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편안해서 고마운 날들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은 날이 얼마나 있을까? 삶이 고달프다는 요즘 말이다. 〈여기쯤에서〉의 작품은 일상 속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따사로운 봄 햇살에 몸을 맡기듯 우리의 마음을 온기로 채워주려 하고 있다. ‘힘겨운 날에도 빛은 있고, 눈이 쌓인 들녘에도 햇살은 있다’라고 믿는 작가다. 소위 ‘소확행’이라는 것에 미소를 그릴 수 있는 행복이 그렇다. 햇살 받은 눈밭에 드문드문 보이는 푸릇한 풀들처럼 이 시집에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따스하게 들린다.
출판사 리뷰
‘편안해서 고마운 날들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은 날이 얼마나 있을까? 삶이 고달프다는 요즘 말이다. 〈여기쯤에서〉의 작품은 일상 속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따사로운 봄 햇살에 몸을 맡기듯 우리의 마음을 온기로 채워주려 하고 있다. ‘힘겨운 날에도 빛은 있고, 눈이 쌓인 들녘에도 햇살은 있다’라고 믿는 작가다. 소위 ‘소확행’이라는 것에 미소를 그릴 수 있는 행복이 그렇다. 햇살 받은 눈밭에 드문드문 보이는 푸릇한 풀들처럼 이 시집에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따스하게 들린다. ‘오늘, 삶이 힘들어 울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쁜 영혼의 바람 소리를 평안하게 들려주고 싶다’라는 작가의 바람이다. 이만하면 우리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다독여주는 따스한 작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이 작품에서 온기를 느껴보기를 바란다.
실존적 자아 확립의 사유思惟가 골똘한 서정시
- 양해완 시인의 시는 인간의 존엄성을 기치 세운다 -
소재호 (시인, 문학평론가, 전 전북예총 회장)
양해완 시인의 시에 대한 평설을 주문 받고 매우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생을 행정직에서 공익과 공리를 위해 헌신해온 공직자이면서, 한 고을의 수장으로서 지역과 연계한 문화 예술의 진흥에도 크게 이바지해 왔으며, 성실하게 인간성 누림에 각별했던 점을 상기할 때 그의 시적 인간, 또는 너무나 인간적 시인임을 피력함에 있어서 어떻게 보다 인상적인 평설을 구사할 것인가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괴테가 말하기를‘인간에게 있어서 지난 일은 은유이다’라고 주장한 바가 있는데, 감히 필자는 이에 대조적 언사로서 ‘시인에게 있어서 지난 일은 상징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이에 결부하여 ‘지나간 일은 모두 그리움이다’라고 양시인의 심경을 거들고도 싶은 것이다. 경험했던 지난 모든 사상事象은 인상적 이미지를 띠며 상징적으로 표상되기 때문이다. 실감의 보수補修나 실감의 유리遊離를 거쳐 시의 질료로 변용하는 과거의 체험을 강렬한 정서적 에너지로 환생하는 것이다. 양해완 시 전편을 관통하는 정서는 ‘그리움의 미학이다.’ 사랑의 그리움, 부모님 정리의 그리움, 만나고 헤어진 모든 자연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의 그리움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애절한 과거에 대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생동하게 하는 에너지원인 셈이다. ‘그리움’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이다’이라 했다. 그리움에 대한 정의가 왜 이렇게도 단순하고 허접한가? 그리움은 한 생애를 걸치는 아름다운 심상心像의 절정이며, 모든 회상의 염에서 정화되고 정제되어 얻어진 순수한 정서적 맺힘임을 인지하고 있는 터에 ‘보고 싶다’라는 단순한 말로 그 뜻을 말막음해 버린 점에 필자는 매우 유감스러움을 느낀다. 시간상으로는 과거이지만 그 과거 속에 묻혀진 추억이나 실감들이 현재 시제에 영상으로 현현하기 때문에 인간 정서 중에서 가장 고결한 정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체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잔상으로 상기되는 향기 그윽한 회억인 것이다.
