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기나긴 폭염 아래서 동해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바닷속은 안녕한지 궁금해진다. 새벽 항구에 가보면 5년 전까지만 해도 제법 잡히던 오징어와 도루묵, 도치가 이제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중한 자연 산물을 하나둘 잃어가는 실종의 시대”라는 작가의 말이 실감난다.
『동쪽의 밥상』은 속초 출신의 작가 엄경선이 가깝게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멀게는 조선시대 허균의 음식평론집까지 망라하여 영동 지역의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에세이집이다. 지리로 따지면 좁게는 속초, 고성, 양양의 음식 문화를, 넓게는 멀리 함경도 해안에서부터 경북 영덕의 해안까지의 그것을 아우른다.
2020년 초판 출간에 이어 5년 만에 개정판을 내놓는다. 강원도의 별미인 동치미 막국수, 장칼국수 등을 추가한 것이 특장점이다. 또한 초판 발행 후의 동쪽 음식 문화에 생긴 변화를 반영하고, 옛 문헌들 내용도 바로잡았다. 책의 전반을 살펴 여러 오류와 실수를 잡아낸 터라, 이제는 가히 ‘영동 지역의 음식비평서’로서는 첫 손에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자부할 수 있겠다.
출판사 리뷰
소중한 자연 산물을 하나둘 잃어가는 실종의 시대,
동해바다 뭇 생명들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리며기나긴 폭염 아래서 동해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바닷속은 안녕한지 궁금해진다. 새벽 항구에 가보면 5년 전까지만 해도 제법 잡히던 오징어와 도루묵, 도치가 이제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중한 자연 산물을 하나둘 잃어가는 실종의 시대”라는 작가의 말이 실감난다.
『동쪽의 밥상』은 속초 출신의 작가 엄경선이 가깝게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멀게는 조선시대 허균의 음식평론집까지 망라하여 영동 지역의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에세이집이다. 지리로 따지면 좁게는 속초, 고성, 양양의 음식 문화를, 넓게는 멀리 함경도 해안에서부터 경북 영덕의 해안까지의 그것을 아우른다.
2020년 초판 출간에 이어 5년 만에 개정판을 내놓는다. 강원도의 별미인 동치미 막국수, 장칼국수 등을 추가한 것이 특장점이다. 또한 초판 발행 후의 동쪽 음식 문화에 생긴 변화를 반영하고, 옛 문헌들 내용도 바로잡았다. 책의 전반을 살펴 여러 오류와 실수를 잡아낸 터라, 이제는 가히 ‘영동 지역의 음식비평서’로서는 첫 손에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자부할 수 있겠다.
작가의 추억 속 음식들은 꽤 낯설다. 이를테면 “마땅한 군것질거리나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에는 이 도루묵 알이 훌륭한 간식”이었다는 말은 단지 현 20, 30대뿐 아니라 영동 지역에 연고가 없는 중장년 세대에게도 생소하게 들린다. 이 책이 소개하는 서른 가지 식재료, 음식은 어떨까. 순채, 갯방풍, 식해(식혜가 아님 주의), 털게, 섭죽, 도치, 양미리, 도루묵… 이 이름을 쭉 나열하면서 ‘혹시 이것들 먹어봤어요?’라고 물어보면 ‘처음 들어보았다’는 답이 돌아오곤 한다. 동쪽의 산맥이 이렇게도 높았나 싶다.
2017년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가 열리면서 수도권 시민들이 영동 지역을 자주 찾게 되었고 그 뒤로 어느 정도 이곳의 음식문화가 알려진 편이다. 다만 ‘도시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몇 가지 음식 위주로 소개되다 보니, 관광객들의 손에는 고작 닭강정 정도가 들려 있을 뿐이다. 작가 엄경선은 작가 본인이 어린 시절 맛보았고 이제는 자취를 감췄거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토산품에서부터, 과거에는 귀했으나 이제는 도리어 흔해진 것들까지 두루 그 사연을 살펴본다.
가자미, 멸치, 양미리, 도루묵, 대구, 명태, 임연수, 오징어 등 영동 지역의 주요 먹거리는 생선이다. 그렇다고 단지 생선만이 이 지역에서 사랑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제는 희귀식물이 되어버렸지만 순채, 갯방풍은 예로부터 보통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이자 약재였다. 조선시대 명문장가 허균은 그 향기가 사흘 동안 가시지 않는다며 갯방풍의 맛을 상찬했다. 임금 진상품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양양 낙산의 배, 지금은 모두 사라져버린 소금버덩(소금가마)의 사연들은 이곳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를 알려주는 기록들로 값어치가 있다.
