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유학과 현대 인권의 상관관계를 위한 새로운 학문방법론. 이 책은 동양사상의 핵심인 성리학(性理學)을 현대 인권담론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다. 인권과 유학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저자의 두 번째 저작으로, 유학이 단순히 과거의 도덕철학이 아니라 오늘날 인권이 지향해야 할 인간의 내면적 존엄성과 관계적 윤리를 풍부하게 함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유학과 현대 인권의 상관관계를 위한 새로운 학문방법론
이 책은 동양사상의 핵심인 성리학(性理學)을 현대 인권담론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다. 인권과 유학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저자의 두 번째 저작으로, 유학이 단순히 과거의 도덕철학이 아니라 오늘날 인권이 지향해야 할 인간의 내면적 존엄성과 관계적 윤리를 풍부하게 함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근대 이후 인권은 서양의 정치철학을 기반으로 제도화되어 왔다. 저자는 인권의 제도화는 인간의 실존적·윤리적 차원을 소홀히 대하는 한계를 드러냈고 지적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성리학이 강조한 인(仁)·의(義)·성(性)·리(理)의 개념을 통해 현대 인권의 관점에서 ‘권리의 철학’을 넘어선 ‘도덕적 인권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성리학의 인간학과 인권의 재해석
성리학은 인간의 본성을 ‘성(性)’이라 하고, 그 본성을 관통하는 질서를 ‘리(理)’라 본다. 즉, 인간은 우주의 도덕적 질서를 스스로 내면화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 본성 자체가 이미 선(善)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엄의 철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주희(朱熹)는 “성은 곧 리”라 하여 인간이 본래부터 도덕적 주체임을 강조한다. 이는 근대 인권사상이 말하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존엄하다”는 선언과 철학적으로 상통하는 대목이다.
성리학은 인권을 외부의 제도가 아닌 내면적 본성의 실현으로 본다.
성리학의 자율은 서양 근대적 개인주의의 자율과 다르다. 그것은 ‘타자와의 조화 속에서 스스로를 완성하는 자율’이다. 인의예지(仁義禮智)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 덕목이며, 결국 인권이란 타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배려할 수 있는 관계적 윤리 능력을 뜻한다.
따라서 성리학적 인권 혹은 인권유학은 “함께 인간이 되는 길”, 즉 “공동체적 인간주의”의 한 형태로 제시된다.
성리학과 인권의 대화 ? 도덕과 제도의 균형
이 책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명료하다. 인권이 제도적 언어에 머물 때 인간의 내면은 공허해진다. 성리학은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도덕적 인권론의 철학적 자원을 제공한다. 즉, 인권의 실현은 법과 제도 이전에 인간이 자기 안의 ‘리(理)’를 깨닫고 실천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이 책은 위계적 질서나 남성 중심적 구조와 같은 성리학의 도덕주의가 가진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그 내부에서 자기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저자는 성리학을 과거의 도덕 교과서로 환원하지 않고, 현대의 젠더·생명윤리·사회정의·환경·인권 등의 문제로 확장하며 ‘살아 있는 인문철학으로서의 유학’을 제시한다.
조선후기 고전소설을 통한 성리학의 이해 필요성
현대사회에서 성리학을 역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학문적 방법론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저자는 대중에게 친숙한 홍길동전, 흥부전, 춘향전 등 조선후기 고전소설에 주목하고, 이를 텍스트로 삼아 당시의 시대상은 물론 현대 인권의 관점에서 성리학을 재해석, 재정립하려 시도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문학작품은 성리학적 가치와 이념이 지배하는 조선사회의 문제점과 다양한 인물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훌륭한 영감의 원천이다. 이 점에서 저자가 채택한 방법론은 학술적 및 실제적 제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인간의 도덕적 자율성을 회복하다
『성리학과 인권』은 동서양 사상의 대립을 넘어 ‘권리의 언어’와 ‘도덕의 언어’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철학적 모범이다. 저자는 인권유학의 관점에서 성리학을 불러낸다. 성리학이 제시하는 인간의 본성과 도덕 감정은 인권이 제도나 문서가 아니라 삶의 태도와 마음의 질서라는 사실을 실증하고 있다.
오늘날 인권의 위기는 제도의 부족이 아니라 타인이 겪는 고통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부족, 연대성과 환대를 무시하는 인간의 무감각 내지는 무관심에 있다. 성리학의 가르침은 이러한 비인간적인 실상을 깨우는 도덕 윤리적 사유의 힘이다. 이 관점에서 『성리학과 인권』은 전통의 언어로 인권의 미래를 다시 쓰는 책이다.
동양 인문정신을 현대 인권의 가치에서 그 의미와 중요성을 새롭게 평가하고 있다는 면에서 이 책은 의미 있는 학문적 결실로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나 많은 민중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인류는 왜 이토록 전쟁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인류는 서로 공생하고 상생하면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없는가? 대한민국의 분단 상황도 마찬가지다. 남북은 왜 끊임없이 대립하고 대치하며 서로 대화하고 교류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가? 남북 정부와 시민이 서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평화로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대타협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문제의 해법은 간단할 것 같은데 현실 상황은 여간 복잡하지 않다.
이러한 현실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코스모폴리탄적인 범우주적 세계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우리의 가치 관념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전통적 유학에 입각한 인본주의와 사람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하는 현대 인권의 새로운 만남 혹은 결합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 인권의 관점에서 전통 유학의 기본 덕목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극복하여 시대의 가치에 부합하는 학문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그 학문 방법의 하나가 바로 ‘인권유학人權儒學’이다.
