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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서 비키니를 꺼냈다
한국문연 | 부모님 | 202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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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김뱅상의 시 앞에서 어떤 독자들은 자신의 기대가 배반당하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의 시는 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도 그 특유의 추상적인 묘사로 인해 상당한 이질감을 선사하며, 그 목적 또한 모종의 이유로 추상화되어 좀처럼 표면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김뱅상의 시가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그 목적은 치유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삶의 의미에 대해 부분적인 진술을 수행하더라도 그것은 보편적인 성찰의 자세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종종 그의 화자는 자기의 내면을 온전히 언어화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모습은 서정적 풍경을 통해서가 아니라 존재론적 침묵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출판사 리뷰

김뱅상의 시 앞에서 어떤 독자들은 자신의 기대가 배반당하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의 시는 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도 그 특유의 추상적인 묘사로 인해 상당한 이질감을 선사하며, 그 목적 또한 모종의 이유로 추상화되어 좀처럼 표면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김뱅상의 시가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그 목적은 치유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삶의 의미에 대해 부분적인 진술을 수행하더라도 그것은 보편적인 성찰의 자세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종종 그의 화자는 자기의 내면을 온전히 언어화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모습은 서정적 풍경을 통해서가 아니라 존재론적 침묵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자못 서늘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의 시적 화자의 태도와 더불어, 무수히 출몰하는 도형과 선들, 그로 인해 새롭게 구획화되는 시적 풍경들과 그 속에서 출현하는 단색들. 여타의 서정시와 궤를 달리하는 그의 작법 속에서, 우리는 그가 주목하는 ‘시’의 역량이 전통적인 의미와는 다른 지점을 노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검은 사각형

선들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 도형이 된다 아니 사각의 블랙홀

너와 헤어진 골목,
어둠 한 줌 머리끝까지 끌어당겼지

블랙은 나를 또 다른 벽 속으로 끌고 가고
간절하다는 것, 겨울 화분에 물을 주는 일

겨울은 스며들지도 않아
떡잎이 돋아날 즈음이면 내 튕겨 나간 검정 따위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

팔이 없어질까, 몸은 젤리가 되고
어디든 굴러갈 수 있는 도형은 없을지도

녹턴은 틀지 말아줘 뻣뻣해진 내 몸엔 블랙이 필요할 뿐이야
터널 속, 난 언제나 벽에 기대 살거든

오래 햇빛을 보지 못한 도형들도
날아오르면 나비가 될까?

나비가 바닥에 떨어진다
무슨 어둠을 핥으려던 것이었을까, 어둠이 도형 안쪽을 채우는

블랙은 사각으로, 또는
동그랗게

기다리지 않았는데 블랙은 너를 빨아들인다

이불을 당기자 더듬거리는 밤의 겹쳐짐에 대해

냉장고에서 비키니를 꺼냈다

내가 비키니를 처음 입은 것은 겨울이었죠 속을 다 비워내고
옷을 거꾸로 벗는 일이었어요 눈썹을 치켜 그렸다니까요

그가 새 애인이 생겼다고 집을 나가서는 위스키 냄새를 풍기며 들어왔어요
어둑어둑해져 있었고, 아니 캄캄한 밤이었죠

그런저런 것들을 삼키고 있었어요 나는 방안에서 가장 큰 그림자로 있었고
두려움 따윈 없었어요 그는 나뭇등걸로 처박혀 있었거든요


두 번째로 비키니를 벗은 날은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밤이었어요
반쯤 죽어 있었죠 밤에도 비키니를 입을 수 있네,

천둥소리로 덮인 세상 하나를 열어젖혔죠
소리들은 환하게 빛났어요
나는 서 있었고 그는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던

안경을 챙겨 끼고 나는 사라지는 쪽으로 걸어갔어요
아랫배가 차가웠죠 머리가 없었고 어깨가 자꾸만 퍼져 나갔어요

맞은편에서 눈사람이 걸어왔어요
녹지 마, 옆구리에 눈덩이 하나를 더 붙여 주었죠


몇 번 비키니를 입을 기회가 있었죠 까만색이었습니다
허벅지 사이엔 늘 검은 빛이 돌았거든요

그런 날은 하얀 도깨비들이 출몰하곤 했어요 놈들은 늘 붉은 뿔을 달고 있었죠

그를 다시 만난 건 내가 막 마지막 비키니를 벗는 찰나였어요
그의 눈빛이 내 배꼽에 닿을 때쯤 오지 마,
귀를 쫑긋하였죠

냉장고에서 비키니를 꺼냅니다 블루입니다
나는 드디어 차가운 물에 수영을 할 수 있겠다

비키니에 혈흔이 묻어 있어요
이런, 해바라기

3시 17분, 바지랑대 끝의

바지랑대에 달랑거리던 햇살 흘러내린다
옥상 난간 벽에 그림자 한 폭 자라다 흔들린다 데생 작업 중인가?

누가 그리는 묵화일까? 바지랑대, 그림 속으로 고개를 내밀자
화폭엔 비스듬, 웬 不 자?

그림자, 마지막 획하나 여태 찍지 못하고
저 자리, 새 한 마리 앉으려나?

그림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바지랑대, 짧은 그림자를 낙관인 양 뭉개는데
그 새, 한 발 만으로도 이 계절 견딜 수 있다는 걸까?

세상엔 마음대로 되는 게, 있다
새 한 마리 앉았다 간 그림 속 자꾸만 자라나고

새 한 마리 또, 날아와 점을 찍고 간다
흔들리다 사라지는 획, 不
누군가 자꾸만 쓰다가 지우는


그림자 한 계단 내려서고 나, 그림 속으로 흘러내려
아니다 아니다, 자꾸 날 지워가는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뱅상
경북 안동 출생. 2017년 『사이펀』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누군가 먹고 싶은 오후』 『어느 세계에 당도할 뭇별』이 있다. 2019년 문학나눔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검은 사각형 10
이집션 블루, 8/8 12
옆자리가 비었다 16
쏟아버리고 싶은, 오후 20
카페베네 2층, 혼자 둘이서 23
교집합 26
실루엣, 18:09 29
이중으로 닫힌 창에 대한 풍크툼 32
사물이 비치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35
구성 Ⅲ*, 속의 카페 풍경 38

제2부

수요일의 빛깔 44
냉장고에서 비키니를 꺼냈다 47
삼각형의 눈빛 50
5시 28분, 53
굴뚝이 비좁아서 목마를 만들었죠 56
낯선, 낯익은 풍경 60
첫눈 62
내가 수평이라 말했던 64
현악 삼중주 66
도로를 가로지를 때가 있다 68

제3부

무대에 오르다 72
모놀로그, 낯선 요일의 74
삽화가 된 휴지통 77
3시 17분, 바지랑대 끝의 80
지붕이 붉은 겨울 82
수수께끼 85
캐러멜은 녹아내리는 성질이 있다 88
저녁엔 압생트 한 잔을 91
사각지대 94

제4부

나는 98
온도가 낮을수록 색깔이 진해진다 98
박제 그림자 100
테이블에 놓아둔 얼굴을 끕니다 104
대합실 풍경 107
화요일의 식탁 110
가끔은 그림자라도 찌르고 싶다 114
오늘 입맛, 내성적입니다 116
액자 속 서른 즈음 118
가장자리 쪽으로 굴러가는 120
탄젠트 122

▨ 김뱅상의 시세계 | 임지훈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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