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실제 삶과 연기된 삶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삶의 영토를 무한하게 확장해 낸다”라는 평을 받으며 제4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을 수상한 이수정의 장편소설 『단역배우 김순효 씨』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동리(桐里) 신재효 선생의 국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21년 고창군이 제정한 고창신재효문학상은, 매해 고창 지역의 역사·자연·지리·인물·문화를 심도 있게 조명하는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자신만의 서사로 고창이라는 장소를 “가장 특별한 공간인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공간”으로 만들며, 수많은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들의 단연 주목을 받은 『단역배우 김순효 씨』는 가족을 이루는 사랑과 그 이면의 상처를 섬세하게 탐색하는 작품으로, 어머니와 딸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며 삶의 무게와 사랑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는 소설이다.
출판사 리뷰
★★★ 5천만 원 고료, 제4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
★★★ 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자
★★★ 202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의 첫 장편소설
어머니의 목소리로 담아낸 굴곡진 생애
사랑으로 살아낸 그 찬란한 나날들
“카메라에 대고 이야기할 때 엄마는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 자신에게 이야기했다”
제4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 『단역배우 김순효 씨』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심사위원 김양호, 김홍정, 손홍규, 박영진, 정지아는 “자신의 과거를 발견하는 여정을 떠난 인물의 서사와 그러한 인물을 인도하는 의붓어머니의 서사가 평행을 이루며 펼쳐지는데, 적절한 순간에 두 서사가 교차하여 눈부신 의미를 만들어낸다”라고 평하며, “우리 시대 독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당선 이유로 꼽았다. 특히, “가족이란 무엇이며 가족을 지탱하는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품은 영역으로 확장”하는 서사에 대해 극찬했다.
수상자 이수정 작가는 202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신인 소설가로, 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대상, 2023년 디아스포라 문학 웹진 《너머》 신인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역배우 김순효 씨』는 이와 같이 활발히 작품활동을 이어온 이수정의 첫 장편소설로,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능숙하고 노련하게 직조된 서사와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를 담고 있다.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세밀한 문장들은 책을 읽는 내내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가족과 사랑에 대한 시리도록 눈부신 고백
전 세대를 아우르는 우리 모두의 가족 서사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제안으로 함께 떠난 고창 여행. 연고가 없다고 여겼던 그곳에서 ‘나’는 자신의 출생과 가족의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한편, 친구의 부탁으로 단역배우로 활동하는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인생 인터뷰〉 촬영을 진행하며, 모녀는 작가와 출연자로서 문답을 주고받는다. 다큐멘터리 형식이 자연스럽게 서사 속에 녹아들면서, 어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지난 세월을 풀어놓는다. 어머니 자신만이 알고 있던 슬픔과 고통, 친모와의 인연과 이별, 그리고 ‘나’를 자신의 품에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어머니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나고, 그 목소리를 따라가며 ‘나’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삶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가족을 잇는 것은 피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 사랑은 때로 말이 아니라 시간이 증명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나’는 새로운 길을 선택할 용기를 얻는다.
