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세월의 강을 건너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으로, 삶의 가장 순수하고도 무거운 진실을 건져 올린 시집이다. 1부 <상큼하다>, 2부 <서그러지다>, 3부 <살보드랍다>에 각 20편씩 총 60편의 시가 실려 있으며, 자연 이미지와 시간의 흐름을 결합해 노년의 어머니를 향한 깊은 사랑과 상실의 감정을 보편적인 경험으로 확장한다.
흙벽돌처럼 무너져 가도 ‘비교할 수 없는 걸작’인 몸, ‘아이가 되어 가는 엄마’를 통해 모든 사랑이 결국 돌봄으로 완성됨을 보여주며, 죄책감·책임감·그리움이 뒤섞인 가족 관계의 복합성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강과 퇴적층 같은 심상은 비가역적인 시간과 생의 흐름을 상징하며,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수용과 관조의 시선이 돋보인다.
노년의 부모를 마주한 이들, 상실의 의미를 생각하는 이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사랑의 기록을 찾는 이들에게 이 시집은 빛과 위로를 건네며 생의 마지막 단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출판사 리뷰
김정옥의 『그새 가?』는 1, 2,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상큼하다>에 20편, 2부 <서그러지다>에 20편, 3부 <살보드랍다>에 20편 등 총 60편의 시들이 시인의 섬세한 감정을 담아 펼쳐지고 있다.
김정옥의 『그새 가?』는 "시간의 강을 건너는 어머니의 손을 놓지 않는 시선, 한 생을 다 써도 채 마르지 않는 사랑의 기록"이다.
김정옥 시인의 시집 『그새 가?』는 노년의 어머니를 마주하는 딸의 시선으로, 삶의 가장 순수하고도 무거운 진실을 건져 올린다. '아이가 되어 가는 엄마'를 보며 우리는 비로소 모든 사랑이 결국은 돌봄으로 완성됨을 깨닫는다.
"가지 마!" 한마디에 모두가 울컥했던 그 순간을, 내 안에 살아 있는 어머니의 걸음걸이와 웃음소리를, 흙벽돌처럼 무너져 가도 '비교할 수 없는 걸작'인 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이들을 향한,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을 이 책에서 당신은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부모님의 손을 놓아야 했거나, 지금 놓고 계신 분, 나이 들어감과 상실의 의미를 생각해 본 모든 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써 내려가는 사랑의 심층 보고서를 찾는 이들은 이 책을 보아야 한다.
"엄마의 웃음 속에 내가 있고, 엄마의 걸음걸이 속에도 있다"
김정옥 시인은 어머니의 노년과 쇠퇴를, 단순한 슬픔이 아닌 '한 점 예술품'을 바라보는 예찬의 눈으로 전환한다. 이 시집은 상실의 그늘 속에서도 빛나는 사랑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눈물과 위로가 공존하는 문학적 성취이다.
김정옥의 『그새 가?』는 자연 이미지(강, 퇴적층, 비, 상록수)를 인간의 삶과 노화 과정에 빗대어 사용함으로써, 개인적인 경험을 보편적인 인간 조건으로 승화시킨다. 특히 "강"과 "퇴적층"은 시간의 흐름과 비가역성을 상징하는 강력한 심상으로 작용한다.
시인의 철학은 수용과 관조에 기반한다. 어머니의 쇠퇴와 죽음이라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자연스러운 생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인다. "한 점 예술품"이나 "비교할 수 없는 걸작" 같은 표현에서는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하려는 시인의 시적 설득력이 드러난다.
『그새 가?』의 시편들에서 가족 사랑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어머니를 충분히 돌보지 못한다는 자책이 죄의식과 책임감으로 일관되게 시편을 관통하는 점, 보호자에서 보호받는 자가 되는 어머니를 돌보는 딸로의 역할 전환을 수용한다는 점, 자신 안에서 발견되는 어머니의 모습을 유전적 연결에 대한 인식으로 보여주는 점, 죽은 가족 구성원에 대한 지속적인 그리움을 표현하여 부재와 상실의 수용을 나타낸 점 등이 그러한 양상의 예이다.
