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12년 역사비평사에서 출간해 큰 반향을 일으킨 『조선을 떠나며』의 자매편으로 기획되었다. ‘1945년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최후’라는 부제를 가졌던 전작과는 반대로, 이번에는 조선에서 해외로 강제 동원되었거나 거류했던 사람들이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고 생존하는 이야기다. 이른바 귀환자들이 해방된 조국으로 귀환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조국의 거친 현실은 참으로 엄혹한 것이었다. 지은이 이연식은 해방 조선의 민낯과 비정한 사회 분위기에 대해 당시 자료를 바탕으로 30여 개의 에피소드 속에서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적어도 미군정의 철퇴 지시에 따라 일본인들이 모두 돌아가고, 장충단에 제1호 귀환자 구호소가 설치된 1946년 3월 이후에는 이들이 남기고 간 건물에 귀환자나 초기 월남민을 얼마든지 수용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왜 그런 소동이 벌어졌을까. 그 해답의 단서는 김형민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에서 곧 요릿집을 개방할 예정이지만 ‘사정상’ 이름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한 미묘한 답변에 숨어 있었다. 즉 이미 누군가가 그 건물들을 차지하고서는 내놓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해방 후 해외 귀환자의 유입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사회적 갈등과 후유증의 시발점이자 기폭제였다고도 볼 수도 있다.(「1장」 중에서)
이렇듯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종전 후 이루어진 대규모 인구이동은 본질적으로 뚜렷한 특징을 내포하고 있었다. 즉 이동하는 사람들의 송환과 수용 사이에는 이동 당사자의 개인적인 선택권보다는 조선인ㆍ일본인ㆍ점령군이라는 각 행위 주체의 집단적ㆍ민족적ㆍ국가적 이해관계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말하자면 이들 3자 간의 각기 다른 필요ㆍ욕망ㆍ지향이 서로 충돌하는 가운데 이것이 미세 조정되는 방식으로 전후 인구이동의 논리와 틀이 만들어진 셈이다.(「2장」 중에서)
남한의 제 정당 및 사회단체, 그리고 학계에서는 일본인들이 항복 방송을 듣자마자 벌인 일련의 행동을 지켜본 뒤, 이러한 끔찍한 사태를 예상하고 다양한 경로로 일본인 소유 재산을 당장 ‘동결’해 자유 매매를 금지하고, 이들이 보유한 화폐를 공공 기관에 ‘등록ㆍ예탁’시켜 국가(남한에 수립될 임시정부나 군정 당국)가 철저히 ‘관리’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미군은 진주 후 이러한 남한 사회의 권고를 무시한 채 1945년 9월 25일 일본인 사유재산의 매매(미군정법령 제2호)를 허용함으로써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탐욕과 죄악의 판도라 상자를 기어코 열고야 말았다.(「3장」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연식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학 박사(Ph.D). 현재 일본 소피아(上智)대학교의 외국인연구원과 ARGO인문사회연구소의 선임연구위원으로서, 인구이동과 마이너리티(minority) 문제 등 역사사회학에 휴머니즘을 불어넣은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 《조선을 떠나며》가 있는데 일본에서 《朝鮮引揚げと日本人-加害と被害の記憶を超えて》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옮긴 책으로 《국역 경성부사》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