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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짜리 숲
자음과모음 | 부모님 |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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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서른 번째 안내서. 시집 『캣콜링』으로 제3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며 첫 발걸음부터 문학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시인 이소호의 첫 소설집이자 첫 연작소설이다.가장 내밀한 공간의 폭력을 고발(『캣콜링』)하고 잔혹한 우화집과도 같은 시집(『홈 스위트 홈』)을 내는 등 끊임없이 자신만의 시 세계의 지평을 넓혀 온 이소호는 멸망해가는 지구를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 SF 소설 『세 평짜리 숲』에서 그 지평을 온갖 극한의 감정들을 통해 폭발적으로 확장시킨다.트리플 시리즈는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소설’로 통칭하던 표기 방식을 세분화하여 세 단편이 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경우 ‘연작소설’, 연작 구성에 더해 작품 전체가 하나의 긴 이야기로 읽힐 수 있는 경우 ‘연작 장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단편들이 각각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소설’로 명명한다.

  출판사 리뷰

멸망한 세계의 열두 틈에서 돋아난 세 평 숲,
끝에서 끝으로 이어지는 창백한 푸른 점의 설화

2014년에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캣콜링』으로 제3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며 “오직 효과적인 전시에 골몰함으로써”(정한아 시인) 문학계에 강렬한 인상과 희열을 남기고 있는 시인 이소호의 첫 소설집이자 첫 연작소설, 『세 평짜리 숲』이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트리플 시리즈는 각 단편의 유기성 여부와 별개로 도서의 카테고리를 ‘소설’로 통칭해왔으나, 이번 작품부터는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더 손쉽게 고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카테고리 표기 방식을 보다 세분화하였다. 세 단편이 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경우 ‘연작소설’, 연작 구성에 더해 작품 전체가 하나의 긴 이야기로 읽힐 수 있는 경우 ‘연작 장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단편들이 각각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소설’로 명명한다.
시리즈가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는 만큼, ‘트리플’이라는 시리즈명과 연계되는 ‘30’이라는 의미 있는 숫자를 거머쥔 『세 평짜리 숲』 또한 그 의의와 물성에 있어 도전을 추구한다. 저자 이소호가 지금까지 문학 속에서 보내온 시간을 더듬어보노라면 굉장히 ‘이소호스러운’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폭력적이고 내밀한 일상성을 가장 비일상적인 언어로 거침없이 폭로(『캣콜링』)하고 여성이 처절한 일상 속에서 버텨낸 단단한 고난(『홈 스위트 홈』)을 이야기하며 10년간 끊임없이 자신만의 주제로 시 세계의 지평을 넓혀 온 이소호는 이번 트리플에서 강제로, 또는 자유 의지로 극한에 떠밀려 터져 나오는 감정들을 통해 그 세계관을 폭발적으로 확장시킨다. 그렇게 그려진 이 작품은 멸망해가는 지구를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 SF 소설이자 누가 가장 자유롭고, 누가 가장 억압받고 자유롭지 못한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슬픔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를 깨닫게 만드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들어가는 소설 「제1장 열두 개의 틈」에서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세계관이 설명된다. 이에 더해 점차 소멸해가는 지구로 인해 주인공들이 헤어져야만 하는 계기가 등장한다.
하늘에 두 번째 달이 뜬 후, 세계는 멸망으로 향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더는 하루를 낮과 밤으로 나누지 않는다. 24시간이나 24절기, 사계절은 없다. 자전축이 무너진 지구의 하루는 무려 436시간이라는 억겁에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끝없이 내리쬐는 태양빛에 지친 사람들은 한시라도 밤을 더 당겨오게 한다는 살아 있는 신, 천문학자 출신의 ‘아감마’를 믿으며 그를 향해 기도한다. 현재에서 100여 년 가까이 지난 근미래가 배경이지만, 사이비 종교의 모습은 지금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인간은 언제나 홀로서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기대고 싶어 하므로.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지구 시민들은 아감마 외에도 인공위성의 말을 전하는 기민한 촉을 가진 인플루언서를 따르며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열두 개의 정거장(에어포켓)에 모여 꿋꿋하게 생활을 이어나간다.
어느 날, 인플루언서들은 앞으로 에어포켓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다며 48시간 이내로 필요한 짐을 꾸려 인류 마지막 두 땅, 낮만 계속되는 백야의 공간 ‘데저트랜드’와 밤만이 존재하는 극야의 대지 ‘아이스랜드’ 중 한 곳을 선택해 이동하라고 안내한다. 투톱 주인공이자 소꿉친구인 이린과 아진은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 서로 다른 곳으로 향한다. 이린은 아이스랜드로, 아진은 데저트랜드로.

