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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치유할 수 없는 질병
현암사 | 부모님 | 202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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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 불리는 슬라보예 지젝의 이번 책 제목은 단 한 단어, 바로 'FREEDOM(자유)'이다. 그의 책이 한국에서 출간을 준비하는 동안 ‘자유’라는 단어는 한국 언론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얼마 전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과 언론을 분석한 기사를 보면 그가 가장 많이 쓴 단어가 '자유'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였다고 한다. 대체 자유란 무엇일까. 앞에 어떤 단어가 붙는지에 따라 자유의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누군가는 인간의 자유, 사랑의 자유를 위해 평생을 바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편에 있는 이들은 권력의 자유, 자본의 자유를 외치며 사람들을 억압하고 선동한다. 그만큼 자유는 매혹적이고 숭고하면서도 때로는 위험한 개념이다. 지젝은 이번 책에서 프로이트와 구조 심리학, 근현대 철학을 망라한 이론으로 신神과 자유의지와 욕망의 문제를 분석하여 자유의 가치와 개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개인의 자각과 시민 공동체의 연대를 강력히 촉구한다. 그가 생각하는 자유란 무엇일까? 인류는 언제나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의 참상 속에서 가장 큰 자유를 실행해 왔다. 상식과 제도와 자유(리버티)가 무너진 사회에서 우리는 자유의 최저치(프리덤)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총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이 각성하여 투표장에 들어서는 때는 이미 민주주의가 허물어진 뒤고, 그제야 우리는 투표를 통해 유의미한 자유를 실현하기 시작한다.우리는 무언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때 정말로 자율적이다. 혹은, 이미 결정된 사실을 알면서도 무엇을 할지 결정해야 하는 공포스러운 상황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는 운명과 일치한다고 지젝은 말한다.우리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끼는 그 순간 기득권층이 우리를 어떻게 통제하는지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가장 위험한 것은 마치 자유인 것처럼 누리는 비자유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이 괴테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자유롭다고 오해하는 사람보다 더 절망적으로 노예 상태에 있는 사람은 없다.” 오랜 사회 관습의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자유로운’ 포퓰리스트는 정말 자유로운가? 마오쩌둥은 1957년에 이런 글을 남겼다. “백 송이의 꽃이 피도록 하고, 백 개의 학파가 논쟁하도록 하라.” 오늘날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수많은 첸지들이여, 철학을 공부하라.’ 오직 이것만이 우리 앞에 놓인 슬픈 고난을 돌파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예를 들어 내가 디저트를 먹고 싶을 때 어떤 것을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인다면, 나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낀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선택한다면, 거기에는 자유가 없다. 나는 단지 본능이(사회적으로 매개된) 나에게 말한 것을 따랐을 뿐이다. 이러한 자율성은 보편적인 것이 구체적인 것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은유적 대체metaphoric substi-tutions’의 공간을 열어준다. 2022년 3월경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영상이 있었다. 러시아 경찰이 두 단어가 적힌(러시아어로 ‘два слова’) 작은 종이를 든 여성을 체포하는 장면이었다. 두 단어의 뜻은 ‘두 단어’였고, 이는 전쟁 반대를 뜻하는 ‘нет войне’를 암시하는 말이었다. 그것은 러시아에서 금지된 표현이었다. - <자유 그리고 그것의 한계> 중에서
오늘날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스스로를 신비로운 존재로 포장하며 은밀히 숨겨진 것을 가리키는 제스처를 취하지만, 뒤에서는 자신이 저지르는 (또는 정당화하는) 범죄를 은폐한다. 이것을 프로이트 용어로 진술한다면, 이데올로기는 자신을 증상으로 읽도록 촉구하지만 실제로는 페티시처럼 작동한다. 이와 같은 이중적인 신비화를 옹호하는 흔한 표현은 이것이다.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마르크스는 증상뿐 아니라 충동도 얻어냈다>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슬라보예 지젝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태어나 류블랴나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파리8대학교에서 정신분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문학, 사회학, 예술과 대중문화를 넘나들며 전방위적 영향력을 끼치는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사상가로 꼽힌다. 헤겔주의 철학자이자 라캉주의 정신분석학자, 코뮤니스트이다.현재는 영국 런던대학교 버크벡 인문학연구소 국제 소장, 미국 뉴욕대학교 독일어과 글로벌 석좌교수, 스위스 유럽대학원 철학과 교수,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 철학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잉여향유』, 『팬데믹 패닉』,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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