아직 무의식으로 묻히기 전의 전의식 정도의 생생한 잠재 의식이랄까 하는 의식화에 가까운 회억인 것이다. 또는 아름다운 영혼의 시절에 순백의 사랑을 현재 진행형의 레일 위로 이끌어 온 짜릿한 체감이다. 뜨거운 열기와 서늘한 냉기와는 거리를 둔 온화한 것들의 회상이다. 아름다우면서 그 발상으로 생기 솟는 현재 실감이며 미래로 까지 포월包越하는 정서이며, 시공을 초월하고 관통하며 다다른 지금의 간절한 마음 상태이다. 더러는 애절하고 애잔하며 또는 울컥 서럽고, 회한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이미 미화되는 경로를 더듬어, 혼신에 새기어 망각을 허락하지 않는 끝끝내 가슴 울럼거림이다. 첫사랑 마주8침처럼 언제나 설레는 심경의 여분이다. 그러니까 양해완의 시는 그런 심경의 잔잔한 파장을 읊고 있다는 뜻에 다름이 아니다. 굽이쳐 만파가 굽질러오는 파랑波浪, 그 겹겹한 정서의 울림을 그리움으로 표상해 낸 것이다. 적당히 그늘을 데불고 뜰에 오름에 있어 노을빛 좋은 석양의 즈음이 그리움의 색깔이다. 어둠의 시간 깊은 웅덩이에서 퍼 올리는 사랑 한줄금뿐만 아니라 역사적 회환, 촛불 광장의 감동, 수많은 사람과의 인연들 사이, 그 엮임과 풀어짐, 만남과 이별의 간극에서 소용돌이치던 정리적情理的 고르디아스의 매듭인 셈이다. 엉키어 있지만 한 줄기 한 줄기 연원이 카랑카랑한 무지갯빛을 띤 그런 심경의 묶음이 그리움인 것이다. 지난 모든 사상事象에 대한 단절이나 거부가 아니며 오히려 이에 기원하는 반향이며 이어지는 연속성의 고운 심정이다.
또한 미래의 꿈에 색채를 입히는 그리움은 미래 지향적 잔영인 것이다. 현재 존재자의 생명 용출함에 대한 증명이며 미래의 꿈으로 변주變奏해가는 확연한 진행인 것이기도 하다. 양해완 시인의 시편들에서 거의가 그리움의 미학이 번뜩인다. 그리움은 후회나 허무가 아니며 무상이나 감상感傷을 동반하지 않는다. 데카당스한 부정적 이미지를 내포하지 않으며 다시 발현될 듯이 가파른 지향성의 심경 누림인 것이다. 양해완의 시는 그리움이 표용하는 광범위한 아우라도 연유해서 시적 효용성은 극대화된다. 단순히 센티멘탈의 애조 띤 소녀적 감성이 아니라 그러한 감성을 초극한 애니미즘적인 영성으로 다가간다. 시의 궁극을 신비롭게 구조하여 시적 결기를 충만케 한다.
어둠이
숨을 죽이고 서있습니다
한낮의 거친 모든 것들은
모두가 흔적도 없고
간간히 어둠에 젖어있는
그리움이
하얀 달빛에 눈부십니다
내 영혼이 기쁜 어느 날
보랏빛 편지를
사랑 가득한 당신에게 보냅니다
머무는 곳
고향 청하 들녘에도
새벽바람이 지나갔느냐고
고향 만경강가에도
싸락눈이 쌓여가고 있느냐고
풋풋한 설렘의 안부를
묻고
또 묻습니다
「안부」전문
여기서 ‘어둠’은 무한히 많은 뜻을 담지한다. 삶의 일상에 대칭하는 모든 영역이며, 무의식 세계일 수도 있다. 낮에 경험한 일상, 의식적인 삶이 묻혀서 망각의 경계를 넘어갈 즈음 ‘그리움’으로 오히려 옹글게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소설가 이병주의 말씀으로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던 바, ‘한 낮의 거친 모든 것들’은 ‘그리움이 하얀 달빛에 눈부십니다’에 이르러 위의 말씀에 부합한다. 여기서 ‘그리움’은 다시 지난 적 어떤 일에 대한 회억의 한정이 아니라, 지난 일을 더욱 융숭하게 의미화하고 가치화한다는 암시인 듯하다. 이병주 작가의 말처럼 ‘그리움의 신화’가 등장한다. 일상의 삶과 경험은 물론 고향 청하 들녘의 역사(役事)와 고향 만경강가에 휘날리는 싸락눈까지 경건하게 그리움의 신화 속으로 잠입하며 하얀 달빛에 눈부시게 환생하는 것이다. 신화는 환상적인 것이다. 여러 가지 시적 소재들을 판타지의 여러가지 질료로 변환하여 ‘내 영혼이 기쁜 어느 날’에 당하여 ‘보라 빛 편지’로 형성화 되는 것이다. 「안부」는 그리움의 현상적 부활을 의미한다. 달빛 어린 그리움의 신화는 결국 낭만이며, 아름다운 정서의 환기이다. 안부는 결국 자신에게 되 묻는 그리움의 일깨움이다. 시적 자아는 사회 현상, 또는 여러 가지 환경에 부딪혀 제2의 자아, 또는 굴절하는 자아로 파생하는 바, 이를 페르소나라 했다. 자아가 자신의 아바타에게 안부를 묻고 환상적 아름다운 정서로 되돌려 받는 그러한 정경이 이 시의 결기를 충만케한다.
