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20년 <살리는 일> 이후 4년. 박소영 작가는 여전히 자신의 가치를 품어안고 사는 중이다. 밖에서 보기엔 여간 퍽퍽한 삶이 아닐 수 없으나 이는 그녀의 동생 박수영이 늘 함께 하기에 가능해지는 듯하다. 고요하고 예민하며 때론 좌절 어린 그 ‘살리는 일’을 그들은 ‘사이’라고 여긴다. 모든 변화는 ‘사이’에서 꿈틀댄다는 신념으로 비관은 스러지고 얼굴엔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그녀들은 말한다.‘우리는 매일 실망하고 자주 낙담하지만, 그만큼 웃기도 하고 또 가끔은 숨이 넘어가도록 낄낄거리기도 한다’고.그들은 에어컨을 틀지않고 자유로를 내달려, 결국엔 땀자국이 선명해진 엉덩이로 보호소의 강아지들을 산책시킨다. 고양이들의 식사를 챙기기 위해 길 위에 서있는 동안 그 ‘가만히 있음의 수상함’을 지우기 위해 전화 연기를 시작했다가 결국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을 갖추게 되기도 한다. (실제로 박수영은 배우이기도 하다.) 딸 같아서 좋다던 집주인이 2년 후 당신 같은 딸을 둔 적 없다는 태도로 돌변하는 사연은 우리 모두의 웃픈 사연일지도 모른다.이토록 유쾌하게 때론 냉철하게 그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것에 관하여 썼다. 그것은 때로 동물이기도, 영화이기도, 지구이기도, 책이기도 하다가, 결국엔 징글징글한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에 대하여 쓴 책이기도 하다. 이런 자매가 살고 있다니. 이 지구는 결코 내일 당장 무너질 수 없을 것이다.
※ 사철 노출 제본 도서입니다.
“작가님 동생도 지금 제주도에 와 있나요?”동물권을 주제로 제주도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하던 중 한 학생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우리는 매일 실망하고 자주 낙담하지만, 그만큼 웃기도 하고 또 가끔은 숨이 넘어가도록 깔깔거리기도 한다는 것을.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혹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 대부분 일치하고, 필요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상대가 가는 길을 진심을 다해 응원한다. 더욱이 서로가 원하기만 한다면 함께 사는 데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우리 자매는 세상이 규정하고 강요하는 것들을 조용히 밀어내기로 했다.어느 날 갑자기 혁명이 일어날 리도 없고,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질 리도 없다는. 다만 그것이 절망이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답하고 싶다. 모든 변화는 ‘사이’에서 꿈틀대는 법이니까.모두가 나를 의심할 때도 나를 믿어주고, 내가 나를 의심할 때도 나를 믿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나는 박소영보다 네 살이나 어렸지만 우리는 진짜 ‘친구’였다.그 어떤 것도 삶 앞에, 생명 앞에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은 이 당연한 명제를 우리 눈앞에 제시할 수 있을 때만 예술이다.박소영이 할 수 있는 일은 박소영에게 맡기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가만히 해내는 것. 우리는 불안정한 유년기를 둘의 힘으로 버텨냈고, 그것은 동물 구호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지금도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다.다르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소영
기자이자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호하는 활동가. ‘동물’과 ‘동물권’을 인생의 마지막 어휘로 삼았다. 동생과 함께 스무 곳 안팎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한다. 모든 동물이 안전하고 자유롭기를 바라며, 그런 세상을 만나기 위해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지은이 : 박수영
동물권리론자이자 동물 구호 활동가.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몇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