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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불꽃을 쫓다
문학동네 | 부모님 | 202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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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언제나 우리에게 놀라운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는 작가, 정세랑이 선보이는 본격 명랑 미스터리 ‘설자은 시리즈’의 2권 『설자은, 불꽃을 쫓다』가 출간되었다. 한번 손에 쥐면 순식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흡인력 있는 전개와 사랑스럽고 생동감 있는 인물들, 읽는 이를 빈틈없이 감싸 안는 온기 어린 시선으로 독자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아온 정세랑은 자신만의 분명한 목소리를 지니면서도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작품세계를 확장해왔다.

『시선으로부터,』로는 모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삼대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해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조선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 등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고, 같은 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이경미 연출, 정유미·남주혁 주연) 또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스토리텔러로서의 저력을 여실히 증명한 바 있다.

‘설자은 시리즈’는 정세랑이 펴낸 첫 역사소설이자 첫 추리소설, 그리고 첫 시리즈이다. 통일신라시대의 수도 금성을 배경으로, 집사부 대사 설자은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권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2023)에 이어 출간된 『설자은, 불꽃을 쫓다』는 남장을 하고 죽은 오빠를 대신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설자은이 금성으로 돌아와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을 식객으로 들여 함께 사건들을 해결하다 왕의 눈에 띄어 어둠 속에서 암약하는 집사부의 대사로 임명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건과 사건 사이 빈틈을 포착하는 날카로운 시선과 냉철하고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사려 깊은 마음을 지닌 설자은은 왕의 명으로 무도한 이들이 금성의 배후에서 벌이는 일들의 진실을 밝혀낸다. 그 과정에서 설자은은 뜻하지 않은 악명을 얻기도 하고, 커다란 시련을 겪기도 하며 성장해나간다. 정세랑이 만들어낸 또하나의 환상적인 세계, 통일신라시대 금성의 모습을 눈앞에 펼쳐 보이듯 생생하게 그려낸 7세기의 먼 과거에서 매력적인 인물들이 벌이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모험담. 오래도록 독자들을 사로잡을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출판사 리뷰

혼란한 시대, 흰 매가 새겨진 칼로 악의를 벤다!
사려 깊은 마음으로 무도함에 맞서는 신라 탐정 설자은

『시선으로부터,』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이 탄생시킨 또하나의 독보적 여성 캐릭터


언제나 우리에게 놀라운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는 작가, 정세랑이 선보이는 본격 명랑 미스터리 ‘설자은 시리즈’의 2권 『설자은, 불꽃을 쫓다』가 출간되었다. 한번 손에 쥐면 순식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흡인력 있는 전개와 사랑스럽고 생동감 있는 인물들, 읽는 이를 빈틈없이 감싸 안는 온기 어린 시선으로 독자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아온 정세랑은 자신만의 분명한 목소리를 지니면서도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작품세계를 확장해왔다. 『시선으로부터,』로는 모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삼대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해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조선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 등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고, 같은 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이경미 연출, 정유미·남주혁 주연) 또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스토리텔러로서의 저력을 여실히 증명한 바 있다.

‘설자은 시리즈’는 정세랑이 펴낸 첫 역사소설이자 첫 추리소설, 그리고 첫 시리즈이다. 통일신라시대의 수도 금성을 배경으로, 집사부 대사 설자은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권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2023)에 이어 출간된 『설자은, 불꽃을 쫓다』는 남장을 하고 죽은 오빠를 대신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설자은이 금성으로 돌아와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을 식객으로 들여 함께 사건들을 해결하다 왕의 눈에 띄어 어둠 속에서 암약하는 집사부의 대사로 임명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건과 사건 사이 빈틈을 포착하는 날카로운 시선과 냉철하고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사려 깊은 마음을 지닌 설자은은 왕의 명으로 무도한 이들이 금성의 배후에서 벌이는 일들의 진실을 밝혀낸다. 그 과정에서 설자은은 뜻하지 않은 악명을 얻기도 하고, 커다란 시련을 겪기도 하며 성장해나간다. 정세랑이 만들어낸 또하나의 환상적인 세계, 통일신라시대 금성의 모습을 눈앞에 펼쳐 보이듯 생생하게 그려낸 7세기의 먼 과거에서 매력적인 인물들이 벌이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모험담. 오래도록 독자들을 사로잡을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귀는 올 것이다.
얼룩져 부패해가는 금성을 처음으로 돌리기 위해,
훨훨 날아올 것이다!”


