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늘 그렇듯 태양이 저물기 시작했고, 그녀 앞에는 순백의 배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저 멀리 그림자가 보였다. 그 그림자는 나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혜승은 그것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것은 죽음의 전조였다.
매일 밤 자각몽을 꾸게 된 혜승은 자신이 나비병의 최신 희생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녀는 깨어날 생각이 전혀 없다. 더 이상 삶에서 아무런 기쁨도 느끼지 못하는 실패한 화가인 그녀는 꿈속에서 누에고치처럼 갇혀 있는 것이 완벽하게 만족스럽다. 그녀는 붓을 집어 들고 세계의 창조자가 된다. 늘 원했지만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현실을 만들어낸다.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가 되고, 잔인한 옛 연인에게 복수를 한다.
그녀의 곁에는 항상 잘생기고 충실한 명이 있다. 그는 그녀의 모든 꿈속에서 항상 함께하는 유일한 존재다. 어느 날, 혜승이 순백의 캔버스 앞에 서서 그날의 배경을 그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그녀는 저 멀리 그림자를 보았다. 나비 모양의 그림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