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혼란의 시대,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결국 ‘일상의 틀’이다”
루틴·습관·의례의 힘을 밝히는 종합 인류학 보고서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주 요리를 한다. 마음이 혼란하거나 우울할 때, 상실을 겪었을 때 그들은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볶으며, 두부와 채소를 넣은 간단한 국을 끓이고, 채소를 담은 그릇에 드레싱을 뿌린다. 식욕이 생기는 상황도 아닌데 왜 요리를 할까? 하루키의 소설만이 아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에서 레지아는 죽으려는 남편 옆에서 차를 끓이고 일상의 대화를 계속하며, 영화 〈돈 룩 업〉에서는 지구 멸망의 순간에 아기를 목욕시키고 가족과 저녁식사를 함께한다. 불안과 혼란의 상황에서 그들은 왜 요리를 하고 차를 끓이고 청소를 할까? 그렇게 하면서 그들의 마음이 차차 평온해지기 때문이다. 비일상의 상황에서 ‘일상을 되찾기 위한’ 무의식적인 행동인 것이다.
《단단한 삶은 보통의 날들로 이루어진다》는 루틴·습관·에티켓·전통·의례 등, 우리가 흔히 ‘틀’이라고 부르며 낡고 구속적이라고 여겨온 모든 일상의 규칙들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만들어주는 책이다. 존스홉킨스 의대 정신과 교수이자 인류학자인 펄 카츠는 수십 년간의 임상 경험과 방대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리추얼이야말로 우리가 혼란을 견디고 상실을 극복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의학·문화인류학·심리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40년 연구
리추얼은 어떻게 마음을 안정시키고, 관계를 지키고, 창의성을 높이는가?불안할 때 정해진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이 ‘정해진 행동’은 하루 24시간, 1년의 365일 내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루틴, 습관, 규칙적인 일과를 말한다. 이것이 ‘리추얼’이며, 여기에는 탄생과 성장, 결혼, 질병과 치료, 노화와 죽음까지 생로병사의 굵직한 사건들에 관련된 의식과 의례도 포함된다.
이 책은 ‘리추얼’이 무엇이며,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특히 질병과 치료, 이별과 죽음으로 인한 상실이라는, 우리 삶에서 피할 수 없는 큰 사건들을 견뎌내고 치유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리추얼이 하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일상의 틀은 우리를 속박하는 것이 아닌 예측 가능성으로 인한 자유를 준다
존스홉킨스 의대 정신과 교수인 펄 카츠는 저서 《단단한 삶은 보통의 날들로 이루어진다》를 통해 불안과 혼란, 억압, 상실의 비일상을 견뎌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는 ‘리추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유대인 이민자 2세로, 일반적인 미국인과 다른 가정적 분위기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온 국민이 즐기는 핼러윈과 미국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 행사에 어우러지지 못하며 고립감을 느꼈다.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서 저자는 가정의 문화와 상관없이 사회와 주변 친구들을 따라 하면서 더 이상 고립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 경험을 통해 저자는 ‘리추얼’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에서 정해진 풍습대로 따르는 동안 그녀는 심리적 자유와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인류학자가 되고 나서야 이 자유와 안정감의 정체를 알게 된다. 수많은 환자와 면담하고 다양한 연구 결과를 분석한 끝에 리추얼, 즉 정해진 것을 정해진대로 수행하는 동안 우리는 불안, 억압, 혼란, 상실을 극복하고 일상의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출근 시간, 식사 시간, 주말의 리듬, 학교의 규칙 같은 작은 일상부터 출생, 명절, 장례의 절차 등 생로병사의 순간까지, 우리의 삶은 수많은 리추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정해진 구조’들은 우리를 제한하는 대신, 해야 할 일을 예측하고 감정을 정리하며, 생각과 상상, 창조적 사고를 펼칠 수 있는 정신적 공간을 열어준다. 즉, 틀이 우리를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틀 안에 있어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유롭게 사고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의 루틴부터 중요한 의례까지, 우리 삶을 단단하게 회복해주는 힘
이 책은 총 4부에 걸쳐 우리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리추얼’을 소개한다. 1부 ‘틀이 있어야 더 자유롭다’에서는 삶의 경계를 만드는 리추얼의 기능과 그것이 어떻게 갈등을 예방하고 인간의 심리를 안정시키는지 설명한다.