『설자은, 불꽃을 쫓다』에서는 집사부 대사에 임명된 설자은이 본격적으로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설자은은 베어야 할 것을 베라는 왕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이 베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는다. 자은은 하사받은 흰 매가 새겨진 검으로 무엇을 베어야 할지 아직 알지 못하지만 왕은 “너는 무엇을 베어야 하는지 보는 순간 알 것이다”라고 할 뿐이다. 그리고 그의 말 그대로, 실제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자은은 자신이 무엇을 베어야 하는지 즉시 깨닫는다.
2권에서 설자은이 처음으로 만나는 사건은 「화마의 고삐」. 어느 밤 금성의 한곳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밤새 불타올라 잿더미가 된 집안에서는 어린아이 둘을 포함해 네 구의 시신이 발견된다. 어딘지 석연치 않은 사건임을 느낀 자은의 예감대로 곧 두번째 불꽃이 거세게 일고, 이번에는 여섯 구의 시신이 발견된다. 그 일 이후 저자에는 더러운 금성을 정화하기 위해 불귀신 지귀가 돌아올 거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데, 과연 지귀는 존재하는 것일까? 설자은과 목인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두번째 사건인 「탑돌이의 밤」에서는 소원을 빌기 위해 흥륜사에서 탑돌이를 하던 설도은에게 갑자기 천으로 감싸인 돌멩이가 날아온다. 천에 쓰여 있던 것은 “설대사를 데리고 있다”라는 메시지. 마침 함께 있던 산아와 얼른 집으로 돌아와보니 역시나 자은은 보이지 않고, 두 사람과 목인곤은 설자은을 되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그런데 몇차례 인질범들의 요구에 응하던 도은은 그들의 요구에서 왠지 모를 위화감을 발견한다.
마지막 사건 「용왕의 아들들」은 왕의 명으로 다섯 개의 작은 수도, 오소경으로 떠나는 이들의 신고로부터 시작된다. 산적떼가 나타나 자신들의 재물을 갈취해 갔다는 것. 하지만 설자은은 그들의 신고문에 무엇을 갈취당했는지 적혀 있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윽고 각 소경을 모두 돌아보기로 한 설자은은 첫번째로 도착한 금관소경에서 만난 사량부 최씨에게 수치심 가득한 목소리로 딸을 빼앗겼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용 모양의 탈을 쓴 이들이 최씨 일가에 가진 재물을 모조리 내놓는 것과 막내딸을 내놓는 것 중 한 가지를 택하라고 했다는 것. 설자은 일행은 산적떼의 기이한 행각에 아연한다.

이처럼 설자은은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맞닥뜨리는데, 그것을 해결하도록 하는 것은 비상한 두뇌와 냉철한 시선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요한 그의 능력은 사려 깊은 마음이다. 설자은은 무도함에 맞서며 때로는 냉정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끝내 사려 깊음을 잃지 않는다. 2권은 그런 설자은이 신뢰하는 이에게 자신의 가장 위험한 비밀을 나누기도 하고, 믿고 싶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기도 하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악의를 가진 자들을 베었을 뿐인 자은에게 무도하다는 뜻하지 않은 악명이 생기기도 하며, 늘 웃는 얼굴인 목인곤은 자은을 도우려 위험한 일에 손을 대며 점점 자은의 짙은 그림자가 되어가기도 한다. 옳은 곳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옳은 길로만 갈 수 없는 것인지 자은은 깊은 고뇌에 빠지지만, 그럴 수 있다고 믿기로 하고 걸음을 옮긴다. “말하다보면 믿기는 날도 더러 있었다”(162쪽)라고 생각하면서.