엄마가 그랬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지구도 영원할 줄 알았지만 저 두 번째 달이 뜰 줄 누가 알았겠냐고. 우리가 예수님을 배반하는 베드로가 될 줄은? 아감마라는 천문학자가 미래를 본다고 믿을 줄은? 우리가 몇천 년이나 믿어온 별들의 서사가 한순간에 엉망이 될 줄은?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몰랐다는 말로 그것들이 전부 거짓이 되는 것은 억울하다. 그러므로 반만 틀렸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진과 나의 이야기처럼. (49~50쪽)


“난 알기 전으로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아.”
새까맣고, 푸르고, 창백한 혼돈의 세계 속에서
끝없이 회귀하는 과거, 현재, 미래

두 번째 소설이자 표제작인 「제2장 세 평짜리 숲」에서는 소중히 여기던 공간인 정거장6을 떠나 데저트랜드에 입성한 아진이 그곳에서 어떻게 살고자 하는지, 점차 무엇에 침잠되는지, 그를 위해 무슨 일까지 저지를 수 있는지가 드러난다.
땅과 동일한 이름의 글로벌기업이 세운 데저트랜드는 황금만능주의에 찌들어 있다. 이 때문에 인플루언서들은 데저트랜드로 이주할 사람들은 팔아서 돈이 될 수 있을 만한 짐은 모두 챙겨가라고 조언해주기도 했다.
자금이 많은 사람은 빛을 99.9999퍼센트 흡수하는 반타블랙 페인트로 집을 칠해 햇빛을 차단한 궁궐 같은 건물 ‘반타빌리지’에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독성이 있는 콘크리트를 얼기설기 엮은 비루한 모양의 건물이 마치 구룡성채처럼 빽빽하게 모여 있는 마굴에 살아야 한다. 모든 것은 돈과 노동력으로 환산되기에 높은 층에 살수록 가난의 정도가 깊어진다. 높은 곳은 걸어 올라가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니까.
골방에서 썩는 냄새가 날 때까지 자신의 몸뚱어리가 방치되어 있지 않기를 바라던 아진은 바닷속 광케이블을 훔쳐내는 ‘데드샌드’라는 조직에 들어가 ‘숲’이라고 부르는 자신의 방 평수를 조금씩 늘려간다. 그리고 자신에게 언제나 요구만 하는 가족,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반타빌리지에 들어갈 자금을 모은다.
하지만 아진의 희망과 달리, 반타빌리지에 아진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조직 보스에게 복종만 하면 더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있을 줄 알았던 아진은 다른 방책을 궁리하고, 결국 반타빌리지에 사는 보스의 방을 빼앗아 자신이 입주하기로 결심한다. 이때 아진이 생각해낸 해결책은 아주 극적이고, 잔인하다. 그러나 동시에 저자가 이 작품을 ‘블랙코미디’라고 칭한 만큼, ‘이거 웃어도 되나?’ 싶은 웃음을 유발한다.

“아진아, 너 이거 알아? 영지버섯.”
“영지가 뭔데?”
“왜 있잖아, 이렇게 나무밑동에서 자란 걸 뚝 떼다 말려서 오래도록 먹는 거.”
“와, 신기하다! 엄마! 엄마! 여기도 있어.”
“그건 따면 안 돼.”
“왜?”
“콘크리트 벽에서 자라는 영지버섯은 독성이 있어서 잘못 먹으면 큰일 나. 아진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절대로 따서 먹으면 안 돼. 알겠어?” (85쪽)

마지막 소설 「제3장 창백한 푸른 점」에서는 아이스랜드로 간 아린이 삶 속에서 어떻게든 지키고자 하는 것을 표현함과 동시에 ‘무엇’으로 시작해 ‘무엇’으로 끝나는 소설 내 세계의 회귀적인 미래를 보여준다.
아이스랜드는 ‘YK건기’라는 기업이 극야 지방에 세운 완전 공동체다. 그래서 입주 시 24킬로그램만의 짐을 반입할 수 있고, 사회주의에 입각해 똑같이 생긴 주거 컨테이너에 살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것을 먹고 같은 노동을 해야 한다. 규칙을 깨면 맨몸으로 밖으로 나가 얼어 죽는 형벌을 받는다. 성별과 나이에 따라 미래도 정해져 있다. 꿈은 청소년, 그것도 아주 특출 난 청소년만 꿀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린은 아이스랜드에서 만난 친구 케인과 함께 단순노동을 한다. 그러면서도 항상 중심 밖을 맴돌던 자신을 중심으로 이끌어주었던 아진을 그리워한다. 케인은 이린에게 매일 ‘생각하는 일’에 대해 상기시키는 아이로, 이린보다 아이스랜드에 대해 더 잘 알기에 온기라고는 한 쪼가리도 없는 차가운 땅과 땅만큼 차가운 이들, YK건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준다. 예를 들어, 기업의 규칙에 반기를 든 한 사람 때문에 온 가족이 몰살된 적도 있다는 이야기.
어느 날, 이린의 아버지는 이린에게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인데 이곳은 우리가 전부 하나처럼 보이기를 원한다고 비판한다. 이린은 아버지의 말을 이해하긴 하지만 누가 들을까 아버지의 입을 막는다. 그리고 아버지는 결국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들켜 밖으로 쫓겨나 얼어 죽는 형벌에 처해지고 만다.
그 후, 이린의 엄마는 이린과 이린의 오빠에게 “아무것도 하지 마.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아무것도 하려고도 하지 마. 그냥 생각도 하지 마”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린은 아버지의 장례 기간 동안 주어진 자유시간을 아이스랜드를 탐험하는 데 쓰고, 마침내 아버지의 주장대로 모두가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이곳조차 결국에는 틈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 과거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린은 조용히 특수복에 식량과 자신이 쓴 일기 몇 장, 이주 직전 아진이 준 책 한 권을 챙긴 후 컨테이너를 떠난다. 이때 아진이 준 책의 제목이 바로 『세 평짜리 숲』이다. 즉, 이 작품은 우리의 마음과 감정이 돌고 돌아 결국에는 다시 처음에서 시작하듯, “시작과 끝이 뒤얽힌 일종의 메타” 장치 속에서 돌고 있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끝없는 흐름 그 자체인 셈이다.
끝없이 걸어 마침내 마지막 컨테이너, 인공 햇빛이 비치는 가짜 창문이 달린 컨테이너에 도착한 이린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 컨테이너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아니, 그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군가’인가. 극한까지 몰린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 매정한 YK건기조차 소중하게 보존하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독자에게 그 ‘무엇’이 무엇으로 느껴지든, 그것은 세상의 끝에 서 있는 이린이자, 데저트랜드에서 버섯 차를 달이고 있을 아진이자, 이 작품을 읽을 독자이자, 이 작품 자체이자, 더 나아가 이 세계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무엇’일 것이다.

