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저자가 한예종에서 6년 넘게 페미니즘을 강의하면서 자주 받은 질문들을 골라 답한 것으로, 당시에 다 하지 못했던 말까지 담았다. 사실 페미니스트라면 지긋지긋하게 들어온 질문들이다.저자의 강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 교과목이었다. 마지못해 듣는 학생들도 있었다는 얘기다. 수업 첫날부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학생들이 이런 상황을 인식시켰다. 다리를 달달 떨며 노려보거나, 아예 돌아앉아 있음으로써 완강히 강의 듣기를 거부하거나, 들으란 듯 크게 한숨을 내쉬는 학생들이 그 예다. 학생들만 불만스러웠던 건 아니다. 페미니스트인 선생 역시 이 상황이 마뜩잖긴 마찬가지였다. 일상에서 반페미를 만난다면, 대꾸도 안 하고 지나치면 될 일이었는데, 강의실에선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이 책은 기본적으로 질답으로 구성된 페미니즘 입문서다. 다만 저자가 '책을 내며'에서 밝혔듯이 비록 내용은 쉬워도 마냥 친절한 말투로 쓰이지는 않았다. 누구나 여러 감정을 가진 복합적인 존재이듯이 저자 자신 역시 그런 보통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페미니스트들이 상대가 불쾌하지 않게 ‘배려’하면서 설명해야 할 이유는 없다. 페미니스트로서 자식들이나 학생들 혹은 주변 지인들에게 여러 질문을 받는 분이라면, 좋은 답안지로 삼아도 될 책이다.
보람도 있었습니다. 처음과 달리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한 학생들의 변화를 보았을 때 특히 그랬습니다. 학기 초에 “페미니스트는 똥”이라면서 수업시간 내내 다리를 달달 떨며 노려보기만 했던 학생, “페미는 사회악”이라던 학생, “이건 내가 알 필요 없는 얘기”라며 딴짓만 하던 학생, “내 힘으로 모든 문제를 극복할 수 있으니 이런 얘기는 무능력자들이나 듣는 거”라고 외면하던 학생이 학기 말이 되면 곁눈질로라도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필수 교과목은 저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선택권이 없음을 말하죠. 서로 도무지 마주칠 일이 없는 사람과 만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온라인상에 떠도는 실체 없는 ‘상상 페미’를 맹신하는 학생, 말도 안 되는 헛소리만 퍼지는 커뮤니티에서 페미니즘을 접한 ‘반페미니스트’ 학생들과 대면하게 되었죠.
작가 소개
지은이 : 오혜민
이화여자대학교와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여성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성 청년, 백래시, 포스트 페미니즘, 교차성과 페다고지가 주 관심사다. 쟁점에서 각 입장을 해석하고 쉬운 언어로 번역하는 연구자, 사회와 나의 연결 고리를 찾아 주는 선생이 되고 싶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6년 동안 ‘페미니즘’을 가르치며, 학생 자신과 페미니즘의 연결 고리를 찾아 주려 시도했다. 수업 첫날 반감을 드러내던 학생이 학기 말에 이르러선 곁눈질로라도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매번 지고 실패하더라도 계속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시작하는 평등한 교실》, 《벨 훅스 같이 읽기》를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