아련하고 행복했던
기억들을 남기고
울긋불긋 단풍길 따라
가을은 떠났다
보내야
또 온다는 것을
당신과 나는 안다
돌이켜 보면
우린, 언제나
늘 누구와 이별을 하면서
살아왔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
추억들이
하늘에 수없이 떠있다
「추억」전문
‘가을’은 계절의 이름이며 형상이 없는 개념어 이지만 이 시에서는 형상어로서 모형을 지닌다. 스스로 형상화의 과정을 밟는다. 가을은 떠나는 물상들을 대표하는 대유법의 수사적 테크닉을 발휘하면서 저물고 이별하는 것들의 대명사 역할을 한다. 작가는 항상 모든 시에서 ‘이별’로 화법을 마감하지 않고 다시 오고, 다시 만남을 상정하며 소위 회자정리會者定離면 거자필반去者必返의 순환이법을 설정한다. 그러니까 가을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잉태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별은 언제나 있었으며 다시 언제나 만남이 인생 정리라는 뜻이리라. 겪었던 모든 일, 고별하였던 모든 만상은 영영 없어짐이 아니라 추억으로 하늘에 수없이 떠있다고 역설적으로 웅변한다. 한용운의 시에서 ‘임은 갔지만 나는 임을 이별하지 않았다’는 패러독스의 어법인 것이다.
겨우내 얼어붙은 꿈들이
설렘과 기다림으로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을 잇는
징검다리에서 서성인다
메미른 쭉정이 같은 세상이
대롱대롱
희망의 봄바람에 흔들거리고
뽀쭉뽀쭉 솟아 오르는 작은 생명의 새싹 안으로
강물 같은 세월이 흐른다
겨울 끝자락
꽃샘 추위도 창가에 달라붙은 햇살도
살랑이는 봄바람에
초록으로 물들고 있다
빈 들녘에
새 새명의 움직임이
꿈틀꿈틀 해풍이 팔랑이면
노오란 개나리꽃, 새하얀 목련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뒷산에선 뻐꾸기 울겠지
「봄이 오는 소리」 전문
이 시에서는 전체적으로 공감각共感覺과 감정이입感情移入의 절묘한 테크닉이 돋보인다. 봄이 오는 ‘정경’은 시각적인 상황인데 이를 벌써 ‘소리’로 치환한다. ‘꿈’은 의인화 되어 ‘설렘’ ‘기다림’의 정서를 누린다. ‘작은 생명의 새싹 안으로’ ‘강물 같은 세월이 흐른다’는 표현에서는 시적 결기가 확연해진다. ‘새 안으로 세월이 흐른다’는 표현은 그대로 절묘한 공감각적 기교가 돋보인다. 서경적 서정시 풍으로 맑은 수채화를 연상케하는 묘사가 뛰어난다. 시의 삼요소로서 음악적 요소, 의미적 요소, 회화적 요소가 서로 등가적으로 융합해야 한다는 전제를 충실히 완성한 느낌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각별히 회화적 요소가 더욱 인상적으로 부각된다.