2부 ‘생로병사를 감당하는 힘’에서는 가족, 식사, 명절 같은 일상의 작은 루틴부터 임신·출생·질병과 치료·죽음 같은 비일상적 사건에 이르기까지, 리추얼이 인간의 삶 전체에서 어떤 보호막이 되는지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붕괴와 그로 인해 드러난 사회적·심리적 균열은, 리추얼이 사라진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3부 ‘리추얼이 없을 때 벌어지는 일’에서는 리추얼의 부재가 불러오는 혼란과 심리적 불안정에 초점을 맞춘다. 리추얼이 사라진 현대의 만남·연애 문화, 정해진 장례를 치르지 못한 죽음, 공적 질서가 무너진 재난 상황 등은 리추얼이 결핍된 사회가 겪는 대표적인 문제들이다. 이 장들은 “우리는 누군가가 틀을 정해주길 바랄 만큼 불확실성을 두려워한다”는 저자의 통찰을 뒷받침한다.
4부 ‘인간은 항상 틀 너머를 꿈꾼다’에서는 리추얼이 어떻게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는지 다룬다. 예술가·과학자·운동선수들이 반복적인 루틴을 통해 더 높은 성취를 이루는 방식, 제약 속에서 오히려 상상력을 확장하는 메커니즘 등이 흥미롭게 소개된다. 리추얼이라는 틀이 인간의 창조성을 막는 장벽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의식하고 넘으려 함으로써 창의성을 실현하는 발판이 되는 것이다.
《단단한 삶은 보통의 날들로 이루어진다》는 단순히 리추얼의 중요성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일상이 무너지기 직전에, 혹은 무너진 뒤에야 깨닫게 되는 ‘평범함의 힘’을 의학적 근거와 풍부한 사례로 입증하며, 우리가 어떻게 다시 단단한 삶을 회복할 수 있는지 안내한다.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주는 정신적 구조물이자,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가장 큰 자유임을 일깨우는 지적 여정이 될 것이다.

지난주에 결혼식에 갔는데 참석자 중 아무도 뭘 기다리는지,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신부가 임신해서 급히 결정된 결혼이었거든요. 무슨 들판 같은 곳 한가운데서 야외 결혼식으로 진행됐는데, 아무 표시도 없고 나무 한 그루 없었어요. 입구도, 웨딩아치 장식도, 음악도 없었죠. 사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식장인지도 불분명했어요. 버진로드도 따로 없어서 신부가 어느 쪽으로 걸어야 할지 모르고, 하객들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했어요. 결혼식이 언제 어떻게 시작될지도 알 수 없었죠. 다들 뭔가 좀 정해진 게 있었으면 하는 눈치였어요.
주례 목사님이 도착하자 모두가 조금 안심하는 것 같았어요. 목사님이 간단한 예식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하객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기술 선진국에서는 많은 직종에서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의 명확한 분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업무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중이나 휴가 중에도 불쑥 끼어 들어온다. 이런 분리의 부재는 상당 부분 인터넷과 연결성에 의해 촉진된다. 의료회사의 CEO인 서른아홉의 한 남성은 “아내도 저도 업무 중인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구분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일과 여가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 혼란을 겪는 이들에게 전문가들은 그 경계를 과장해볼 것을 제안한다. 길 고든은 “언제든 어디서든 침범해 들어오는 일과 개인의 삶, 가족의 삶 사이에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계를 과장해 일과 집을 분리함으로써 ‘과도한 업무의 침범’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