김정옥 시인의 시는 한국 현대시에서 노년과 가족 관계를 다루는 중요한 성과이다. 일상적인 언어와 강력한 이미지를 결합하여, 개인적인 경험을 보편적인 공감으로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노화와 죽음이라는 어두운 주제를 아름답고 위엄 있게 조명함으로써, 독자에게 생의 마지막 단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는 점은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김정옥 시인의 『그새 가?』에 실린 시편들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단순히 아름다운 감정이 아니라, 고통과 희생, 죄의식, 수용 등 복잡한 감정의 층위를 가진 것임을 보여 준다. 바로 이러한 복합성 때문에 김정옥의 시는 진정성 있고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순간이었다
생각할 틈을 갖지 못한 채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차곡차곡 쌓아 두기만 했던
엄마에게
아이들에게
아내에게
누나들에게
형들에게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고스란히 가슴에 묻고 말았다
눈물 한 방울 떨구지 못했다
점점 아기가 되어 가는 엄마를 남기고
떠나와서도
엄마가 목에 가시처럼 걸린다
엄마 곁을 떠난 적이 없는 막둥이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서도
나 없는 하늘 아래
엄마를 누가 돌볼지
엄마 생각만 한다
- 「순간이 지나고」 전문
상실의 갑작스러움과 미완의 말들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은유는 죽음이라는 비가역적 경계를 강력하게 상징한다. “차곡차곡 쌓아 두기만 했던” 하고 싶은 말들은 평생 축적되었으나 표현되지 못한 감정의 무게를 보여준다. 특히 “가시처럼 걸린다”는 표현은 지속적인 염려와 미안함이 신체적 고통처럼 느껴짐을 드러낸다
“아기가 되어 가는 엄마”는 부모-자녀 관계의 역전을 드러내는 강력한 이미지이다. 시인은 어머니를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는 깊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는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고통이다.
단풍이 곱은 손가락으로 꼭 잡은 가을 끝자락
당신이 가꾸던 뜨락 비질도 내려놓은
엄마 몸을 씻기며 문 연 하루가 가랑비 속을 지나간다
아버지 떠나신 후
넓은 정원을 버리고
소원이던 아파트살이에 적응하느라 애를 쓰다
청소하기 밥하기 손자 돌보기
소소한 짐을 내려놓은 후
하루가 다르게 무게를 도굴당하는 몸
엄마 몸은 퇴적층을 쌓고 있다
구십 년 지난 퇴적암에서
지방층이 녹아 미끄러져 나가고
가뭄 든 근육층이 허물어져
우슬 모양 뼈마디 드러낸 팔다리까지도
채석강처럼 굽이굽이 지나온 길 물결무늬를 드러내고 있다
몸에 조각을 하고 그림을 그려 넣는다
평생에 걸친 완성을 바라보는 한 점 예술품
엄마가 마룻바닥에서 일어서려 있는 힘을 모은다
비교할 수 없는 걸작이다
- 「그림으로 말하는 몸」 전문
이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퇴적층”, “퇴적암”, “채석강” 등 지질학적 은유이다. 어머니의 몸을 오랜 시간 쌓여 형성된 지층에 비유하며, 90년의 인생 역사가 신체에 새겨져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층이 녹아 미끼러져 나가고/ 가뭄 든 근육층이 허물어져”는 노화 과정을 자연 현상으로 승화시킨 뛰어난 표현이다.
시인은 쇠퇴하는 어머니의 몸을 “한 점 예술품”으로 재해석한다. 이는 단순한 미화를 넘어, 삶의 흔적과 고통의 역사가 오히려 인간 존재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구성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비교할 수 없는 걸작”이라는 결론은 어머니에 대한 깊은 존경과 사랑에서 비롯된다.
