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사부작 사부작』은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이 현재를 회복시키고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섬세한 문장으로 보여 준다. 저자는 가족, 친구, 지인에 대한 회상을 통해 삶의 결을 되짚으며, 지나온 시절들이 서로를 비추어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 내는 순간들을 담아낸다. 또한, ‘느림이 곧 힘’이라는 저자의 태도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삶의 진정성을 드러낸다. 화려한 언어 없이 일상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는 이 책은 예측할 수 없는 삶의 파도 속에서도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믿음을 전하며, 독자가 자신의 기억을 다시 바라보고 앞으로의 시간을 단단하게 세울 수 있도록 이끈다.
출판사 리뷰
지금과 그 어느 날의 경계에서,
‘사부작 사부작’ 기억 위를 다시 걸어 볼 때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 그것은 때로 현재를 회복시키고 미래로 향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사부작 사부작』은 이러한 ‘회상(回想)의 힘’을, 조용하고도 깊은 문장을 통해 차근히 보여 준다. 저자가 건네는 기억의 조각들은 개인적인 기록을 넘어, 독자 각자가 내면의 시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끈다. 잊고 있던 시절의 결을 다시 만져 보는 그 일은,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치유로, 현재의 치유가 미래를 향한 발검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자연스레 경험하게 한다.
기억이 다시 길을 열어 줄 때
저자의 회상은 느릿한 걸음처럼 이어지며, 단단한 장면들을 차곡차곡 세워 나간다. 가족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된 회상의 고리는 친척, 친구, 지인으로 자연스레 뻗어나간다. 정지간을 둘러싼 오래된 가족 이야기, 합창회에서 시간을 맞대었던 친구의 얼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품고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간 지인의 삶까지……. 이 모든 기억은 삶의 굴곡을 지나온 이만이 전할 수 있는 묵직한 정서를 품은 채, 저자의 문장 속에서 서로를 비추며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울림은 독자가 자신의 기억 속으로 스며들어 갈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그렇게 독자는 기억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과거에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앞으로의 선택과 삶의 방향을 더 단단히 하기 위한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지금 여기’의 힘으로 삶은 계속 흐른다
저자가 수많은 과거의 무게를 견디고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여기’에 대한 믿음이 단단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시간을 “직장 일과 가사로 나눌 필요가 없는, 느릿한 나의 시간”이라고 자조하듯 말하지만, “소는 느리지만 느림이 곧 소의 힘”이라는 문장에서 드러나듯, 스스로의 속도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신의 보폭을 인정하는 태도이며, 외부의 기준보다 내면의 속도에 맞추어 살아가겠다는 선언으로 들리기도 한다. 어쩌면 삶에서의 ‘느림’은 ‘앙상한 무기력’이 아니라 ‘탄탄한 묵묵함’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가 긍정하는 보편의 속도에서 벗어났을지라도, ‘나답게 사는 삶’이 가진 진정성을 믿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저자. 그는 화려한 철학적 언어 없이도, 일상의 속도를 통해 삶의 본질을 자연스럽게 비추어 보게 만든다.
결국 『사부작 사부작』은 예측하기 어려운 삶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긴 사유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세상의 속도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기 안의 리듬에 귀 기울이며 정성을 다해 시간을 살아가는 일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그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이룬 토대였음을 인정하는 과정은 현재의 자리를 더욱 단단하게 해 주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태도는 앞으로의 걸음 또한 흔들림 없이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확장되며, 그 믿음은 독자에게도 번져 간다. 당신의 삶 또한 충분했고, 충분하며, 앞으로도 충분할 것이라는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앨범 속에는 작은 스냅사진들이 많다. 그 많은 사진 중에서도 삼대가 다 함께 찍은 것은 단 하나, 이 가족사진이 유일하다. 방에서 거실로 나올 때나 밖에서 집으로 들어설 때마다 십이 년 전 그날과 만난다. 그날은 과거가 아니고 현재가 된다. 사진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평행선에 있다. 세월의 강이 흘러 얼굴도 모르는 혈족 누군가가 이 사진 앞에서 강물 냄새를 느끼고 섰다면, 나는 사진 밖으로 두 손을 내밀어 그를 어루만질지도 모른다.
해안로 끝자락에 마을이 보인다. 내 몸의 감각이 잡다한 일 상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한 시간 반의 단상을 접고 글과 문장도 버린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처럼 나의 문장도 만들어지고 버려지기를 되풀이한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다 현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미약한 본성과 무기력은 질서에 순응하고 현실에 충실하게 했다. 이것이 한계일지라도, 소박하고 겸손한 사람이 사회를 지키는 보루가 된다는 말에 위안을 받는다. 삶에 자부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방천의 흐르는 물처럼 이완된 감정이 가져다준 평화의 결과다. 편안한 이 가을의 방천에서 어둠을 맞이하고 하늘의 별도 세어보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다. 생의 한 페이지에 이 맑을 가을을 그려 담는다. 오래 기억될 소풍이다. 방천의 끝자리에 남아 있는 순희네 옛 집터에 코스모스가 하늘 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주정순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거제의 하늘을 보며 살아가고 있다. 텃밭 농사를 지으며 어린이들에게 그림을 지도하고 간간이 글쓰기 강좌를 맡아 진행하기도 한다. 해송주부독서회 창립 회원으로 독서토론 활동을 하고 있다. 국립 창원대학교에서 현대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2011년 월간 《문학도시》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고 한국문인협회, 부산광역시문인협회, 부산여성수필문인협회, 거제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여성수필문인협회 작품상(2023), 김정한문학제 산문부 우수상(2011), 거제신문사 독서감상문 공모전 최우수상(2005)을 수상하였다.
목차
1 사부작 사부작
느리게 살기
행운목
꽃물
밤의 소리
공갈밥도 밥이라
염좌
까마귀 날자 배가
기저귀를 차다
음치가 된 이유
정지된 하루
2 한 시간 반의 단상
진달래
아버지의 부엌
모티프
명복은 빌었나요?
송홧가루 날리면
한 시간 반의 단상
숨비소리
십 원의 대가
이런 인연이어서 고마워요
벽
3 여름 숲에서
나무의 노래를 듣다
매기의 추억
노다지
소풍
따분의 맛
여름 숲에서 나무의 노래를 듣다
보쌈담
작은아버지를 그리다
하자보수
권태가 지나간 자리
침묵
4 어쩌면 봄날일지도
매기의 추억
노다지
소풍
따분의 맛
여름 숲에서 나무의 노래를 듣다
보쌈담
작은아버지를 그리다
하자보수
권태가 지나간 자리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