 홍어였다면 그들은 나에게 뭐라고 했을까. 홍어는 또 무슨 죄인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갈라치기부터 하려고 드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래서 타이레놀을 끊을 수 없다. ― 〈너는 홍어는 아니구나〉 중에서
선생이 쓴 〈기자풍토 종횡기〉와 〈직업수필〉은 나의 기자 생활 지침서였다. 합동통신 국제부와 조선일보 국제부에만 13년간 있던 선생이 어떻게 이렇게 기자의 생리를 꿰고 있는 건지 놀라웠다. “자네만 오게”라는 다섯 글자로 기자와 권력이 공생관계가 되는 장면과, 선배 기자에게 타락했다고 비판하던 수습기자가 어느 날부터 “골프는 사치가 아니”라며 구습에 동화되는 모습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선생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치 과거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스승에게 호되게 혼나는 느낌이었다. ― 〈나의 사표(師表) 리영희〉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기주
서울 출생. 대학 졸업 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2008년 광우병 시위 현장을 지나다 경찰의 폭압적인 진압을 우연히 목격한 뒤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경제TV에 입사해 언론에 발을 들였고, 2013년 2월 MBC로 옮겨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국제부, 선거방송기획단 기자를 거쳤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였던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순방을 동행 취재하던 중 비속어 논란 발언을 최초로 발견해 ‘바이든 날리면’ 사태에 불을 붙였다. 그 후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당했고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에게 “뭐가 악의적이에요?”라고 질문하면서 비서관과 공개 설전을 벌였다. 2023년 2월에는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 특종 보도로 제54회 한국기자상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