책꽂이에 서 있는 사진 액자를 꺼내
팔꿈치로 닦는다
엄마 팔순 때 함께 갔던 베트남 여행 중
엄마 작은누나와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줬었지
너는 지금도 곁에 있는 것 같고
떠난 적이 없는 듯한데
일요일이 되어도
“누나! 같이 점심 먹자!
올 수 있어?”
전화하는 이 아무도 없고
네가 없다는 현실이
가슴에 비를 퍼붓는다
너는 여전히 웃기만 하고
너로 하여 지탱되던 엄마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흙벽돌처럼 무너져
요양원에서 날마다 집에 간다며 보따리를 싼단다
너는 여전히 웃기만 하고
내리는 비는 그칠 줄 모른다
너를 보고 싶은 마음이 바다로 흐른다
- 「너는 여전히 웃기만 하고」
사진 액자 속의 미소는 과거의 행복한 순간을 고정시켜, 현재의 상실감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여전히 웃기만 하고”라는 반복되는 구절은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죽은 자와 계속 흘러가는 생자의 시간 사이의 괴리를 강조한다.
죽은 이의 부재로 인해 “엄마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흙벽돌처럼 무너져” 내린다. 이는 가족 구성원 한 사람의 부재가 전체 가족 시스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가족 사랑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어제는 나 좀 데려가 줘, 나 좀 데려다 줘 하더니
오늘은 면회시간 30분 두 배가 넘는 시간이 후다닥 달려가도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며
“그새 가?”
“가지 마!”
“가지 마!”
큰 눈이 부엉이 눈처럼 커져서
올려다보는 엄마
어제도 없고
오늘도 없을 줄 알았습니다
파수꾼이 될 수 없는 순간이
벼락처럼 들이닥친 줄 알았지요
초조하고 살 떨리던 날들이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어제 입원 한 달여 만에
옹알이하는 아기처럼
말문이 트였습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가지 마!”
“가지 마!”
엄마 목소리가
이명처럼 귓전을 울립니다
- 「그새 가?」 전문
어머니의 “그새 가?”라는 반복된 물음은 치매나 노화로 인한 시간 인식의 왜곡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30분의 면회 시간이 “두 배가 넘는 시간”으로 느껴지는 주관적 시간 체험은 노년의 인지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며” “가지 마!”의 반복은 어머니의 외로움과 의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떠나야 하는 딸의 마음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로 표현되어, 이별의 양측 모두가 겪는 고통을 동시에 조명한다.
엄마의 웃음 속에 내가 있고
엄마의 걸음걸이 속에도 있다
엄마의 옆모습에 내가 있고
내 뒷모습이 천상 엄마란다
사람들은 말한다
니가 딸이구나
똑같네 똑같아
어느날
동영상을 보다
목소리까지 닮은 날 발견했다
내 음식을 푹 덜어서 아들에게 준다
“할머니랑 똑같네”
폭소 속에서 언뜻
그런 엄마를 발견한다
변함없이 우리 곁에
늘 상록수로 계실 줄 알았던 엄마
- 「그런 엄마」 전문
“엄마의 웃음 속에 내가 있고”에서 시작하여 “내 뒷모습이 천상 엄마란다”까지, 시인은 자신 안에서 발견되는 어머니의 모습을 인식한다. 이는 유전적 유사성을 넘어 정서적, 행동적 유사성까지 포함하는 깊은 연결감을 보여준다.
“늘 상록수로 계실 줄 알았던 엄마”라는 구절은 자녀들이 흔히 갖는 부모의 영원함에 대한 착각을 잘 드러낸다. 이 착각이 깨질 때 비로소 우리는 부모의 유한함과 소중함을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
상실의 갑작스러움과 미완의 말들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은유는 죽음이라는 비가역적 경계를 강력하게 상징한다. “차곡차곡 쌓아 두기만 했던” 하고 싶은 말들은 평생 축적되었으나 표현되지 못한 감정의 무게를 보여준다. 특히 “가시처럼 걸린다”는 표현은 지속적인 염려와 미안함이 신체적 고통처럼 느껴짐을 드러낸다
“아기가 되어 가는 엄마”는 부모-자녀 관계의 역전을 드러내는 강력한 이미지이다. 시인은 어머니를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는 깊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는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고통이다.