나는 이제 무엇을 떠나 무엇이 된다. 이제 밥순이가 되지 않아도 된다. 이건 내 생일이 오기 전에 아빠가 마지막으로 꽂아주신 케이크의 초다. 그걸 불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120쪽)


“그래서 아진아,
이 책의 주인공들은 결국 다시 만나게 되니?”
맨끝과 맨끝에서 따로 또 같이 굳어지는 용기들

『세 평짜리 숲』에서 이소호는 하나의 주제를 향해 조밀하게 연계되는 세 소설을 통해, 데저트랜드와 아이스랜드처럼 완벽하게 단절된 공간에 각각 존재하는 시와 미니픽션을 통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선택을 하려 하는 누군가의 용기를 지지해줄 수 있는지. 지옥이라고 생각하는 곳을 향해 가는 상대를 두고 정말로 떠날 수 있는지. 오늘 갑자기 닥쳐온 불행보다 더한 불행을 알고도 실천할 용기가 있는지. 다 버리고, 가장 사랑하는 것을 정말로 다 버리고 극지대로 몸을 옮길 용기가 있는지.
너무나 디스토피아적인 시대, 그것이 눈앞의 현실이기에 더 괴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무의식에 이 작품이 새로운 불씨를 지피기를 기대해본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물리적으로 멀어진 덕분에 더욱 견고해진 이린과 아진의 서로를 향한 마음 같은 단단함이 필요하니까. 삶과 죽음이 한 몸인 것처럼, 극야와 백야가 한 몸인 것처럼 따로 또 같이 굳어져야 하니까. 해설의 마지막 문장처럼, “미지를 향한 누군가의 용기 있는 첫 발걸음은 희미하지만 분명하고 푸르른 흔적이 되어 우리 곁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니까.

이제 에어포켓은, 그러니까 정거장은 사라질 거거든요. 우리는 안전한 지대로 이동해야 해요. 하지만 이동하고 나면 서로 대화할 수 없대요, 자기장 때문에.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요. 선택권이 있는지도 모르고요. 그냥 헤어진대요, 갑자기. 더 많은 걸 알게 되면……

방송은 이 말을 끝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제1장 열두 개의 틈」)

엄마가 그랬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지구도 영원할 줄 알았지만 저 두 번째 달이 뜰 줄 누가 알았겠냐고. 우리가 예수님을 배반하는 베드로가 될 줄은? 아감마라는 천문학자가 미래를 본다고 믿을 줄은? 우리가 몇천 년이나 믿어온 별들의 서사가 한순간에 엉망이 될 줄은?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몰랐다는 말로 그것들이 전부 거짓이 되는 것은 억울하다. 그러므로 반만 틀렸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진과 나의 이야기처럼.
(「제1장 열두 개의 틈」)

문제는 우리는 밀도가 높고, 사람들끼리 뭉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대로 죽거나 살 자유가 없다.
슬픔에도 돈이 든다고 하지만, 아진은 이제 그 말을 다르게 고치고 싶다.
돈이 없어서 자유가 없어? 그럼 돈을 벌어야지. 당신은 절대로 벌지 못하는 방식으로.
(「제2장 세 평짜리 숲」)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소호
2014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으며, 제3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쓴 책으로는 시집 『캣콜링』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홈 스위트 홈』, 영어 번역본 『Catcalling』, 소설 『나의 미치광이 이웃』, 산문집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서른다섯, 늙는 기분』 『쓰는 생각 사는 핑계』 등이 있다.

  목차

소설 제1장 열두 개의 틈
제2장 세 평짜리 숲
제3장 창백한 푸른 점

에세이 끝내 우리가 만든 유령의 집

해설 미지의 발걸음 — 조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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