인권유학이란 “유학(또는 유교)을 현대인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유학이 가진 전근대적인 관념을 해소·철폐·극복하려는 학문적 경향”을 말한다. 인권과 유학은 독자적 학문체계를 이루고 있는 반면, 인권유학은 아직 생성 중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권과 유학을 결합하려는 시도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춘추전국시대 공자를 시조始祖로 하여 성립된 유학은 약 2,500년이란 긴 세월을 통하여 성립, 발전해왔다. 이에 반하여 인권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 이후 개인의 권리의무에 대한 관념이 강화되면서 형성된 근대유럽사상의 산물이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인권은 국제 및 국내사회에서 지배담론으로 자리매김하였으나 유학은 봉건적인 사상으로 인권이 결여되어 있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인권이 ‘인간의 권리’의 줄임말이라면 유학은 ‘인간의 윤리’, 즉 ‘인륜人倫’을 일컫는 말이다. 양자 모두 그 중심에‘사람’이 있다. 전자가 사람의 권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후자는 사람이 마땅히 지키고 갖추어야 할 윤리(도리)를 중시한다. 후자의 예禮와 전자의 법法, 즉 예법禮法은 사회공동체를 유지·존속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인권과 인륜은 서로 유리되거나 배척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적이고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원시유학 또는 선진유학을 중심으로 바라보면, 인권과 유학의 조화로운 관계를 모색할 때 유학의 4대 핵심적인 주제어(키워드)는 인仁·애인愛人·효제孝弟·충서忠恕라고 생각한다. 이 네 가지 주제어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仁의 본바탕은 애인, 즉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깔려있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자식과 부모 간의 어떤 효는 물론 형제 간의 관계인 제(弟; 悌)도 정립되게 된다. 또한 타인을 대하는 마음가짐인 충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맡은 직무에 충실하고, 남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태도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바탕으로 한다. 이처럼 인仁을 기점으로 애인·효제·충서는 수직적 및 수평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인간관계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기본관념으로 적용된다.
- ‘조선후기 고전소설에 인권유학적 접근의 필요성’
작가 소개
지은이 : 채형복
1963년 대구 성서(城西) 망정동(望亭洞)에서 태어난 저자는 성서초등학교·성서중학교·계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계명대학교에서 법학사와 법학석사(국제법)를 취득했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3대학에서 유럽연합(EU)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로 있다.EU법 연구에 진력한 저자는 최근 법학과 문학 및 인권과 유학의 융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방 이후 법정 필화 사건을 다룬 『법정에 선 문학』과 유럽의 고전을 법문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나는 태양 때문에 그를 죽였다』는 전자를, 선진 시대를 대표하는 유묵도법(儒墨道法)의 사상을 현대 인권의 시각에서 분석한 『선진유학과 인권』 및 『성리학과 인권』은 후자에 대한 연구 끝에 나온 작품이다.시인으로서 저자는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다. 대표작으로 『바람이 시의 목을 베고』, 『칼을 갈아도 날이 서질 않고』, 『무 한 뼘 배추 두 뼘』, 『교수님 스타일』, 『파리지앵은 빗속에서도 뛰지 않는다』 등이 있다.자성록 『나는 매일 속세로 출가한다』에서 밝히고 있듯이 저자는 자유·인권·평화가 실현되는 세상을 꿈꾸며 학문의 길을 걷고 있다. 모든 존재는 자유롭고 평등하며 존엄하다는 인문학적 성찰의 바탕 위에서 학문과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이제 부처님께 밥값을 다했다!’ 성철 스님 말씀처럼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쉼 없이 정진하며 밥값을 다하는 학자로 살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장 조선후기 고전소설에 대한 인권유학적 접근의 필요성
제2장 조선후기 고전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선결적 주제 (1)
- 인권유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삼강오륜의 문제점
제3장 조선후기 고전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선결적 주제 (2)
- 조선 성리학의 기본내용과 문제점
제4장 허균, 『홍길동전』(17세기 초 추정)
-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르는 것을 허락한다
제5장 작자미상, 『박씨전』(17세기 후반~18세기 초)
- 너희가 끝까지 마음을 고치지 아니하니 나의 재주를 구경시키리라
제6장 박지원, 「허생전」(18세기 후반)
- 그대는 나를 한낱 장사치로 보는 것인가?
제7장 박지원, 「양반전」(18세기 후반, 조선 정조 연간)
- 그놈의 양반 따위 한 푼어치도 못 되는 것 아니우?
제8장 박지원, 「호질」(18세기 후반)
- 이놈의 선비 녀석, 구린내가 진동하는구나
제9장 작자미상, 『심청전』(조선 중기~후기)
- 아들 낳기 좋다 말고 딸 낳기 힘쓰란 말 나를 두고 이름이라
제10장 작자미상, 『흥부전』(창작 시기 미상)
- 볼기를 맞아도 형 대신에 아우가 맞을 것이니 나는 아무 걱정 없소
제11장 작자미상, 『춘향전』(19세기)
- 명사십리 해당화같이 연연히 고운사랑 네가 모두 사랑이로구나
제12장 작자미상, 『이춘풍전』(19세기 중후반)
-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내가 비루한 놈의 자식이로소이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