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중세 스콜라철학의 핵심 논쟁이었던 개체화 문제는 ‘한 존재를 바로 그 존재이게 하는 원리’가 무엇인지 따지는 난제로, 보에티우스 이후 13-14세기 철학의 중심 쟁점으로 자리했다. 본서는 『스콜라철학에서의 개체화』의 자매편으로, 토마스 아퀴나스의 개체화 원리 해석을 현대 주요 토마스 연구자들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검토하며 철학·신학 전통 속 이 문제가 지닌 난해함과 중요성을 드러낸다.
뉴욕주립대 조지 그라시아가 편집한 이 연구는 토마스 이론의 찬반 논리를 면밀히 짚어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개체성의 근거를 탐색하려는 독자에게 사유를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전진 기지 역할을 한다. 완결적 해명에는 이르지 않지만, 개체화 문제의 구조와 난점을 분명히 드러내는 안내서로 손색이 없다.
출판사 리뷰
개체화 원리를 성 토마스의 시선으로 살펴보고 찬반논쟁들을 검토하다!
개체화 또는 개체화의 원리 문제란,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개별적 존재자들을 다른 것이 아닌 바로 그 개체로 만드는 원리 또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따져 묻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이 문제는 보에티우스에 의해 처음으로 분명하게 제기된 이래 중세 스콜라학자들의 활발한 논쟁거리가 되었고, 13-14세기에 이르러서는 철학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이 책은 뉴욕주립대학의 조지 그라시아(Jorge J. Gracia) 교수가 1994년 편집 출간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2003년 가톨릭출판사의 ‘문화총서’로 출간된 『스콜라철학에서의 개체화』의 자매편이다. 이 책에서는 중세 스콜라학의 완성자인 토마스 아퀴나스에 초점을 맞추어, 개체화의 원리에 관한 토마스 자신의 입장을 현대의 주요 토마스 연구자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다각도로 살펴보고, 그에 대한 찬반논리들을 검토함으로써, 이 주제가 차지하는 철학 및 신학 내에서의 중요성과 까다로움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으로 성 토마스의 이론이 충분히 해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관심 있는 독자들이 좀 더 문제의 깊이를 파고들어 자신의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한 전진 기지로 삼는 데는 크게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성 토마스가 이 주제와 관련해서 취하는 입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어떤 존재자를 하나의 개체로 만드는 것을 지칭하는 개체화의 원리(principium individuationis)란, 어떤 존재자가 그 종을 특징짓는 성질들 외에도, 그것을 고유하고 배타적인 특성들로 시공 안에 규정짓는 독특하고 구체적인 실존을 소유하게 만드는 원리를 가리킨다. 여기서 개체란 ‘그 자체 안에서는 구별되지 않지만,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는 구별되는 것’(Individuum autem est quod est in se indistinctum, ab aliis vero distinctum)을 말한다(ST, I, 29, 4).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동일한 종에 속하는 개체들의 다수화와 개체화의 원인은 바로 ‘질료’(hyle, materia)이다. 성 토마스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개체화의 원리가 여하한 질료가 아니라 오로지 ‘양으로 표시된 질료’(materia quantitate signata: De ente et essentia, c.2, n.7) 또는 ‘규모가 한정된 질료’(materia dimensiones terminatae: De natura materiae, c.3)라고 명시한다. 여기서는 질료가 형상을 받아 한정함으로써 성립된다. 하지만 ‘개체’ 개념은 물질적 사물들뿐만 아니라, 영적인 천사들이나 신에게도 적용된다. 따라서 토마스는 다른 존재자들에 수용되거나 다수화될 수 없는 비물질적인 본성들에 적용될 수 있는 다른 개체화의 원리가 요구되는데, 천사(angelus)들의 경우에는 그 영적 본질이 존재 현실에 대해 가능태의 역할을 하기에 우의적으로 ‘질료’라 할 수 있고, 그 본질 자체가 존재인 하느님(Deus)의 경우에는 자신의 존재가 개체화의 근거를 구성한다고 가르친다(In De causis, prop.9).
