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독립 출판으로 나왔던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의 정식 출간본으로, 대형병원 응급실 간호사인 저자가 5년 동안 병원에서 겪고 느낀 기쁨과 슬픔을 기록한 에세이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저자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뉴욕 간호사로 근무하며 겪은 일에 대한 에피소드와 귀여운 컬러 일러스트를 추가하여 한층 더 다채로워졌다.발랄했던 신규 간호사가 고된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에 지쳐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5년간의 일기와, 환자를 돌보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기록이 실렸다. 저자의 솔직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 기록이 이 땅의 모든 간호사들, 더 나아가 자신이 아픈 줄도 모르고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진정성 있는 위로와 응원을 건네기를 바란다.병원 선배는 나에게 “그냥 너가 죄송하다고 하면 안 되냐?”라고 했습니다. 나는 왜 ‘그냥’ 죄송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연차가 찬 나는, 이제 겨우 속을 끓이지 않고 환자들에게는 죄송하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는데, 도대체 간호사는 왜 쉬는 날에도 그래야 하는 건지, “누가 이렇게 나를 자꾸 잘못한 사람으로 만드는 걸까?” 묻지 않았습니다
간호사로 살면서 좋은 점 한 가지는, 좋은 간호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덜너덜한 멘탈을 붙잡으려고 찾아간 친구도, 울먹이는 나를 위로한 동기도, 밤샘 근무 동안 나를 토닥여 준 응급실 후배도. 좋은 간호사들이 곁에 많아 나는 아직 씩씩하다. 그래 맞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그래, 밥 잘 챙겨 먹고 몸 생각을 해야 한다. 오늘은 운동을 할게. 꼭 할게. 이렇게 아플 때, 아픈 사람 잘 돌보는 간호사들이 곁에 많아 참 다행이다. 내게 꼭 필요한, 행운이다.
한 해 마지막 날을 동기와 함께 보냈습니다. 사람 사이의 스트레스는 사람으로 잊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보듬어진다는 것을 몸소 배웠습니다. 순수했던 초심은 온데간데없고 어떻게든 ‘오늘만 무사히’라는 생존 법칙만을 깨우친 것 같아, 나를 이렇게 만든 것들에 대해 화가 많이 났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채리
한국에서는 메르스 사태와, 미국 뉴욕에서는 코로나 감염증 대유행과 싸운 응급실 간호사. 서울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4년 넘게 근무하고 퇴사하며, 병원 입사 시의 사번 212129를 필명으로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를 독립 출판해 많은 간호사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간호에 대한 열정과 병원에 대한 애사심이 가득했던 신규 간호사에서 어떤 응급 상황에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책임 간호사가 되기까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한 간호사의 성장기와 경고 없이 찾아오는 번아웃을 이야기하며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