자은에게는 자은의 사람들이 늘었지만, 잠이 들었을 때는 홀로였다. 매가 새겨진 칼을 들고 조원전 앞에 서 있을 때의 꿈을 되풀이해 꾸곤 했다. 촉감까지 느껴지는 유난한 꿈들이었다. 칼은 자은의 손안에서 서늘했다가 뜨거웠고, 깃털 같았다가 무거웠다. 비명으로 가득한 꿈을 꾸고도 자은은 언제나 조용히 눈을 떴다.
_「화마의 고삐」, 162쪽

정세랑이 탄생시킨 또하나의 독보적 여성 캐릭터, 설자은

설자은은 『시선으로부터,』의 심시선, 『보건교사 안은영』의 안은영에 이어 정세랑이 탄생시킨 또하나의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라고 할 만하다. 7세기에 탐정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신라 탐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설자은이 지닌 진짜 능력은, 일어난 일의 구조를 간파하는 뛰어난 추리력이 아니라 사람의 안쪽을 깊이 헤아리는 능력일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다른 탐정들과 설자은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그 따뜻한 마음에 있다. 설자은 외에도 이 이야기에는 매력적인 인물들로 가득하다. 언제나 생긍생글 웃는 얼굴로 능청을 떨지만 부탁한 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손재주를 지닌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 뛰어난 머리를 지녔지만 어딘지 한군데가 고장난 듯한 윤리관을 지닌 설호은, 산학에 능하며 반듯한 균형 감각을 가진 설도은, 누구보다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마음을 지닌 산아, 그리고 보는 이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왕까지. 이처럼 개성 강한 인물들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우러져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설자은 시리즈’를 읽는 또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천년왕국 통일신라의 휘황찬란한 수도 금성,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황금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대수사극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한 정세랑은 오래전부터 본격적으로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쓰고자 하는 소망을 비춰왔다. 작가는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을 구상하고 경주로 첫 조사 여행을 떠난 것이 2016년이라 밝혔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의 첫 에피소드이자 ‘설자은 시리즈’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갑시다, 금성으로」가 미스터리 소설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에 게재된 것이 2018년이니, 1권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가 완성되기까지 최소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금성의 흔적을 찾아 경주로 수차례의 답사를 다녀오고, 수년간의 자료 조사를 거친 뒤에야 시리즈의 첫 권을 내놓을 수 있었다.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먼 과거를 살아간 사람들이 우리 앞에서 생생히 살아 움직이게 된 것이다. 정세랑은 ‘작가의 말’에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을 쓰고자 했을 때 시기를 통일신라시대로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며, “풍요 속에 숨어 있는 붕괴의 씨앗”을 품은, “한껏 융성을 향해서 가다가 어느 순간 무너지기 시작”(‘작가의 말’)한 시대를 거울삼아보고 싶었다고 썼다. 그 말대로 평화로우면서도 혼란이 잠재되었던 시기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펼쳐지기에 안성맞춤인 무대일 것이다.
정세랑의 마법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추리소설에서도 명랑함을 잃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적 쾌감을 주는 트릭들도 물론 등장하지만 정세랑은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작품의 배경은 680년대 후반, 1300년이나 과거의 이야기임에도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현재의 우리를 비춰보며 그 시대의 사건들을 지켜보는 일은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설자은 시리즈’는 최소 세 권으로 기획된 시리즈로 이번 2권 『설자은, 불꽃을 쫓다』에 이어 3권 『설자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가 출간될 예정이다. 작가는 열 권 이상의 시리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자 희망을 밝혔다. 앞으로 오래도록 이어질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을 함께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이 책을 집어든 분들이 한순간만이라도 시간 여행의 감각을 느끼신다면 좋겠다.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 직접 간 듯한 낯선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 모두가 부를 줄 알았으나 이제는 한 마디도 남지 않은 노래를 함께 흥얼거릴 수 있다면, 지금 우리의 노래가 천 년 후에도 잊히지 않는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_「이야기가 발생한 틈새들─‘설자은 시리즈’가 탄생하기까지」, 『정세랑 작가 노트』에서


인물 소개

설자은
“이름을 얻은 걸까, 빼앗긴 걸까.”