단풍이 곱은 손가락으로 꼭 잡은 가을 끝자락
당신이 가꾸던 뜨락 비질도 내려놓은
엄마 몸을 씻기며 문 연 하루가 가랑비 속을 지나간다
아버지 떠나신 후
넓은 정원을 버리고
소원이던 아파트살이에 적응하느라 애를 쓰다
청소하기 밥하기 손자 돌보기
소소한 짐을 내려놓은 후
하루가 다르게 무게를 도굴당하는 몸
엄마 몸은 퇴적층을 쌓고 있다
구십 년 지난 퇴적암에서
지방층이 녹아 미끄러져 나가고
가뭄 든 근육층이 허물어져
우슬 모양 뼈마디 드러낸 팔다리까지도
채석강처럼 굽이굽이 지나온 길 물결무늬를 드러내고 있다
몸에 조각을 하고 그림을 그려 넣는다
평생에 걸친 완성을 바라보는 한 점 예술품
엄마가 마룻바닥에서 일어서려 있는 힘을 모은다
비교할 수 없는 걸작이다
- 「그림으로 말하는 몸」 전문
이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퇴적층”, “퇴적암”, “채석강” 등 지질학적 은유이다. 어머니의 몸을 오랜 시간 쌓여 형성된 지층에 비유하며, 90년의 인생 역사가 신체에 새겨져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층이 녹아 미끼러져 나가고/ 가뭄 든 근육층이 허물어져”는 노화 과정을 자연 현상으로 승화시킨 뛰어난 표현이다.
시인은 쇠퇴하는 어머니의 몸을 “한 점 예술품”으로 재해석한다. 이는 단순한 미화를 넘어, 삶의 흔적과 고통의 역사가 오히려 인간 존재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구성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비교할 수 없는 걸작”이라는 결론은 어머니에 대한 깊은 존경과 사랑에서 비롯된다.
책꽂이에 서 있는 사진 액자를 꺼내
팔꿈치로 닦는다
엄마 팔순 때 함께 갔던 베트남 여행 중
엄마 작은누나와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줬었지
너는 지금도 곁에 있는 것 같고
떠난 적이 없는 듯한데
일요일이 되어도
“누나! 같이 점심 먹자!
올 수 있어?”
전화하는 이 아무도 없고
네가 없다는 현실이
가슴에 비를 퍼붓는다
너는 여전히 웃기만 하고
너로 하여 지탱되던 엄마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흙벽돌처럼 무너져
요양원에서 날마다 집에 간다며 보따리를 싼단다
너는 여전히 웃기만 하고
내리는 비는 그칠 줄 모른다
너를 보고 싶은 마음이 바다로 흐른다
- 「너는 여전히 웃기만 하고」
사진 액자 속의 미소는 과거의 행복한 순간을 고정시켜, 현재의 상실감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여전히 웃기만 하고”라는 반복되는 구절은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죽은 자와 계속 흘러가는 생자의 시간 사이의 괴리를 강조한다.
죽은 이의 부재로 인해 “엄마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흙벽돌처럼 무너져” 내린다. 이는 가족 구성원 한 사람의 부재가 전체 가족 시스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가족 사랑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어제는 나 좀 데려가 줘, 나 좀 데려다 줘 하더니
오늘은 면회시간 30분 두 배가 넘는 시간이 후다닥 달려가도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며
“그새 가?”
“가지 마!”
“가지 마!”
큰 눈이 부엉이 눈처럼 커져서
올려다보는 엄마
어제도 없고
오늘도 없을 줄 알았습니다
파수꾼이 될 수 없는 순간이
벼락처럼 들이닥친 줄 알았지요
초조하고 살 떨리던 날들이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어제 입원 한 달여 만에
옹알이하는 아기처럼
말문이 트였습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가지 마!”
