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그 누구한테 한 치의 앞날을 물어봐도 대답이 없는 것,
그것이 이 세상살이가 아닌가?”
작가의 말 속 이 문장은 『외화벌이』를 관통한다. 젊은 시절 바다를 건너 외화벌이에 몸 바친 선원으로서, 서성조는 파도와 생사의 경계를 항해하며 체득한 삶의 진실을 회고한다. 거친 풍랑 속에서도 인간다움과 동료애를 지켜낸 기억은 ‘검푸른 파도 밭’ 위에서 피어난 자존의 기록이다.
“혼자는 살 수 없어서, 이웃이란 것이 있다.”
또한 작가에게 가족은 세상의 근원이자 인간을 지탱하는 마지막 항구다. ‘부모님’, ‘아버지의 눈물’ 등의 수필에서 그는 타향의 고된 뱃일 속에서도 떠올리는 부모님과 자신의 자식을 통해 효심의 본질을 새긴다.
이 자전수필은 개인의 노동과 시대의 생애사가 맞물려 빚어낸, 한 인간의 성실한 항해 일지이자 삶의 품격에 대한 헌사다.
**외화벌이
외화벌이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뿐만 아니라, 송해 씨의 말대로 검푸른 파도 밭에서 선원들이 외화벌이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숨쉬기 힘든 중동 사막의 뜨거운 모래바람 속에서 열심히 일을 했으며(이때 한국근로자들의 근면 성실과 기능을 인정받아 오늘날까지도 긴밀한 파트너가 되고 있음), 후에는 월남 전쟁의 밀림 속에서 하나뿐인 생명까지 담보로 외화벌이를 했다. 이 고된 외화벌이들이 오늘날 한국의 큰 밑거름이 되었으니…
**종착항 HAMBURG항
그 좋은 한국의 가을 10월 말 울산에서 출항하여 12월 초에 종착항 함부르크까지 왔다. 그것도 한국의 합판을 한국에서 처음 만든 배로 싣고 왔으니 가슴 뿌듯하고 벅찼다. 그러나 쉴 틈도 없이 쏟아지는 눈과 추위에 우리로서는 미칠 노릇이다. 이런 날씨에도 선주들이 한국에서 만든 1차선을 구경하기 위해서 한 30명이 오니 갑판에 쌓인 눈 치우기도 바쁘다.
나는 순진하게 선주가 방선한다고 하기에 한 명인 줄 알았는데 30명이라니(이들은 벌써 사업 공동체를 만들고 자금을 조달하여 배를 만들어 사업했음). 선미에 쌓아 놓은 쓰레기들이 바람에 날려 언 강으로 날아다니니, 선장은 빨리 가서 쓰레기 주워오라고 난리다. 배에서 쓰레기를 날리면 벌금을 당한다는 것이다. 쓰레기는 잘 보관해 두었다가 수거 차량에 내려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유럽은 벌써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었으며, 동양 쪽에서는 항해 중 멀리 떨어진 바다에다 버렸다.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입이 저절로 튀어나오지만, 우리가 보관을 잘못하여 날아갔으니, 그 추위 속에 얼음판을 걸어다니며 다 수거해야만 했다. 그러고는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아예 선미에 비치된 창고에 처박아 놓았다.
선주들이 몰려오니 갑판에 쌓인 눈을 쓸고 또 쓸고… 끝이 없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선주들이 방선해서 보니, 눈을 치우는 이들은 모두 동양 사람 그것도 한국인을 처음 보았다. 그들이 보기에는 그 쪼그만 한 인종들이 먹고살겠다고 유럽까지 와서 아등바등 눈을 치우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던지 곧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두껍고 따뜻하고 실용적인 방한복을 한 벌씩 지급해 주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탱큐, 탱규!
작가 소개
지은이 : 서성조
전라북도 임실 출생1970년 목포해양전문학교 항해과 수료 서독 광부 및 간호사 이전 최초의 외화벌이로 40여 년간 승선자전수필 『외화벌이』
목차
작가의 말 3
1부 지중해
외화벌이 10
전국노래자랑! 11
구사일생 17
메이드 인 코리아 첫 유럽 진출 20
유럽까지 진출한 합판 23
동서양의 문화 차이 28
지중해 34
종착항 HAMBURG항 40
졸지에 트러블 메이커가 되어 50
동아프리카 60
회항하며 73
2부 김치 좀 주세요
차범근 씨 때문에 80
고집불통 87
배고파 못 살겠다! 91
선장의 아픈 이 94
하늘에다 침을 뱉어 봐라? 101
김치 좀 주세요 107
K-FOOD 110
휴가 111
1등항해사 직책을 탈환 114
드디어 휴가 118
아버지의 눈물 123
부모님 126
3부 세상은 좁다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이 중하다란 하나님의 말씀 134
세상은 좁다 155
천지개벽 162
결혼 175
어른도 애한테 배운다 189
민주화를 위해서 191
죽으란 법은 없다 193
인간의 삶 195
일본에서는 한국 자동차가 보이지 않는다 198
4부 한국의 저력
잘못 낀 첫 단추 200
한국의 저력 212
연말을 보내며 225
복수의 칼을 갈다 237
재수 없는 사람은 정자 밑에서 깨닫다 240
뺏겨버린 하나밖에 없는 아들 243
이혼 244
운명의 장난 246
황천길 250
분노의 폭발 255
부모님의 끝 없는 사랑 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