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나비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꽃이
혼자라는 사실은
조용한 슬픔이다
소리치지 못하는 아픔이다
시냇물은 어떻게 우나
개미가 더듬는 소리까지
듣고 싶은 소원이
귀의 모양을 닮아 가고
피어날수록 나를 주름지게 했다
입술의 움직임을 읽어 내야 하는
나날들
모두가 바람에 흔들리며 웃을 때
이유 모를 웃음을
애써 지어야 했던
외로운 비명이다
-〈맨드라미의 소원〉 전문
어른, 어른.
입에서 둥글게 갈라지고 혓바닥은 윗니의 오래된 내부장치를 건드린다
몇 년 동안 함께했다고 이젠 익숙하면서 여전히 낯선 기찻길
교정 철사가 혓바닥을 날카롭게 자극해 입안에 비릿한 맛이 퍼진다
씁, 씁, 아 그래 어른의 맛이야 비리고 쉰내 나는 맛 아픔은 입안에서 혼자 씁, 씁, 삼켜야 해
동전을 양껏 손에 쥐고 손바닥을 핥은 쇠 맛같이 누구에게 공유할 수 없는 맛
-〈어른의 맛〉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