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세기 러시아문학의 황금시대가 낳은 단편소설의 대가, 안톤 체호프의 단편선이다. “체호프는 세계 최고의 단편 작가이다.”(톨스토이), “체호프는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를 가장 잘 분석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시야가 넓어지고 마침내 자유의 놀라운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버지니아 울프), “체호프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가이다.그는 우리를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해 주는 예술가이다.”(수전 손택)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인정한 러시아 최고의 단편 작가인 체호프는 평생 동안 엄청난 양의 단편을 남겼는데, 이 책에는 체호프 식 소설 구조의 전형을 보여 주는 작품 〈서기의 죽음〉 외에 체호프 문학의 전 시기에 걸쳐 발표된 아홉 편(〈공포〉, 〈베짱이〉, 〈연극 대본〉, 〈베로치카〉, 〈미인들〉, 〈거울〉, 〈내기〉, 〈티푸스〉, 〈주교〉)의 단편까지 총 열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모스크바대학 의학부 시절, 가족의 생계비를 벌기 위해 싸구려 잡지나 신문에 콩트와 유머 작품을 기고하며 시작된 그의 작가 인생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평생의 작업으로 이어졌고, 단순한 유머를 넘어 삶의 비극성까지 품어 안는 그만의 새로운 미학을 창출해냈다.‘잊었다면서 눈에는 노기가 서려 있는걸.’ 총장을 미심쩍게 바라보며 체르뱌코프가 생각했다. ‘말도 못 붙이게 하니 이를 어째. 어떻게든 해명을 해야 할 텐데….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이야….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안 그러면 내가 일부러 그에게 침을 뱉었다고 생각할 거 아니야. 지금이야 괜찮다지만 나중에 가서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하라고!’ - 〈서기의 죽음〉에서
“난 가끔 우울해지면 내가 죽는 순간을 한번 그려 봐. 수천 개의 우울한 환영을 상상해 보고, 고통스러운 절규가 뒤따르는 끔찍한 악몽으로 나를 몰아가 보는 거지. 하지만 장담컨대 그게 아무리 무시무시하더라도 현실 세계만큼은 아니야. 나는 인생을 모르겠고 사는 게 두렵다네, 친구.” - 〈공포〉에서
“드이모프!” 그녀는 크게 불렀다. “드이모프!” 그녀는 그에게 해명하고 싶었다. 그것은 실수였다고, 모든 것을 놓친 건 아니며, 인생은 여전히 아름답고 행복할 수도 있다고, 그가 특출나고, 드물고, 위대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녀가 앞으로 그를 평생 숭배하고, 그 앞에 경의와 경외심을 표하며 고개 숙일 거라고…. - 〈베짱이〉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1860년 러시아 남부의 항구도시 타간로크에서 잡화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1868년 타간로크의 김나지움에 입학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낙제했다. 1876년 아버지의 잡화점이 파산하면서 가족들은 모스크바로 떠나고, 혼자 남은 그는 입주 과외를 하면서 공부를 병행한 끝에 1879년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했다. 의과대학 재학 중에 생계를 위해 필명으로 잡지 등에 유머 단편을 기고했다. 1884년 의사로 개업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1887년 출간한 단편집 《황혼》으로 1888년 푸시킨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인정을 받았다. 1890년에는 시베리아를 거쳐 사할린으로 자료 수집 여행을 떠났고, 이후 그의 작품 세계는 더욱 원숙해져 〈결투〉, 〈검은 수도사〉, 〈귀여운 여인〉,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같은 뛰어난 단편과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 동산〉 같은 희곡을 남겼다. 그는 글을 쓰는 와중에도 농민들을 무료로 진료하고 콜레라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등 의사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1901년 배우 올가 크니페르와 결혼하면서 새로운 삶을 꿈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폐결핵이 악화되었고, 요양차 방문했던 독일 바덴바일러에서 1904년 7월 2일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