원래는 열한 남매 중 여섯째 설미은이었다. 한 살 많은 다섯째 설자은이 당나라 유학을 앞두고 급환으로 사망하면서, 셋째 설호은의 책략으로 설자은이 되었다. 얼굴이 닮았고 비슷하게 머리가 좋다는 이유였으며 길게 고민할 틈은 없었다. 집안에 갇혀 살기 싫어 설자은이 되기로 택했으나, 이어진 날들이 순탄치 않아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긴 듯하다. 유학을 그리 길게 갈 계획도 아니었는데, 나당 전쟁으로 두 나라 사이에 사신단이 오가지 않은 동안 그만 고립되고 말았다. 가지고 간 걸 다 팔고 학사의 스승과 동료들이 주는 일감을 얻어 겨우 살아남았다. 고독과 허기에 지친 채, 책 상자들을 짊어지고 신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엉겨붙은 식객이 백제인 목인곤. 금성에서 진정한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이 목표이건만 거듭 불미스러운 일들과 맞닥뜨린다.

목인곤
“나를 더 쓰고 부리시오. 이 집에서 먹고 쓰는 것을 갚을 수 있게.”

탑을 짓는 기술이 있다고 주장하나 아직 확인할 길이 없는 백제 출신 장인. 큰 바다를 건너는 배 위에서 설자은을 만났다. 설자은보다 대여섯 살 많지만 대충 친우가 되기로 했다. 만듦새가 뛰어난 물건을 보면 일단 백제의 것이라고 주장하곤 한다. 백제는 사라졌지만 백제 출신 장인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남아 있어, 설자은도 급하면 목인곤을 그런 식으로 내세운다. 눈이 정확하고 손이 빨라 만들거나 고치지 못하는 것이 없다. 다른 점은 다 자신이 나은데, 사람 사이의 일을 간파하는 것은 설자은이 낫다고 인정한다. 설자은의 성품을 재미있어하기 때문에 더 대단한 가문의 식객이 될 수 있지만 머무는 중이다.

설호은
“우리가 진짜 칼을 받았을 때 너는 나무칼을 쥔 채, 네가 쓰이지 않으면 신라가 잃는 것이라고 했지. 자, 내가 네게 쓰일 기회를 주겠다. 너는 이제 어쩔 것이냐.”

셋째로 태어났으나 위의 두 형이 전사하는 바람에 첫째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호은이 그럭저럭 영민하긴 하나 어딘가 머릿속이 비틀린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다는 것. 이미 치른 값이 아깝다는 이유로 미은을 자은으로 둔갑시킨 것도 호은의 별난 선택이었다. 누이인 자은과 도은마저 호은의 언행은 매번 상당히 경계하며 받아들인다. 위태로운 정국에 어떻게든 망하지 않고 계속해나가기 위해 자은을 활용하려는 욕심이 있다. 두 번의 파혼에 대한 소문이 돌아 서라벌 여자들의 적이 되었다. 인곤이 자은에게 붙어 있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설도은
“매일 똑같이 살면 한 계절을 돌아봐도,한 해를 돌아봐도 하얗게 기억이 나지 않아. 어쨌든 올해는 기억날 일이 가득이지.”

자은의 사정을 자세히 아는 바로 아래 여동생. 자은의 귀환을 반긴다. 산학에 밝아 집안의 큰 살림을 맡아 꾸려나가고 있다. 도은 모르게 들고 나는 물건은 있을 수 없다. 자은이 맡은 일에 대해 의논할 때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곧바로 핵심을 파악하는 산뜻한 상대다. 제멋대로인 호은에게 휘말리거나 이용당할까, 자은이 늘 걱정한다. 도은 쪽은 자은이 어렵게 얻은 자유로움을 부러워한다.

산아
“걱정하시는 것만큼 저는 약하지 않습니다.”

죽은 자은과 연인이었던 진골 여성. 그 내막을 몰랐던 자은은 산아가 주었던 증표인 작은 불상을 그만 어려운 시절 팔아먹고 말았다. 죽은 자은과의 좋은 기억과 애틋함을 간직하고 있으며 자은의 명민함을 높이 평가해, 비밀스럽게 다뤄야 할 일이 생기자 해결을 부탁해온다. 자은이 장안에 있을 때 상대등의 아들 진오룡과 혼인했다. 자은은 늘 산아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복잡한 상황상 거리를 유지해야만 한다.


“내가 베라는 것을 베어라. 또 네가 베어야 할 것을 베어라. 보름마다 이곳으로 와 무엇을 베었는지 고하라.”