시간이 멈추어버렸디
한가닥 남은 희망마저 꺼져버렸다
이제 동당거리는 심장이 멈출 때가 되었다
만남과 이별이
기쁨과 슬픔이
삶과 죽음이
언제나 한 선상에서 존재하는 것을
우린 때때로
지친 육신의 이유로
숨 가쁘게 바쁜 일상의 흐름으로
속고 속이는 속세에 묻혀
자신을 잊어버리고 많은 세월속에서
아프게 살아왔구나
사랑해서
너무나 많은 마음의 정을 주어버려서
주체 못하는 몸뚱어리 가누지 못하고
날개 잃은 갸날픈 비둘기처럼
비 내리는 텅 빈 길모퉁이에 주저앉아
파르르 떨고 있어야하는구나
미치도록 사랑했음에
목 놓아 울지는 않으리라
내 목숨 보다 더 아끼고 소중했음에
가슴 미어지는 후회는 하지 않으리라
눈 뜨고 사는 이에게는
언제나 벼랑이 있는 법
내 찬 손이 뜨거워지고
네 눈가가 흐려진다해도
우리, 여기쯤에서 작별을 하자
「여기쯤에서 2」전문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전도서에 실린, 솔로몬 왕의 화두라 전해진다. 한 생애를 총체적으로 결산하고 성찰하는 듯이 존엄한 삶을 되돌아 보는 시이다. ‘시간이 멈추어버렸다’의 시점은 생의 종말인 듯이 그렇게 엄숙하게 상정하고 일생의 모든 행장을 헤아려보는 것이다. 약간은 허무가 시의 맥으로 전반에 관통하며 임종을 앞에 둔 시점을 가상한다. 그러나 이 시에는 격렬하고 치열했던 한 생애의 모든 체험을 무가치, 무상으로 보는 시각은 아니다. 자랑스러웠던 삶이었음을 암시하면서 초연한 심경을 표상한다. ‘후회 없이 살았다. 그러나 엄숙히 숙명을 맞이 하련다’ 정도의 결연함이 클로즈업 된다. 그런데 시적 자아는 ‘만남과 이별이 / 기쁨과 슬픔이 / 삶과 죽음이 / 언제나 한 선상에서 존재하는 것을/’에서 보이는 인생관이 그대로 시적 감동을 자아낸다. 시는 철학도 아니며, 종교도 아니면서, 그러나 강렬한 철리哲理를 품고 있음으로 경이로운 것이다. 보들레르 등의 상징주의 시인들이 표방하는 ‘교응交應의 미학’ 이 배태된다. 생사를 넘나들고, 모든 감각을 넘나들고, 시공을 넘나드는 교합交合의 경지를 일컬음이다. 시집 표제로 삼은 ‘여기쯤에서’는 장중한 한 생애를 성찰하려는 결의가 엿보인다. 작가는 벌써 나이가 고희를 넘는, 칠부 능선의 그 어름에 당도했음인가?
한여름
사방에 피어났던
빨알갛고 노란 꽃들의 향연이
하얗게 젖은 그리움으로 지고 있다
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가녀린 꽃잎들의 뜨거운 숨결
그 너머에는
못다 이룬 꿈 있을까
못다 이룬 사랑 있을까
하나의 보고품과 기다림과 기쁨이 있을까
억새 춤추는 저 들판에
바스락 바스락
세월이 가고
사람도 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너의 미소
가을에 담는다
「가을소묘」전문
이 시는 기승전결起承轉結의 구조가 확연하다. ‘빨알갛고 노란 꽃들의 향연’ ↔ ‘하얗게 젖은 그리움’의 대칭 기교가 선명하게 눈에 띄인다. 확연한 대조법이기도 하다. 색깔의 대조, 계절의 대조, 과거와 현재의 시제상의 대조, 향연과 그리움의 대조가 절묘하다. 의인화 되고 활유화(??化)되는 수사도 특별하다. 전轉의 연에서 못다 이룬 꿈, 못다 이룬 사랑, 보고픔과 기다림 등의 정경은 가을의 너머에 설정된다. 지금은 바야흐로 가을이다. 세월과 사람이 바스락 바스락 간다고 했다. 공감각적 테크닉이다. 마지막에 들꽃(미소)은 가을 전체를 표상하는 대유법으로 상징화 된다. 그러니까 가을은 만상의 저물음, 만상의 영락零落이면서도 한자락 긍정적인 해피엔딩인 셈이다.