『단역배우 김순효 씨』는 단순한 가족사가 아닌, 한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이야기다. 기억과 기록, 말과 침묵이 교차하는 가운데, 소설은 우리 삶에 스며 있는 관계의 복잡함과 사랑의 본질을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작품 속에서 과거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힘으로 작용한다. 주인공이 어머니의 목소리를 따라 잊힌 시간을 복원해 나가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 속에 자리한 가족의 모습과 그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가족이란 완벽하거나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받아들이는 용기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는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문장으로 풀어내어 더욱 깊고 진정성 있는 감동을 전한다. 또한, 다큐멘터리 촬영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현실과 기록,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허물며 독자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이처럼 『단역배우 김순효 씨』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신선한 구성과 깊이 있는 서사로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결국 가장 익숙한 감정으로 돌아오는 순간, 삶과 관계에 대한 깊은 울림을 남기며,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과 화해의 과정을 따뜻한 문장으로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단역배우 김순효 씨』는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스며 있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며 오래도록 남은 감동과 따듯한 여운을 전할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로 엮어낸 가장 보편적인 감동
삶과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빚어낸 탁월한 질문들
당선작인 『단역배우 김순효 씨』는 여타의 응모작과 비교했을 때 문학적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고창을 주제로 삼은 많은 응모작들이 이미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가공하여 과거의 고창을 재현하는 데 주력했다면, 『단역배우 김순효 씨』는 과거의 고창만이 아니라 현재의 고창을 실감 나게 다루면서, 내부에서 바라본 고창과 외부에서 바라본 고창을 능숙하고 노련하게 직조하여 동시대성을 실현한 점이 돋보인다. 소설의 서사는 중층적이어서, 자신의 과거를 발견하는 여정을 떠난 인물의 서사와 그러한 인물을 인도하는 의붓어머니의 서사가 평행을 이루며 펼쳐지는데, 적절한 순간에 두 서사가 교차하여 눈부신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고창이라는 공간은 한 개인의 비밀이 숨겨진 사적인 영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닐 수밖에 없고 견뎌낼 수밖에 없는 보편적이고 영원한 질문, 즉 가족이란 무엇이며 가족을 지탱하는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품은 영역으로 확장된다. 이로써 고창은 가장 특별한 공간인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공간으로 새롭게 아로새겨진다. 또한 『단역배우 김순효 씨』는 화자의 목소리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교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효과를 얻어내는 동시에, 실제 삶과 연기된 삶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삶의 영토를 무한하게 확장해 낸다. 『단역배우 김순효 씨』는 고창을 소설의 무대로 삼았다는 점에서만이 아니라, 그 공간을 아름답고 신비로운 비밀을 지닌 공간으로 세공하여 우리 시대 독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다.
_제4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그길로 엄마가 언니를 부둥켜안고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늘어졌던 언니의 양팔이 들리더니 스르르 엄마 허리를 감았다. 그래도 나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아니, 더 소리 높여 울었다. 두 사람이 나 때문에 싸우는 것도 싫었지만, 두 사람이 나 때문에 화해하는 건 더 싫었다. 나는 목 놓아 울면서 엄마가 언니의 그 말을 용서하지 않기를 절박하게 바랐다.
오로지 그 단어만으로 만들어진 집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내겐 그게, 소실집이었다. 식구 누구 입에서든 ‘소실집’이 나올라치면 나는 날카로운 더듬이를 지닌 벌레가 귓속을 휘젓고 돌아다니는 느낌에 시달렸다. 오죽하면, 그 집에서 잘 때 벌레가 귀에서 빠져나와 사방을 기어다니는 것 같아서 밤새 몸을 긁어대야 했다.
글치예! 내가 칠십에 데부했으까니, 남이 맴을 저꺼보는데, 아니, 겪어보는데 칠십 년이 걸렸네예. 그 세월이 있어노이 내 같은 사람도 배우가 될 수 있는 기지예. 늦어서 아쉽기는예. 가당치도 않어예. 지금 내가 요래, 배우가 돼삐ㅤㄹㅣㅆ다 생각하믄 자다가도 좋아서 웃어쌓는데예.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수정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사내 아나운서, 사보 기자를 거쳐 카피라이터, 잡지 에디터로 일했다. 2000년 도미해 영미서 번역을 시작했고 소설과 논픽션 다수를 우리말로 옮겼다. 2022년 「타이거 마스크」로 재외동포문학상 대상, 2023년 「흐르는, 제로」로 디아스포라 문학 웹진 《너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2024년 「코타키나발루의 봄」으로 영남일보 신춘문예, 2025년 「숨이 차오를 때」로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2025년 『단역배우 김순효 씨』로 제4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뉴저지에 위치한 도서관에서 한국 문화 이벤트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책에 파묻혀 소설 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목차
단역배우 김순효 씨 · 008
제4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심사평 · 266
작가의 말 · 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