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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아시스
문학과지성사 | 부모님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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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예측할 수 없는 상실로 가득한 세계에서 무한한 희망의 가능성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김채원의 첫번째 소설집 『서울 오아시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할 당시 “역동적인 감각과 독보적인 매력”(이기호·전성태·최은미 소설가, 강동호·서영인 문학평론가)을 가졌다는 평과 함께 문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그의 본격적인 행보를 알리는 이번 책에는 등단작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를 비롯해 ‘이 계절의 소설’(2022년 겨울, 2024년 봄) 선정작인 「빛 가운데 걷기」 「럭키 클로버」 등 그간 발표한 단편소설 일곱 편과 미발표작 한 편을 실었다.상실 후에 홀로 버텨야 하는 이의 마음은 어떤 모양일까.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이 질문의 답은 “나 혼자 도움 없이 살고 있는 것 아니고 여럿이 함께 살고” “그 한편에서 외따로 도움받지 못한 나의 소설을 계속 쓰겠다”(‘작가의 말’, p. 265)는 작가의 전언을 오롯이 반영하며 펼쳐진다. 상실에 대한 슬픔을 껴안고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화자들의 곁에는 떠나간 이를 기억하는 남은 자들 그리고 다시 돌아올 이를 함께 기다려주는 든든한 동행자들이 있다.그들의 목적지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어쩌면 목적지를 굳이 정해두지 않고 이곳저곳을 배회하다 “숲은 밝고 나무는 어둠”(「서울 오아시스」, p. 99)이라는 사실을 자각한 채 견디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여덟 편의 소설 속 화자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발 닿는 곳마다 펼쳐 보이는 장면들은 우연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빈틈없는 세계로 완성되고, 허상처럼 보였던 서울 한복판의 오아시스로 우리를 기꺼이 데려다 놓는다.누구도 그에게 인사하지 않았고, 그 또한 누구에게도 인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든 자신의 시야 안으로 들어온 그를 볼 수 있었고, 그 또한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라면 무엇이든 볼 수도, 가늠해볼 수도 있었지만 그러한 사실들을 서로 무시하여 결국엔 우습게 만들었다. 일종의 질서와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어. 노인은 생각했다. 질서는 삶을 혼란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하는 순서나 차례이니 그러므로 삶에 해害가 되는 기억을 가진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기. 아니, 질서는 그런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어.―「빛 가운데 걷기」
파랑일 때의 엄마는 나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과 기본이 되는 것들을 알려주기 위해 몇 번이고 노력했다. 올바른 젓가락질, 시계 보기, 우비 입기, 모르는 사람의 날씨 이야기를 들어주기, 밤 까기, 친구를 기다리기, 손을 뻗기, 물 없이도 알약을 삼키기. 그러고는 동그랗고 짠맛이 나는 토마토젤리를 혼자만 많이 먹었다. 나는 나중에라도 내가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게 될까 봐 엄마와 나만 아는 암호를 만들어두었다. 외삼촌이 말하기를, 군대에서 암호는 길이가 길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보초를 서는 군인이 암호를 외치면 그 군인은 위험에 빠진 거라고. “아군끼리는 알아, 그 암호를.” 나는 그것을 엄마에게 말해주었고 엄마는 작은 비밀이 생긴 것처럼 즐거워하며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서울 오아시스」
한번은 이런 꿈을 꾼 적이 있었다, 하고 정부영은 생각했다. “아닌데.” 한번은 이런 꿈을 꾼 적이 있었다, 하고 정부영은 생각하지 않았다. “한번은 생각이라는 것을 해보고도 싶었지. 매일 꾸는 꿈에 대해서.” 정부영은 한번 생각이라는 것을 해보고도 싶었다. 매일 꾸는 꿈에 대해서. “아닌데.” 정부영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처럼 굴었다. “그런가?” 정부영은 몸을 앞으로 숙인 채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나는 매일 계속되는 꿈이야. 그러면 어떤 것도 더는 꿈이 아니게 돼.” ―「영원 없이」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채원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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