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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재난의 시대
우리는 왜 공공의료를 외치는가
히포크라테스 | 부모님 | 202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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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의료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다. 2024년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한 직후부터 무려 11개월간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지루한 줄다리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청소년과 오픈 런, 서울 대형병원 앞에 늘어선 환자방, 지역종합병원의 잇단 폐업 등 한국 의료체계의 붕괴가 가시화된 지 이미 오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채 환자와 시민들이 받는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장기화된 의료공백으로 ‘아프지 말자’가 시민들 사이의 인사말이 되어버린 지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옛 속담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와 씁쓸함을 더한다.한국 보건의료의 이론과 실천, 양방향 모두에서 치열하게 목소리를 내온 저자 나백주, 정형준, 제갈현숙은 지금의 한국 의료 현실을 ‘의료재난’으로 규정하고, 이 재난이 언제, 어떻게, 왜 생기게 된 것인지에 관해 면밀하게 추적한다. 의료 현장과 보건의료정책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저자들답게 의료재난의 원인을 명확히 진단하고, 벼랑 끝에 선 한국 보건의료를 구출하기 위한 시급하고도 현실적인 대책을 처방한다.필요성보다는 가능성을 문제 삼고, 분절적인 의료 문제 해결만을 우선시하는 물타기 속에서 공공의료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올리는 이 책은 좋은 의료를 꿈꾸는 이들에게 최상의 지침서로 기능할 것이다.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최일선을 지켜온 저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공공의료가 막연한 바람이 아닌 구체적인 희망으로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다.2024년 2월 윤석열 정부가 큰 폭의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하자 전공의들이 집단파업에 돌입했고,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동원하고 공공의료 부문에 종사하는 의사들에게 임무를 맡기고 있다. 사실 전공의들의 파업만으로 의료공백 사태가 확대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공공의료의 부재 때문이다. 코로나19 범유행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등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공공의료 부재 문제는 의료재난과 밀착되어 우리의 현실에 다가와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공공병원이 코로나 이후 맞닥뜨린 현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환자들로 인한 누적 적자였다. 기존 진료 대상인 취약계층과 지역주민들을 내보내고 코로나19 전담 진료만 한 결과였다. 이 누적 적자에 대해 정부는 긴축재정 기조를 내세우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그저 이들 공공병원은 그때그때 필요한 사업에 끌려다니다가 스스로 자력갱생하지 못하면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는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잉여병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잉여병원과 이 잉여병원이 수행하는 의료가 지난 수십 년간 크나큰 사건 때마다 그 중심에 있었지만, 위기가 지나면 토사구팽 식으로 홀대받고 내팽개쳐진다. 문제는 앞서 이야기했지만, 신종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감염병 시대에 우리는 환자도, 의료진도, 병원도 모두 시장자유주의에 맡겨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닥치면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 수준이 현재 한국 의료의 대응방식이라면 방식이기 때문이다.- 1장. 감염병으로 들춰진 한국 의료의 민낯
한국은 코로나19 범유행 시기에도 주치의를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관리하지 않고 임의적인 배정방식과 일회적인 환자-의사 관계를 강화해 왔다. 이는 유럽 국가나 하다못해 일본에서 시행한 지역사회 확진자 관리방식과도 현저히 다르다. 환자의 병력과 가족력, 앓고 있는 만성질환 등을 충분히 체크할 수 있는 주치의제도(환자등록제) 혹은 최소한의 지역사회에 기반한 의료전달체계가 감염병이 창궐하는 시기 감염병 관리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정작 한국 사회가 도달한 지점은 영리적인 원격의료 앱을 확대하고, 건강관리서비스회사를 인증하는 사업이다. 더 나아가 2024년 2월부터는 전공의 집단파업으로 발생한 인위적인 재난 상황에도 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재난 자본주의’의 진정한 면모는 앞으로 닥칠 의료재난 시기에 강화되어 일차의료의 영리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차후 부유한 사람들은 이런 기업서비스를 통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서비스에 가입할 수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대다수 서민은 일차진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방치되고 마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1장. 감염병으로 들춰진 한국 의료의 민낯

  작가 소개

지은이 : 제갈현숙
공적 의료보험이 석사 및 박사 학위 논문의 연구 대상이 됐을 만큼, 모든 사람의 평등한 의료접근권에 관심이 깊다. 한국의 영리추구형 의료구조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개혁을 위해 연구자로서,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왔다. 사회공공연구원, 민주노총정책연구원에서 노동 및 사회정책을 중심으로 연구했고, 한신대학교와 경기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저서로는 『국민연금 가치 선언』(2024)이 있다.

지은이 : 정형준
의료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강화 운동에 함께 해왔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기술의학과 치료의학이 아닌 예방의학과 지역사회 재활돌봄을 중심으로 의료체계가 재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 현임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대가치기획단 위원, 의료기술재평가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의료붕괴』(2017), 『인권의학 강의』(2023) 등이 있다.

지은이 : 나백주
공공의료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건강할 권리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의료가 상업성이 아니라 공공성에 기초해야 한다는 믿음을 늘 가지고 있다. 의과대학을 나오고 예방의학을 전공한 후 군의관,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위원, 대학교수, 공립병원 병원장, 시청 시민건강국장 등 다양한 인생 궤적을 거쳐 지금은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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