오월의 해거름의 실바람처럼
하얀 아카시아꽃 향기처럼
파란 해맑은 하늘 끝처럼
만경강 위에 빛나는 은은한 달빛처럼
서산마루에 번지는 감빛 노을처럼
담장 너머로 흩날리는 빨간 장미꽃잎처럼
「사랑1」전문
시는 표현법에서 파격이 없는 균일함이나 비유법의 변화 없는 단조로움을 피하는 것이 하나의 상례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모든 연과 행의 끝자락 ‘~처럼’을 두어서 오히려 참신함에 어필한다. ‘자연은 제2의 사원이다’란 말은 보들레르의 말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자연은, 시적 질료는 모두 아름답고, 신비하고, 경건하며, 경이로운 자연 정경이다. 그리고 거대한 신전의 이미지이다. 그러니까 사랑은 아름답고, 신비하고, 경건하며, 경이롭다는 화법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작가는 저러한 사랑을 경험해 보았을까? 실감의 아우라로 빚은 고운 정서가 지선극미之善極美하다.
너무나 다정다감한 아이들에게
고마움의 마지막 허그를 하고
차에 올라 타는데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왠지모를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사랑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과
모두가 그것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너희를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올까
밀려오는 씁쓸한 감정을
오늘도 꾹꾹 누르며
인도에서의 그 모습들과 풍경을
마음속에 담는다
「인도여행 4」전문
중국사람들은 사해동포주의四海同抱主義라고 해서 인류에 대한 박애博愛를 일컫는다. 인류에 대한 ‘사랑’은 사대 성인들에게 있어서 당위적인 주의와 사상이었다. 인도에서 만난 어린이들에게서 느끼는 작가의 애틋한 사랑은 참으로 고귀하고 신선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사랑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까지에 이르러서는 신성하고 경의로운 사려인 것이다. 자연 만물에 사랑을 품는 작가의 정신은 시인됨이나 인간됨에 매우 품격 높은 성정임을 증명한다.
전능하신 신에 비해
너무나 나약한 인간은
꿈을 먹고 살지
희망을 간직하며 살아가지
꿈과 희망을
가슴에 담을 수 없을 때
못 견디게 서글픈 인생을 바라보다가
독한 술에 취해
초라한 자신을 자학하지
내가 가는 길이 어일까
그 어디쯤에서
인생의 의미를 알고
되돌아보며
스스럼 없는 웃음 짓을 수 있을까
가슴 한켠에 쌓여만 가는
부질없는 그리움과
허망한 후회의 꿈을
어느 곳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바람에 나부끼고
가을 빗물에 젖어 있는
어둔 새벽길을 바라보면서
말 한마디 못하시고
외롭고 쓸쓸하게 떠나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다가
가슴 저미는 슬픔으로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허망한 세상속에서 방황하고
흐르는 세월에 할 말을 잊어버린 채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별 그 이후」전문
인간의 한계적 상황과 동시에 이를 초극하는 깊은 사유思惟를 담는 시이다. 주지적 명상시인 셈이다. 인생의 길을 원초적 시점에서 스스로 묻고 있다. 부질없고 허망했던 지난 적 일상을 성찰하기도 한다. ‘어둔 새벽길을 바라보면서/ 말 한마디 못하시고 외롭고 쓸쓸하게 떠나가신‘어머니를 생각하다가 //’에 이르러 ‘슬픈 인생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했다. 작가는 센티멘탈에 깊이 젖거나 감상적 정조를 자제하는 편이지만 이 시에서는 인생의 여정을 도저到底한 시각으로 애절하게 사유하고 있다.
