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78년 동일방직에서 벌어진 ‘똥물 투척’ 사건을 배경으로, 시대의 폭력에 짓밟힌 여성 노동자들의 청춘을 복원하는 장편소설이다. 공장에 모여 자매처럼 지내던 미은·명숙·선자, 그리고 태오의 시선 속에 당시의 공포와 분노, 인간다운 삶에 대한 열망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저자는 세월의 뒤편으로 밀려난 피해의 기억과 외면당한 목소리를 진혼의 형식으로 끌어올리며, 왜 아무도 이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는지 묻는다. 가난과 신앙, 연대와 싸움이 교차하는 이 서사는 시대의 기원을 다시 쓰는 문학적 시도이자 오늘의 독자에게 잊지 말아야 할 물음을 던진다.
출판사 리뷰
우리 시대의 기원을 새로 쓰다
“너는 그날을 기억해. 아니, 기억한다는 말은 맞지 않아. 그날은 네게서 늘 맴돌고 있었으니까. 파문의 중심처럼, 네 안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데 끊임없이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었으니까.”
1978년 2월, 노조 지부장 선거를 위해 투표하러 가던 방직공장 여공들의 머리 위로 똥물이 끼얹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자비한 구타. “너는 공포로 굳어 있었고 너를 보호해야 했지. 공포는 명숙의 감정이었지만 네게 고스란히 전해졌어. 불안하고 떨리던, 분노에 차 어쩔 줄을 모르던, 터져버릴 것 같던 그 생생한 느낌을 아직도 기억해.” 양진채의 장편소설 『언제라도 안아줄게』는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 미은과 명숙, 선자, 그리고 태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올라온 미은은 같은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명숙, 선자와 한방을 쓰며 친자매와 다름없는 사이가 된다. 세 사람은 휴일 없는 삼교대의 고된 노동 환경 속에서도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청춘을 꽃피운다. 명숙은 공장에서 개최하는 미스동일 선발대회에 나가고, 선자는 공장 일과 노조 대의원 활동을 병행하고, 미은은 성당 야학을 다니며 공부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세 사람이 하숙하고 있는 주인집 아들 태오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성당의 종지기 일을 맡고 있다. 태오는 동갑내기인 미은과 점차 가까워지며, 또 가난한 가정 형편 속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친구 경준과 함께하며 사제의 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느님이 정말로 있다면 어째서 사람들은 이렇게 가난한가. 어째서 아무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지 않는가.
“태오야, 하느님이 계시는 거 맞지? 하느님이 계시다면 왜 우리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거니. 우리가 그렇게 싸워도 도대체 아무도 몰라. 신문에 기사 한 줄 실리지 않아. 아무도 우리 말을 들어주지 않아. 우리 얘길 들어달라고, 같이 힘 좀 모아달라고 그렇게 외치고 다녀도 아무도 우리 얘길 들으려 하지 않아. 우리가 공순이라서 그런 거니? 정말 그런 거야? 너무하지 않아? 우리는 똥물을 뒤집어쓰고 있는데, 제발 우리 얘기 좀 들어주면 안 돼? 조금의 관심,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명숙은 그날 뱃속의 아이를 잃는다. 소설은 그 아이에 대한 진혼의 형식을 품고 시대의 암흑에 짓밟힌 세 노동자 여성의 청춘의 시간을 복원한다. ‘인간다운 삶’에 대한 열망이 아름답게 피어났던 시간이 망각의 저편에서 생생하게 돌아온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 시대의 기원을 새롭게 쓰려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양진채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스카 라인」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푸른 유리 심장』 『검은 설탕의 시간』, 장편소설로 『변사 기담』, 스마트소설집으로 『달로 간 자전거』, 산문집으로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7
언제라도 안아줄게 15
에필로그 223
작가의 말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