-머리말
‘보편자’ 문제와 더불어 중세인들의 ‘가슴앓이’가 되었던 ‘개체화’ 문제는 보에티우스(Boethius, 480?-524?)에 의해서 처음으로 분명하게 제기된 이래 12세기에는 “표준 이론”이라고 불리는 기본틀이 형성되었다. 활발한 논의를 통해 스콜라학자들은 그 문제의 복잡성과 까다로움을 점점 더 자각하게 되었고, 13-14세기에 이르러서는 철학의 핵심적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오컴을 비롯하여 그 문제를 가짜-문제쯤으로 간주하는 명목주의적 성향으로 인해 쇠퇴했다가,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 다시 한번 더 활발한 논쟁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 뒤 이성주의 또는 관념주의적 성향의 철학이 지배하는 근현대 철학 시기 동안 또다시 긴 잠복기를 거쳐, 20세기 후반에 그라시아를 비롯한 여러 중세 연구가의 노력으로 다시 철학의 전면에 부각되었다.
그라시아가 “형이상학의 토대”(The Foundation of Metaphysics)라고 내세울 정도로 중요한 주제인 ‘개체화’ 문제가 오랜 사상사를 통해 이처럼 간헐적으로밖에 논의되지 못한 주된 이유는 그 문제가 안고 있는 어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델린노첸티는 이것을 “어두움”(obscuritas)이라 지적하고, 그라시아는 “빠져나올 길 없는 수렁”(a quagmire out of which there is no way)과 같다고 표현하고 있으며, 린다 피터슨은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이라고 부르고 있다.
-1. 토마스 아퀴나스의 개체화 원리
개체화의 원리에 대한 검토는 사변적 통찰의 가장 결실 풍부한 원천 가운데 하나였고, 또 계속해서 그러하다. 분명히 세계는 개별적인 사물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들의 개별성을 우리는 어떻게 묘사해야 한단 말인가? 서로 차이가 나는 개체들의 구별성의 원천은 무엇일까? 합성 실체들에 대한 아퀴나스의 개체화 원리가 질료의 양 또는 표시된 질료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 용어들은 질료가 양과 규모 또는 규모적 양이라는 우유들에 의해서 변화될 때, 형상과 질료로 이루어져 있는 어느 특정 합성체를 동일한 종에 속하는 다른 것으로부터 구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간의 변경들과 더불어, 이 관점은 아퀴나스의 여러 작품 속에 나타나고, 조셉 보빅과 좀 더 최근에는 조셉 오웬스에 의해서 정교하게 묘사되었다. 그렇지만 질료 안에 수용되는 규모적 양이라는 우유가 어떻게 실제로 물질적 실체들 가운데 어느 한 종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개별화하는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도 명료하지 않다. 부분적으로는 이런 이유 때문에, 그라시아는 규모적 양이 물질적 실체들의 개체화 원리라는 관점을 배격했던 것이다.
- 7. 그라시아와 아퀴나스: 개체화의 원리
목차
머리말
출전
제1부 성 토마스의 개체화 원리
1. 토마스 아퀴나스의 개체화 원리 _이재룡(李在龍)
2. 아퀴나스의 『삼위일체론 주해』에 나타나는 개체화 _케빈 화이트(Kevin White)
3. 토마스 아퀴나스: 개체화 원리인 규모적 양 _조셉 오웬스(Joseph Owens, CSsR)
4. 토마스에 따른 존재방식으로서의 개체 _로렌스 드완(Lawrence Dewan, OP)
제2부 후대의 비판적 논의
5. 스코투스의 개체화 _티모시 눈(Timothy Noone)
6. 토마스의 개체화 원리에 대한 수아레스의 비판 _조지 그라시아(Jorge J. Gracia)
7. 그라시아와 아퀴나스: 개체화의 원리 _앤드류 페인(Andrew Payne)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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