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손녀의 탄생부터 성장의 순간까지 105편의 일기시로 기록한 박태일 시인의 따뜻한 서정 세계를 담은 시집이다. 토박이말의 운율과 다정한 시선이 어우러져 아기의 첫 하품과 걸음, 질문과 웃음이 생생히 다시 살아나며 세대와 시간을 잇는 깊은 감동을 전한다.
바쁜 생을 지나 비로소 발견하게 된 할아버지의 사랑과 유년의 빛나는 순간들이 일상의 언어로 포착되며, 한 아이가 커가는 풍경을 통해 삶의 의미와 기억의 온기를 되묻게 하는 시인의 섬세한 시적 감성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출판사 리뷰
손녀와 함께한 일상이 시가 되다
지역문학 연구자 박태일 시인이 펼치는 105편의 일기시
지역문학 연구자이며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인 박태일 시인이 손녀와 함께한 일상을 따뜻한 언어로 써 내려간 일기시집 『아기 토마토』를 선보인다. 손녀의 탄생부터 유아기, 그리고 학교 입학 이후까지 이어지는 성장 과정을 105편의 시로 담았다. 그간 지역문학사를 훑으며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보인 시인은 이번에는 영락없는 손녀 바라기 할아버지가 되어 읽기만 해도 웃음 짓게 만드는 따스한 시를 내놓았다.
독특한 토박이말과 독창적인 운율로 우리 시대 새로운 서정시의 지평을 연 박태일 시인은 이번 신작 시집에서 사랑이 넘치는 자애로운 할아버지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작품에서는 첫 하품, 뒤집기, 고개 들기, 첫 걸음 등 아기의 일상 속 섬세한 변화와 성장의 기록이 시로 옮겨진다. 『아기 토마토』에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선과 아이를 향한 할아버지의 따뜻한 눈빛이 가득하다. 작고 여린 존재가 세상에 태어나 자라가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시 전반에 흐른다. 손녀와 함께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한 이 일기시집은 유년의 기록을 넘어 세대 간의 기억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어른이 앞당겨 살 수 있는 먼 미래,
아이의 세계를 시의 언어로 붙잡다
『아기 토마토』는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놀이터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가 미끄럼틀을 타며 뛰어놀 놀이터를 상상하며 곧 만날 아기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못한다.
삼성아파트에서 건너다보는/미미 놀이터//아침마다 미끄럼 탄다/미미//해님 굴린다 등성이 위로/미미//한 둘/한 둘//뱃속 이름 미미/미미는 누굴까//바람 친구도 갸웃/구름 친구도 갸웃// _「금련산」
바쁘게 살아오느라 자녀들에게 소홀했던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되어 처음으로 하는 일들이 많다. 아기를 처음으로 업어보며 “마치 하늘을 둘러멘 듯 웃”기도 하고, 아이의 몸짓 하나 내뱉는 말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지기도 한다.
아가를 처음 업어 본 할아버지/아가를 둘러멘다//하늘을 둘러멘 듯/마구 웃으신다// _「버릇」 중
1부 ‘첫 하품’은 아기의 출생부터 세 살까지의 시기를 담았다. ‘미미’라는 태명을 가진 뱃속의 시절부터 첫 하품, 옹알이, 뒤집기 등 아이의 처음 순간을 그린다. 2부 ‘걸음떼기’는 하늘 무게를 이기고 일어서 걸음을 떼고, 걷고 달리는 네 살까지의 시기를, 3부 ‘두 돌 맞이’는 말을 달고 자라는 다섯 살까지의 시기를 그린다. 이 시집의 제목이 된 ‘아기 토마토’는 손녀가 처음으로 내뱉은 단어이기도 하다. 4부 ‘입학식을 마치고’에는 여섯 살부터 아홉 살까지 의 시절이 담겼다. 이제 아이는 궁금한 게 많아지고 할아버지는 아이의 물음에 대답하기 어려워진다. 수많은 질문과 함께 아기는 그렇게 자란다.