“가지 마!”
엄마 목소리가
이명처럼 귓전을 울립니다
- 「그새 가?」 전문
어머니의 “그새 가?”라는 반복된 물음은 치매나 노화로 인한 시간 인식의 왜곡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30분의 면회 시간이 “두 배가 넘는 시간”으로 느껴지는 주관적 시간 체험은 노년의 인지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며” “가지 마!”의 반복은 어머니의 외로움과 의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떠나야 하는 딸의 마음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로 표현되어, 이별의 양측 모두가 겪는 고통을 동시에 조명한다.
엄마의 웃음 속에 내가 있고
엄마의 걸음걸이 속에도 있다
엄마의 옆모습에 내가 있고
내 뒷모습이 천상 엄마란다
사람들은 말한다
니가 딸이구나
똑같네 똑같아
어느날
동영상을 보다
목소리까지 닮은 날 발견했다
내 음식을 푹 덜어서 아들에게 준다
“할머니랑 똑같네”
폭소 속에서 언뜻
그런 엄마를 발견한다
변함없이 우리 곁에
늘 상록수로 계실 줄 알았던 엄마
- 「그런 엄마」 전문
“엄마의 웃음 속에 내가 있고”에서 시작하여 “내 뒷모습이 천상 엄마란다”까지, 시인은 자신 안에서 발견되는 어머니의 모습을 인식한다. 이는 유전적 유사성을 넘어 정서적, 행동적 유사성까지 포함하는 깊은 연결감을 보여준다.
“늘 상록수로 계실 줄 알았던 엄마”라는 구절은 자녀들이 흔히 갖는 부모의 영원함에 대한 착각을 잘 드러낸다. 이 착각이 깨질 때 비로소 우리는 부모의 유한함과 소중함을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정옥
2017년 《미래시학》으로 등단. 시집 『뭐라구』, 『함께 걷는 이길』, 『올껴』, 『섭새기다』, 『씨앗으로 시간을 지나』 등이 있음.
목차
엄마를 그리워하며 5
제1부 상클하다
참새, 아침을 맞다 ·13
나뭇잎 사이로 ·14
순간이 지나고 ·16
저녁 ·18
눈 ·19
그림으로 말하는 몸 ·20
겨울나무 ·22
마지막이래 ·24
등불 ·25
냉수욕 ·26
사랑이 문 앞을 지나갔네 ·28
키스 ·29
마라톤 ·30
지금은 ·32
아파트 ·33
참맛 ·34
끈끈한 정 ·36
엄마 ·38
밥 먹어 ·40
화가의 시간 ·41
제2부 서그러지다
무를 썰다 ·45
동백꽃이 된 너 ·46
귀가 ·48
기둥 ·49
있다 ·50
아버지의 낡은 지갑 ·52
아버지 등허리를 펼쳐 보다 ·54
요양원 체류기 ·56
너는 여전히 웃기만 하고 ·58
소생이 ·60
그림자 ·61
그새 가? ·62
한 번 웃음으로 ·64
삽목 ·65
그 겨울 자취방 ·66
잔디처럼 ·68
오래된 책 ·70
고슴도치 사랑 ·71
삼총사 ·72
왕눈깔 사탕 ·74
제3부 살보드랍다
효도 ·79
다시 부르는 노래 ·80
사이에 핀 꽃 ·82
숲 ·84
되감기 ·85
이사 ·86
압축파일 ·88
시인 ·90
빈 냄비 ·92
다시 일어나, 다시 ·94
그런 엄마 ·96
지는 꽃잎 위에 술 한 잔 따르다 ·98
아직은 ·99
어금니 도망치고 싶은 주말 ·100
주거지 ·102
멀미 ·104
재개발 ·106
나비는 집을 보러 나서고 ·108
몽돌 ·109
품다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