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대한민국 지능범죄수사대장 출신 변호사인 저자의 첫 번째 소설이다. 저자는 경찰 중요 수사부서를 모두 거치며 17년간 수사현장 최전선에서 활약한 ‘최고의 수사통’이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예리한 눈썰미로 굵직한 사건들을 총괄해왔던 저자는, 엄청난 규모와 그 악질성으로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경제범죄를 모티브로 이 소설을 완성했다. 주인공 박동금은 과거 골프선수 출신의 빼어난 외모를 지닌 초짜 형사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경찰이 되었지만 남다른 눈썰미가 범죄 현장에서 조금씩 빛을 발할 때쯤, 거액의 위조 수표와 조폭이 얽힌 대한민국 최악의 경제 범죄의 담당 형사를 맡게 된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 우연히 마주쳐 마음을 사로잡았던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가 용의자의 딸임을 알게 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간다. 주인공은 자신의 여자를 지키며 냉철하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형사로서 자신이 가진 자질을 발견하고 거침없이 성장한다. 박동금과 그를 둘러싼 베테랑 형사들과의 수사 장면 묘사는 하나의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실제로 형사들이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박동금은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사건의 실타래를 누구보다 뛰어난 눈썰미와 대담성, 치밀한 성격으로 집요하게 파헤쳐 결정적 단서들을 짚어낸다.9월 초인데도 여전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대한은행 역삼역 지점 VIP실은 빵빵한 에어컨 덕분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이곳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그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왕도술. 멀끔하게 차려입은 도술이 차분한 어투로 말했다. “10억, 전부 현금으로 인출해줘요.” “네, 회장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100억을 몽땅 현금으로 인출하다니… 그것도 하루 만에…?’ 사실 도술은 이날 오전에도 방문해 30억을 인출해갔다. 미정은 그런 도술을 의아하다는 듯이 힐끔거리며 쳐다보았다. 그녀는 관상이라도 보듯이 남자의 얼굴과 옷차림새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도술은 태연하게 커피잔을 들고는 VIP실을 눈으로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 커피잔을 들어올린 도술의 왼 손등이 미정의 눈에 들어왔다._ 1. 일란성 쌍둥이
잠시 후 방문을 열고 키가 큰 젊은 여자가 거실로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여자를 본 동금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여자다!’ 동금은 순간 얼어붙은 사람처럼 여자를 쳐다보았다. 거실로 모습을 드러낸 영숙의 딸 황지혜는, 다름 아닌 을지한우에서 첫눈에 반했던 그녀였던 것이다. 지난 한 달 동안 동금의 마음 한편에서 시도 때도 없이 심장을 두들기던 그녀.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련한 통증을 유발하던 그녀…. 마치 운명처럼 다시 나타난 지혜로부터, 동금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지혜는 하늘색 단추가 달린 수수한 셔츠에 밴딩 바지를 입고 있었다. 집안에서 편히 입을 법한 옷차림이었지만, 어쩐지 그 모습조차 관능미가 있었다. _ 2. 알 수 없는 두 가지
데스크를 맡은 정선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매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서울청 수사부에 수사 진행보고를 해야 하는데, 새로운 수사내용이 아닌 이전에 했던 내용만 반복 보고하게 되면 지휘부에서는 수사팀 능력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업데이트되지 못하는 진행보고 외에도 걱정거리는 또 있었다. 3팀이 매일 밤 회의하는 것을 본 다른 팀 형사들이 ‘3팀에 뭔가 중요 사건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당 사건은 광수대장이 “다른 팀도 모르게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라.” 명령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팀들이 눈치를 채게 되면 금방 소문이 퍼지고, 소문이 퍼지게 되면 기자들이 냄새를 맡게 된다. 다행히 아직 기자들로부터 취재는 없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는 시간문제였다._ 막고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