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마음이 무거운 돌처럼 자꾸만 가라앉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혼자만의 동굴로 빠져들곤 한다. 『다정한 산책』의 이야기는 바로 이런 날에 시작된다. 고개를 들 기운조차 없던 어느 날, ‘나’의 집 앞에 누군가 사과 하나를 두고 간다. 비로소 문밖을 나설 힘이 생긴다. 막상 길을 나섰지만 바깥의 공기가 아직은 낯설다.
그런 나를 일으켜 주는 한 사람을 만나고 나서야 걷는 풍경도 공기도 달라진다. 내가 길 위에서 만나는 인연은 한 사람만이 아니다. 나무, 구름, 무당벌레 등 여러 만남을 통해 나의 감정이 새로워지고 평온해진다. 산책길에서 만난 다정한 마음들에 힘입어 무너진 마음을 회복하는 여정을 담은 그림책이다.
출판사 리뷰
갈 길은 멀지만 찬찬히 가도 좋은 힐링 여정
내가 사랑하는 나를 만나게 되는 시간주황 외투를 입은 주인공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깃에 얼굴을 폭 파묻고 길을 나섭니다. 잔뜩 시들어 있는 모습에서 잠깐의 무기력함이 아닌 두텁게 쌓인 지침이 느껴집니다. 연약한 마음으로 출발한 이야기는 감정의 짐을 딛고 나아가는 마음 치유의 과정을 그립니다. 넘어졌을 때 누군가 내미는 손을 잡아 나를 일으키고, 넘어지는 일에 연연하지 않는 이의 가뿐한 마음가짐도 닮아 봅니다. 비슷한 이들과의 교감에서 안식을 찾고, 지난날의 나와 같은 이를 위로하며 나를 위로합니다. 마음속 매듭을 하나하나 풀고, “나도 가벼워졌어”라고 말하며 모자를 훌훌 벗을 수 있게 된 ‘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서히 향하는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사과 한 알에서 시작된 외출
혼자서 걸어가지만 혼자가 아닌 길맨 처음, 고립된 ‘나’를 밖으로 이끌어 준 누군가가 있었고, 밖에서도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우는 친구가 있습니다. 내가 받은 사과를 친구들과 나눈 다음부터는 나의 주위에 풍경이 채워집니다. 산책하는 모든 순간에 주인공의 곁은 늘 채워져 있습니다. 내면에만 사로잡혀 있다면 풍경을 보지 못하고 그저 지나칠 수 있지만, 주인공은 주변을 살피고 인연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위안과 지지를 얻습니다. 처음 손을 잡아 준 털복숭이, 이별의 허전함을 달래 주는 바람, 나긋나긋 반겨 주는 ‘아무나 티타임’ 공동체. 길목에서 만난 이웃들과 호의를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고, 이 세상에 속하는 방향을 택하면서 삭막했던 마음을 다시 밝힙니다.
산책을 잘 마치고 돌아오는 길, 새로 거둔 나의 사과 하나를 누군가의 집 앞에 살포시 둡니다. 내가 받았던 마음을 이제는 온전히 나눌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산책의 미덕을 그린 모노톤 로드 무비가벼운 쉼이 필요할 때, 어지러운 감정을 환기하고 싶을 때, 그냥 이 계절을 듬뿍 느끼고 싶을 때, 우리는 산책을 합니다. 저마다 알맞은 속도로 걸으며 마음을 비우고 또 채워 갑니다. 이 작은 여행이 나와 나의 환경을 살피게 하고 오늘을 대하는 눈길을 다정하게 만듭니다. 『작은 버섯』에서 작은 존재의 에너지를 강렬하게 보여 준 정지연 작가가, 이번에는 작은 움직임의 힘을 잔잔하게 그려 냈습니다. 모퉁이마다 밀려오는 감정을 조용히 토닥이며, 마음길 같기도 인생길 같기도 한 이 산책길을 따라가게 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지연
"다정하게 바라보면 모두 다정해져요."그림책 작가. 쓰고 그린 책으로 『작은 버섯』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