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문학의 새로운 이름, 김준희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미세한 균열과 어긋남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사회초년생, 전세 사기, 방치된 폐업 주유소, 명품주의, 아동 혐오, 교권 추락, 외국인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일곱 편의 이야기가 '사회 문제'라는 이음새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김준희 소설에는 "허구를 빌미로 비현실적으로 과감해지려는 방탕한 객기"(전청림(문학평론가))가 없다. 소설 속 인물들은 번번이 좌절하고 슬픔의 수렁에 빠지지만, 김준희는 슬픔을 덧칠하지 않고 실패를 미화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투명하게 그려내며 희망을 섣불리 약속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겪은 시간을 조심스럽게 끌어안는다. 무엇보다 삶이란 늘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며 그럼에도 나아가야만 하는 일임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우리에게 건넨다. 그렇게 이 소설집은 세차게 휘몰아치는 세상으로부터 무너지지 않으려는 마음, 기어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몸짓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출판사 리뷰
겹겹의 파도에도 무너지지 않을 단단하고 충만한 세계
실패하고 좌절해도 분명 우리는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
한국문학의 새로운 이름, 김준희의 첫 번째 소설집 『파도보다 더 높이』가 출간되었다. 이 소설집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미세한 균열과 어긋남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사회초년생, 전세 사기, 방치된 폐업 주유소, 명품주의, 아동 혐오, 교권 추락, 외국인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일곱 편의 이야기가 '사회 문제'라는 이음새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김준희 소설에는 "허구를 빌미로 비현실적으로 과감해지려는 방탕한 객기"(전청림(문학평론가))가 없다. 소설 속 인물들은 번번이 좌절하고 슬픔의 수렁에 빠지지만, 김준희는 슬픔을 덧칠하지 않고 실패를 미화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투명하게 그려내며 희망을 섣불리 약속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겪은 시간을 조심스럽게 끌어안는다. 무엇보다 삶이란 늘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며 그럼에도 나아가야만 하는 일임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우리에게 건넨다. 그렇게 이 소설집은 세차게 휘몰아치는 세상으로부터 무너지지 않으려는 마음, 기어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몸짓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출판사 서평
압도적으로 높은 파도 앞에 선 것처럼, 위태로운 출발 지점에 선 것처럼 온몸이 휘청거리는 긴장 속에서도 한 줄기의 맹렬한 신뢰를 보여준 김준희의 소설은 주저하지 않는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 사랑은 악역으로 보였던 인물을 서서히 존중받게 만드는 치열한 고민 속에서, 무기력한 아픔을 뚫고 타인에게 공감하고 존중할 줄 아는 겸손 속에서, 남모를 이에게 무운을 빌어줄 줄 아는 성숙함 안에서 등장한다. 우리가 믿고 싶은 근본적인 인간 신뢰가 계속되는 불운과 무기력한 상황을 헤치고 서서히 드러날 때, 있는 듯 없는 듯, 깊은 지하 속에 파묻혀 있는 것만 같은 그것이 살살 먼지를 털고 등장할 때 김준희의 소설은 사랑을 믿거나 의도하는 것이 아닌 뼈에 이식된 것만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드러낸다. 이 오묘한 서사가 계속되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인간의 농도가 가장 짙은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대해 왔던 것이 한결같은 무늬로 쌓여있는 소설의 갖추어진 정결함을 보며 생각한다. 툭 튀어나온 뾰족함이 아니라 변화에도 개의치 않는 씩씩함이야말로 인간의 농도를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노라고 말이다. 오전과 오후 사이를 당겨오는 미묘한 정오의 시차처럼, 고체와 액체 사이의 탄성을 유지하는 슬라임의 적당한 물성처럼, 바로 그렇게.
전청림(문학평론가) 해설 「적당한 점액질의 인간 농도」 중에서
그녀는 점심시간이 되면 탕비실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통화를 할 때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했기 때문에 혼잣말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의 점심 메뉴는 주로 빵이나 컵밥이었다. 이런 것들은 대체로 십 분, 십오 분이면 다 먹을 수 있어서 여유 시간이 꽤 남는 편이었다. 그녀는 그 시간을 모두 통화하는 데에 썼다.
「정오의 언어」 중에서
점심시간의 탕비실은 온전히 그녀만의 공간이었다. 그녀는 누군가와 탕비실을 공유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내가 탕비실로 들어갈 때마다 그녀는 빨리 먹고 나가라는 수준을 넘어, 도대체 네가 왜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차원의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마주하다 보면 탕비실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게 절로 느껴지곤 했다.
「정오의 언어」 중에서
기차가 서울을 벗어날 때쯤 나는 왜 Y시에 가려고 하는 건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건호에게 데뷔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미쳤냐고 호통치고 싶은 것도 아니었으며 하염없이 거리를 떠돌다가 건호와 마주치는 우연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건호가 사랑하는 사람, 죽었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도대체 누가 죽었길래 그 사람이 죽었다는 이유로 꿈을 접게 된 건지 궁금했다. 나는 팬이라는 이유로 건호를 꽤 알고 있다고 여겨 왔지만, 그 게시글을 본 순간 건호를 티끌만큼도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건호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아이돌이 되려고 했던 건지, 아이돌을 때려치우고 싶어서 아무 핑계나 대는 건지, 그도 아니라면 정말 국가적인 문제라도 개입된 건지 아는 게 전혀 없었다. 물론 Y시에 간다고 한들 알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가만히 누워 밤을 지새우고 싶지는 않았다.
「건호를 찾아서」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준희
1993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제3회 아코디언북 짧은소설 프로젝트, 제3회 미니픽션 신인상을 수상했다.
목차
정오의 언어 7
건호를 찾아서 33
주유소 캐노피 아래에서 슬라임을 생각한다는 건 65
오픈런 91
파도보다 더 높이 119
별을 보러 갑니다 147
해안로 175
해설 | 전청림(문학 평론가)
적당한 점액질의 인간 농도 201
작가의 말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