아가 입은 접시꽃인가
주먹 하나 다 들어간다
아가 입은 해바라긴가
손바닥 하나 다 들어간다
아가는 손을 빨면서
바깥을 내다본다
창밖에 까치 산 위로 구름
아가는 무얼 보고 있을까
혹 하늘을 다 입에 넣어
빨고 싶은 게 아닐까
_「손 빨기」
아가가 섰다
섰다 섰다 잠시 섰다
다시 앉았다 아빠 박수
엄마 박수
할머니 박수
모처럼 만난 고모도 놀란 낯빛
어른들 즐거운 모습에
하아 하아 아가도 신났다
마구 웃는다
덩굴 웃음 타래 웃음
방바닥 가득
키우는 아가
_「아가가 혼자」
토닥토닥 걸음발 찍으며
반짝반짝 뒤꿈치 들고서
아기가 달리면
들길이 들썩들썩
아기가 달리면
나락논이 살랑살랑
달싹달싹 걸음 떼며
울퉁불퉁 발자국 옮기며
아기가 달린다
경주 들이 아기를 따라 간다
_「뒤꿈치를 들고」
작가 소개
지은이 : 박태일
1954년 합천 태생.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하여 문학사회에 나섰다. 시집으로 『그리운 주막』 『가을 악견산』 『약쑥 개쑥』 『풀나라』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 『옥비의 달』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 시선집으로 『용을 낚는 사람들』을 냈다. 연구․비평서로 『한국 근대시의 공간과 장소』 『한국 근대문학의 실증과 방법』 『한국 지역문학의 논리』 『경남·부산 지역문학 연구 1』 『마산 근대문학의 탄생』 『유치환과 이원수의 부왜문학』 『시의 조건, 시인의 조건』 『지역문학 비평의 이상과 현실』 『경남·부산 지역문학 연구 4』 『한국 지역문학 연구』 『북한 지역문학의 근대-신의주·평양·개성』, 산문집으로 『몽골에서 보낸 네 철』 『시는 달린다』 『새벽빛에 서다』 『지역 인문학-경남·부산 따져 읽기』를 폈다. 현재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목차
1부 첫 하품
금련산 | 배냇짓 | 미미네집 | 남극 | 운다 | 자장가 | 첫 하품 | 향기를 따고 향기를 펴고 | 쌍꺼풀 | 웃는다 | 옹알이 | 버릇 | 첫 치마 | 뒤집기 | 울보 | 신공 | 손 빨기 | 대청소 | 키 자랑 | 울음 | 나들이 | 웃음 | 드라이기 | 바보 | 외갓집 | 백화점에서 | 기는 일은 익었답니다 | 앉았다 일어섰다 | 젖떼기
2부 걸음떼기
첫 이사 | 도리도리 | 일어서다 | 오륜동 가다 | 헛울음 | 마법사 | 아가가 혼자 | 고모와 함께 | 걸음떼기 | 좁쌀 | 국수 | 선물 | 아가 집이 흔들려 | 어린이날 | 엄마꽃 | 떨어지기 싫어 | 산딸기 | 자람자람 | 앞구르기 | 하부지 하머니 | 눈짓 | 한가위 | 열여섯 달 | 깜빡깜찍 | 달린다 | 할부지 할무이 | 뒤꿈치를 들고 | 가족 | 할아버지 할머니 | 미끄럼틀
3부 두 돌맞이
인사 | 암호 | 오체요 | 키가 자랐어요 | 어린이 놀이방 | 못하는 말이 | 아이스케키 | 두 돌맞이 | 머리를 쓸어 올리는 | 래르래르 래르 | 시작 | 개미 | 싫어 싫어 | 아기 토마토 | 기저귀 | 가리다 | 앗 | 이게 뭐예요 | 넘어지다 | 토끼 나라 | 손전화 | 어머나
4부 입학식을 마치고
번개 파워 | 뽀로로 좋아 | 스티커 나라 | 윤우와 채은 | 아이 깜짝이야 | 가랑이 찢기 | 손전화 끄는 | 약속 | 무지개 팡팡 | 줄넘기 | 유아원 유치원 | 입학식을 마치고 | 줄갈피 | 엄청 맛있어요 | 달리기 | 할머니 껴안기 | 머리를 자르다 | 엉덩이 탐정 | 천혜향 만혜향 | 키재기 | 도구해수욕장 | 돌봄학교 | 바이올린 | 채은이가 온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