신문왕. 그러나 이 이야기 속의 묘사는 허구다. 즉위하자마자 반란을 진압하고 나라의 기틀을 새로 잡았다고 할 만한 여러 변화를 주도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통일을 이룩한 문무왕의 뒤를 이은 강력함과 단호함으로, 경탄만큼 두려움의 대상이지 않았을까? 자은은 처음 왕을 보았을 때부터 이질감과 공포를 느꼈으나, 뜻한 바와 달리 왕에게 독특한 방식으로 쓰이게 된다.


사건 소개

「화마의 고삐」
“지귀는 올 것이다. 얼룩져 부패해가는 금성을 처음으로 돌리기 위해서, 훨훨 날아올 것이다!”
왕에게 받은 검을 품고 베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찾는 설자은. 어느 밤 금성의 한곳에서 거센 불길이 솟아오르고 자은과 인곤은 급히 그곳으로 향한다. 의문의 화마 속에서 발견된 참혹하게 타 죽은 네 구의 시신. 저자에는 더러운 금성을 깨끗이 정화시킬 불귀신 지귀가 온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자은은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좇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어오르는 두번째 불길. 정말 지귀는 존재하는 것일까?

「탑돌이의 밤」
“설 대사를 데리고 있다. 죽길 바라지 않는다면 계림의 붉은 천을 묶어둔 회화나무 아래 베 한 수레, 기름 한 수레, 쌀 한 수레를 가져다두어라.”
소원을 빌기 위해 흥륜사에서 탑돌이를 하는 설도은. 그곳에서 우연히 마주친 산아와 담소를 나누는 도은의 치마폭으로 돌멩이 하나가 날아든다. 돌멩이를 감싸고 있는 천에 쓰여 있는 것은 “설대사를 데리고 있다”라는 메시지. 산아와 함께 얼른 집으로 돌아와보니 역시나 자은은 보이지 않고, 두 사람과 목인곤은 설자은을 되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그런데 몇 차례 인질범들의 요구에 응하던 도은은 그들의 요구에서 왠지 모를 위화감을 발견한다.

「용왕의 아들들」
“입에 담기도 그렇지만…… 용이었습니다.”
왕의 명을 받고 다섯 개의 작은 수도, 오소경으로 떠난 이들에게서 신고문이 도착한다. 산적떼가 나타나 자신들의 재물을 갈취해 갔다는 것.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무엇을 갈취당했는지는 적지 않았는데. 신고문을 보낸 각 소경을 돌아보기로 한 설자은은 첫번째로 도착한 금관소경에서 만난 사량부 최씨에게 수치심 가득한 목소리로 딸을 빼앗겼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용 모양의 탈을 쓴 이들이 최씨 일가가 가진 모든 재물과 막내딸 중 한 가지를 내놓으라 했다고. 설자은 일행은 산적떼의 기이한 행각에 아연한다. 그들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너는 무엇을 베어야 할지 보는 순간 알 것이다. 아직 보지 못했기에 베지 못했음이야.”
_「화마의 고삐」

“서라벌 토박이로, 어린 시절부터 같이 자란 남자와 혼인했으나 혼인하자마자 남자가 죽어버렸대. 농기구에 발등이 찍혔는데, 며칠 몸이 부어오르다 그대로.”
“별것 아닌 상처를 입어도 가끔 그렇게 되는 이가 있지.”
없는 일은 아니라고 자은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왜 그럴까? 왜 어떤 상처는 그토록 덧나버릴까?”
_「화마의 고삐」

한 사람으로서의 자은은 하지 않을 일을, 관직에 있는 자은이라면 망설임 없이 할 것이었다. 거인의 손가락 중 하나이기에 어딘가 구름 속에 있는 머리가 시키는 대로 행했을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더 큰 힘에 종속되어버렸다. 그 힘을 끌어 쓸 수 있는 대신 본연의 모습과는 멀어지고 있었다.
_「화마의 고삐」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세랑
소설가.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이만큼 가까이』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시선으로부터,』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짧은소설집 『아라의 소설』, 산문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등이 있다. 창비장편소설상,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을 수상했다.

  목차

화마의 고삐
탑돌이의 밤
용왕의 아들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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