출근길
시내버스안에서 만난
앞을 못 보는 긴 머리의 소녀
내가 살아가면서
다시는 만 날 수 없는 사람
남부시장 모퉁이에서
우연히 맞추진 흰머리 할머니
내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
교회 건널목을
한쪽다리를 절며 건너가는
성도 이름도 모르는 할아버지
어제도
오늘도
약속없이 만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지금 이순간
손 내밀며 얼른 달려가
그들의 빈 마음 가장 자리에
안긴 사랑으로 남고싶다
「사랑으로 남고 싶다」전문
「인도 여행」에서나 이 시에서 공통으로 느낀 점은 작가의 인도주의에 대한 경외심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인 양해완의 인간됨이 그대로 반영된다. 21세기를 넘으며 인문학적인 인류의 최상 화두는 ‘영성적 인간주의’라고 인류학자들은 말한다. AI 시대가 어떻게 거룩한 모습으로 도래할지는 몰라도 우리가 인간인 이상 가장 인간다움의 담론이 필수 조건이면서 기왕이면 명성적이어야 한다는 말에 주저함이 없는 것이다. ‘앞을 못 보는 소녀’(남부시장) 흰머리 할머니, 한쪽 다리를 절며 건너가는 할아버지 등등 불특정 소시민, 또는 불행하고 가난한 자에 대한 시인의 연민으로 인하여 ‘시인 양해완’은 존경 받아야 마땅한 인물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신랑측 부모님 앞에
인사하기 위해
신랑 신부가 선
그때
신랑 아버지가 일어나
구두끈이 풀려있는 아들의 구두끈을
단정하게 메주었다
다부지게 생긴 신랑은
어버지를 내려다 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날 흘린 신랑의 눈물은
구두끈을 단단히 묶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는 눈물이 아니다
부모님 곁을 떠나는 순간까지
아버지에게 수고를 끼친
미안함과 자상한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이 담겼으리라
젖은 눈을
창밖으로 돌리자
빨간 장미꽃이 들어와 안긴다
「어느 결혼식장에서 전문」
신랑 아버지가 일어나 / 구두끈이 풀려있는 아들의 구두끈을 / 단정하게 메주었다 //의 이야기로 인해서 이 시는 서사적 서정시로 분류해야 마땅하다. 시 한편의 서사를 한 꼭지 담아라 하는 진실감, 실제성, 현장감, 감동 따위의 효용성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듣은 실화 한가지, 부모를 모시고 사는 한 회사원이 있었는데, 정년을 마친 아버지가 새벽마다 먼저 일어나 출근 전 아들의 구두를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는데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아들이 감격하고 또 감읍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아들은 그 어버이를 매우 공경하며 효도했다는 실제 담을 들은 일이 있었다. 간접적으로 전달된 이야기일망정 너무 감격적인 일화이다. 여기서 아들 구두끈을 매준 일은 단순히 한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너의 인생 여정을 단단히 준비하고 출발하라든지, 매사는 시발점에서 섬세하게 챙겨라든지, 외양의 일은 내적 정신 상태의 표상이니 마음 가다듬는 일에 소홀하지 말라든지 하는 여러가지 주문이 담긴 행위이다. 그러므로 한 행위도 엄청난 범위의 상징성을 띤다. 빨깐 장미꽃이(시야에) 들어와 안긴다의 결구는 글의 맥락을 잠시 전환시키는 돈강법의 수사 수법인 것이다. 그러므로해서 시상時相을 오버랩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지난 세월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를 꼬옥 안아주고 싶다
혼자 교실에 남아
눈물을 머금고 있을
아홉 살의 나를
넓은 논둑을
혼자 터벅터벅 걸었던
열네살의 외로웠던 나를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두고두고 평생을 후회할
잘못 선택한 열아홉살의 서러운 나를
부끄러웠던 날들과
인생을 선택할 중요한 교차점에서
처절하계 잘못 선택한 그날들의 기억들이
이제는 내게
아무렇지 않는 세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먼 예전의 나와 함께
어깨를 다독다독 거리며
나란히 걷고 싶다
「나의 고백」전문
이 시는 자서전적 자기 회귀의 시이다. 외로웠거나 잘못 선택했던 삶의 여정을 뒤돌아 보며 회한에 잠긴다. 미국 시인 프르스트가 쓴 시로「가지 않는 길」이 있다. ‘노란 숲 속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한 쪽 길을 선택하여 지금의 운명을 맞이했으며/ 가지 않는 다른 길에 대한 연민이 남는다’는 이쯤 되는 시인 바, 선택되고, 선택되지 않는 양 갈래의 다른 운명성을 회고하는 시이다. 이 시에서도 어린 시절부터 청장년을 거치며 현재 시점에 이르도록 안타까웠거나 어떤 회한에 대한 생각으로 자아 회귀의 연민을 가득 담고 있다. 그러나 말년에 이르러서는 ‘아무렇지 않는 세월’로 자기 초월의 경지에 이른다. 불확실성, 과로, 성과주의가 일상인 시대에 초인이란 거대한 영웅이 아니라 매일의 버텨냄과 선택 속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본연의 자세를 이상으로 삼아 살아갈 것을 역설한 니체의 초인주의 사상이 이 시에서 오버랩된다. 시인의 자기 일생을 더듬어 보는 서사적 서정시이며 담담하면서도 실존적 자아관을 우뚝 세우는 사유思惟가 깊이 내포되고 있다.
