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업해(業海)의 바다가 서서히 펼쳐졌다. ‘나’라고 하는 상이 떠오르며 그 상에 깊이 애착하는 내가 보였다. 나를 떠나서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 나, 내가 주인이다. 나는 나에 애착하며 이기심을 키워가고 있었다. 얻고자 하는 것, 그건 한때는 물질이었고, 한때는 애욕이었고, 한때는 명예였고, 한때는 만인 위에 군림하려는 욕망이었다. 얻고 싶은 것을 얻지 못하면 내 안에는 분노와 증오가 일었다. 분노와 증오는 불길처럼 나를 태우며 끝없이 검은 그림을 그려나갔다. 나는 내 앞에 펼쳐진 검은 그림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부끄러움과 후회스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제 그림 그리는 일을 그만 멈추고 싶다. 그린 그림도 모두 다 지우고 싶다.
/ 1권_2장 의식의 연마“인간계는 현상계의 중심부, 인간으로 치면 배꼽 부위에 해당하네. 배꼽이 신체의 중심에 해당하듯이 인간계도 현상계 내에서 그와 같네.”
“인간의 배꼽은 탯줄이 있던 자리가 아닌가? 생명의 근원과 연결된 자리지. 그래서 인간계에는 모든 생명이 공존해 있네. 위로는 성자로부터 아래로는 삼악도의 죄인까지. 그리고 사람 동물 식물 무생물이 한데 어우러져 공존하는 세계가 인간계네.”
/ 1권_10장 인식의 빛5_인간계Ⅰ
작가 소개
지은이 : 남지심
작가와 작품은 일치할까? 이 질문에 아마 그럴 것 같다고 대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 남지심 작가이다.남지심 작가는 강릉에서 태어나 이화여대를 졸업했다.장편공모에 『솔바람 물결소리』가 당선되어 글쓰기 작업을 시작한 이래,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화엄만다라를 그리듯 모든 등장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글을 써오고 있다.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솔바람 물결소리』, 『연꽃을 피운 돌』, 『우담바라 1,2,3,4』이 있고 인물 평전으로 『청화 큰스님』, 『한암』, 『명성』, 『불영의 법향』등과 에세이 『톨스토이와 흰 코끼리』등 다수의 수필집, 소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