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국내 거대 기업 회장 석진환이 큰 교통사고를 겪은 뒤 육체가 전부 사이버네틱 신체로 대체되고, 이후 자신과 동일한 얼굴의 존재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SF소설이다. 인간의 부분부분이 마치 데이터처럼 복제와 백업이 가능해진 근미래에, 석진환을 둘러싼 주변은 혼란에 빠져 있다. 로봇의 외형을 한 자가 기억이 남았다는 사실만으로 ‘이전과 동일한 인물’이라 인정받기는 어렵고, 신체만 보유한 존재 역시 ‘본체’라 단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석진환은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자들과 싸워야 하고 자기 자신과도 끊임없이 부대껴야 한다. 그는 어떤 존재를 진짜 나라고 생각해야 할지, 또 자기가 원본이 맞는지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출판사 리뷰
✷ 데뷔작으로 SF어워드 장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
스펙터클함과 사유의 깊이가 공존하는 강렬한 첫 작품
‘책을 내려놓는 순간까지도 방심할 수 없는 소설’
‘사이버펑크를 좋아한다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작품’
독자들은 소설 『테세우스 패러독스』를 위와 같이 표현했다. 그간 분류해온 익숙한 기준으로는 이경희 작가 그리고 이 소설의 위치를 표현하기 어렵다. 『테세우스 패러독스』는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플롯과 동시에, 인간의 근원까지 깊이 탐구하기 때문이다. 이경희 작가의 첫 장편으로서 2019년 『테세우스의 배』라는 제목으로 최초 출간되었고, SF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심사위원은 이 소설을 두고 ‘사이버펑크는 많은 창작자가 자신의 메뉴판에 추가하고 싶어 하지만 막상 도마 위에 올려 손질하려고 하면 비닐 하나 벗기기 까다로운 생선 같은 하위장르다. 훌륭한 쉐프에게 대접받은 포만감의 심정이다.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정교한 플롯과 끈질기게 화두를 물고 늘어지며 인물에게 몰입하게 만드는 솜씨가 압권이다’라며 극찬했다. 이후 작가는 후속작 『모래도시 속 인형들』로써 또 한 번 심사위원 만장일치의 대상을 거머쥐며 한국SF에서 주목받는 이름이 되었다.
사고로 사망한 재벌 회장,
기계 몸으로 되살아나 자신의 ‘원본’과 마주 선다
한 인간이 ‘나는 나로 존재하고 있다’라고 확신할 수 있으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과거부터 지금까지 나로서 이어져왔다는 연속적 감각? 육체? 또는 그간 쌓인 기억들? 『테세우스 패러독스』는 사망한 뒤 사이버네틱 신체로 되살아난 한 인간을 따라간다. 기술로 죽음을 유예하고 심지어는 다시 살아날 수도 있는 근미래에서 이 소설은 육체와 정신, 정체성의 균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내가 또 한 명의 나를 마주한다면?”
질문은 간결하고 이야기는 압도한다.
(씨네21 이다혜 기자)
『테세우스 패러독스』는 국내 거대 기업 회장 석진환이 큰 교통사고를 겪은 뒤 육체가 전부 사이버네틱 신체로 대체되고, 이후 자신과 동일한 얼굴의 존재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SF소설이다. 인간의 부분부분이 마치 데이터처럼 복제와 백업이 가능해진 근미래에, 석진환을 둘러싼 주변은 혼란에 빠져 있다. 로봇의 외형을 한 자가 기억이 남았다는 사실만으로 ‘이전과 동일한 인물’이라 인정받기는 어렵고, 신체만 보유한 존재 역시 ‘본체’라 단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석진환은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자들과 싸워야 하고 자기 자신과도 끊임없이 부대껴야 한다. 그는 어떤 존재를 진짜 나라고 생각해야 할지, 또 자기가 원본이 맞는지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이제 저놈도 기계고 나도 기계야. 그런데 왜 저놈은 원본이고 나는 가짜지? (...) 오리지널에 가장 가까운 존재는 나야. 사고 이전의 기억과 인격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건 나뿐이라고.” — 책 속에서
부활의 기술을 장악한 초거대 기업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전쟁
개인의 혼란은 곧 대기업 트라이플래닛의 권력 그리고 음모와 맞물린다. 트라이플래닛은 죽은 자를 되살리는 생명공학 기술로 바이오테크 시장을 장악하려 한다. 석진환 회장의 부활은 개인의 기적이 아니라, 초거대 기업의 야망과 이해관계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는 기업과 가문의 계보를 가르는 권력으로 확장되고, 여기에 권력의 탐욕과 형제 간의 계승 다툼, 인간 실험의 윤리적 공백이 얽히며 이야기는 긴장감 있게 달려 나간다.
2천 년 전 철학이 되살아나,
근미래의 인간을 겨눈다
『테세우스 패러독스』는 플루타르코스의 고전적 역설, ‘테세우스의 배’를 직접적으로 소환하며 이를 몸(육체)과 의식(기억·자아)의 갈등으로 치환하고 있다. 공허한 철학 요약은 피하고 독자에게 서사적 체험을 제공하여 질문을 던진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이후 이어져온 인간 정체성의 논의를 한국적 서사와 결합하며 이 소설만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다른 것 아닌 장르 소설이 ‘인간은 무엇으로 정의되는가’라는 물음을 서사로써 정확히 던져, 읽는 이의 내면에 선명한 파문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작품의 의미는 더욱 특별해진다. 어디까지 보존되어야 내가 나라고 믿을 수 있을까. 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이들 역시 존재의 연속성과 단절의 경계를 사유하게 된다. 두 번의 대상 수상이 증명하는 질문과 서사의 힘은, 이번 개정판에서 독자의 내면을 더욱 깊게 흔들 것이다.
미진은 인터뷰 영상을 정지시킨 다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여러분. 우리가 죽음을 정복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죽어도 되살리면 그만이라고 사람들이 믿기 시작하면,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손쉽게 목숨을 던지게 될까. 육체가 파괴되고 재생하는 과정 동안 얼마나 많은 의식이 사라지고 다시 생겨날까. 만약 그 모든 단절과 소멸이 죽음을 의미한다면…….
진환은 소름이 끼쳤다.
자신을 꼭 닮은 그것이 미소를 지었다. 기계가 되어버린 몸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미소였다. 원격 조종은 아니야. 인공지능도 아니고. 저건 살아 있는 사람이야. 안에 누가 들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경희
죽음과 외로움, 서열과 권력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첫 번째 장편소설 『테세우스의 배』로 2020 SF어워드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이후 발표한 『모래도시 속 인형들』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2023 SF어워드 장편소설 부문 대상에 선정되었다.또한 단편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이 2019 브릿G 올해의 SF에 선정되었으며, 황금가지 작가 프로젝트,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등 세 차례의 공모전에서도 수상했다.주요 작품으로는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설화」 『그날, 그곳에서』, 논픽션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등이 있다.
목차
1부 컨티넘
2부 보디
3부 메모리
에필로그
용어 해설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