양해완 시인의 시에는 실존적 자아 확립의 골똘한 사유思惟가 시 편편의 내면에 또아리를 튼다. 가만히 인생 전반을 성찰하거나 인간주의의 존엄성을 표방하면서 소시민적인 작고 평범한 일상에 가치를 얹는다. 시마다 한 편의 서사를 담으며 맑고 청정한 정서를 곱게 가꾸는 전형적 서정시이다.
여기쯤에서
세월 걸어오면서
꽃이 피고
잎이 지기까지
꿈으로 너울진 시간들
언제나 설레임이었고
늘 새로운 희망이었다
오늘,
여기쯤에서
새것 옛것 경계없는
인생
쉼표 하나 찍어
나를 놓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양해완
김제 청하에서 태어났으며원광대학원 사회복지사 석사를 취득했다.2005년 「문예사조」에서 시 『이별 앞에서』로 등단하고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주문인협회, 김제문인협회 등에서 이사로, 신문 등 칼람리스트 및 세계가나안운동본부 전북특별자치도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시집 《오늘 어머니를 만나면》, 《그대는 내 영원한 그리움》, 《어머니의 눈물》등 출간하고문예사조 최우수상, 공무원 공직 문학상, 한국예총 공로상,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인물대상시부분 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2 안부
3 그리움
4 초승달
5 겨울 연가
6 추억
7 오월
8 바람
9 사모
10 봄이 오는 소리
12 초등학교 아이
13 그리움의 조각
14 봄의 기쁨
15 12월, 그 끝에서
16 동행
17 울지마라
18 기다림
19 눈 내리는 날의 단상
20 제주도 여행
22 시간여행
23 길 잃은 그대
24 들국화 한송이
26 첫사랑
27 여기쯤에서 1
28 여기쯤에서 2
30 고백
31 빨간 장미
32 방황
34 세월
35 단발머리 소녀
36 소망
37 가을 소묘
38 불면
39 반성
40 어제 뭐했어
41 눈
42 비
43 이별
44 빈손
45 독백
46 맨발로 걸어본 사람은 안다
48 선택
50 어머니의 그리움
52 어머니 1
54 어머니 2
55 아내
56 아버지
58 아버지, 저 가요
60 오늘 어머니를 만나면
62 어머니의 전화
64 어머니의 눈물
65 아들을 위한 기도 1
66 아들을 위한 기도 2
68 피어나는 기쁨의 꽃, 손녀에게
70 할아비의 소망
72 지갑속의 손자
74 세상의 빛으로 하온 탄생
75 손녀의 마음
76 손녀의 유치원 졸업식
78 할아비의 기도 1
80 할아비의 기도 2
82 할아비의 별
83 숨바꼭질
84 엄마가 보고 싶다
86 사랑 1
87 사랑 2
88 사랑 3
89 사랑 4
90 외발인생
91 인도여행 1
92 인도여행 2
94 인도여행 3
96 인도여행 4
97 꿈
98 이별 그 이후
100 삶
101 첫 눈
102 휠체어에 앉아 있는 소녀에게
104 사랑으로 남고 싶다
106 여 행
107 울림
108 이슬
109 베트남 호치민에서
110 중국에서 발 마사지
114 촛불아 미안하다
116 20년 후의 자화상
117 엽서 한장
118 우리조국 대한민국
120 어느 결혼식장에서
122 교회에서
124 계엄의 폭풍
126 어떤 이별
127 심포항 끝에서
128 육십년의 겨울
130 가을 이별
131 병상일기
132 만남
133 산책길에서
134 눈물
135 지구
136 나의 고백
138 인연
139 〈시평〉 실존적 자아 확립의
사유思惟가 골똘한 서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