명태, 정어리처럼 한때 동해안의 최대 어획량의 주인공들이었던 생선들이 이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 사연들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명태는 이를 부르는 호칭만 백여 가지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서민 음식으로 각광받아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어획량이 급격히 줄더니 이제는 여러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오징어 어획이 크게 줄어든 것 또한 이슈다.
“기후 변화로 한 종의 물고기가 사라지면, 그것과 관련된 산업과 문화도 함께 사라진다. 명태, 도루묵을 비롯한 한류성 어종들이 사라지는 건, 북방에서 전해온 바다음식 맛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수십 년 동안 남북이 분단으로 나뉘었어도 바다 물길은 막힘없이 흘러왔는데, 그나마 바다음식을 통해 공유해온 남북의 음식 문화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그 변화의 와중에 『동쪽의 밥상』이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이 책의 서문 중)
이 책은 이 같은 다양한 영동 지역의 향토음식을 매개로, 오랫동안 쌓여온 이곳 사람들의 삶과 음식 문화를 다뤘다. 작가 엄경선은 멀리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옛 문헌 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연구하고, 어린 시절 자신의 추억을 되새겨보기도 했다. 어떤 날은 배를 타고 험한 바다로 나가는 친구 이야기를 듣고 왔고, 또 어떤 날에는 매일 새벽같이 나가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지인의 이야기를 청취했다. 이 책이 삶의 문화로서 지역음식을 이해하고 맛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금의 생각거리라도 얹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동해안 특히 속초 사람들은 도루묵 알에 대한 추억을 하나씩은 갖고 있을 테다. 겨울의 초입으로 들어서는 때가 되면, 연안에 산란해놓은 도루묵 알이 이미 딱딱해져 질기다. 어금니로 꽉 씹어야만 알들이 터지면서 단물이 나온다. 마땅한 군것질거리나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에는 이 도루묵 알이 훌륭한 간식이었다. 구멍가게 하얀 양은쟁반 위에 10원, 20원에 몇 개씩 팔던 알을 씹고는 껍질을 ‘퉤’ 하고 뱉었다. 그러다 보니 길가에는 온통 하얗게 도루묵 알껍질이 쌓이기도 했다. 이제 도루묵 알을 씹어 먹는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내가 사는 강원도 바닷가에서도 여름에 섭죽 끓여 먹기를 최고의 피서로 손꼽았다. 그래서 섭죽 이야기만 나오면 동해안 출신 사람들 입에서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자신이 얼마나 깊이 잠수를 해서 캐 왔는지, 그 섭이 얼마나 크고 굵은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자랑하는 무용담에서부터, 어떻게 끓여야 섭죽이 맛있는지, 또 섭죽이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에 관한 일장 연설까지… 갯바위에 새까맣게 붙은 섭처럼 바닷가 마을 출신들의 기억에는 섭죽의 추억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엄경선
속초에서 태어나 대학 시절을 제외하곤 줄곧 속초에서 살았다. 지역 주간신문인 『설악신문』 기자 생활을 했고, 이후 외부 필자로 신문에 글을 써왔다. 사람 사는 이야기와 지난 시절옛이야기라면 귀가 솔깃해 인물과 향토사 관련 책을 몇 권 썼다. 정신없이 변해가는 속초의 풍경에 익숙지 않아 항상 마음 한편에 과거의 기억을 담고 있다. 『설악의 근현대 인물사』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 실향민의 삶』 『동해안 납북어부의 삶과 진실』(공저) 등을 냈다.
목차
개정판 〡 책을 펴내며
바다에 뭇 생명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리며
초판 〡 책을 펴내며
동해의 슬하에서 태어난 것들의 사연
1장 그 향이 사흘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더라
가자미 1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가자미 2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가자미는
순채 가늘고 가벼워 은실 같구나
갯방풍 그 향이 사흘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더라
멸치 때는 마침 멸치 때니 후리꾼아 나오너라
양미리 늦가을 양미리 구워 먹는 맛
도루묵 1 도루묵의 추억
도루묵 2 이름 때문에 억울한 도루묵
대구 귀하디귀했던 생선, 대구
표범 태반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사라진 요리
도문대작 허균이 말한 동해안의 먹을거리들
2장 랭면을 맛보고 애걸하거늘
젓갈 간이 잘 맞게 담가서 진상하라
식해 1 들큰새콤 삭아 있던 밥식해
식해 2 내가 죽게 되거든 옥에 식해를 넣어 알려달라
명태 1 여진의 살 냄새, 신라 백성의 그리움
명태 2 내 이름은 백 가지가 넘소
명태 3 통심이 쪄 먹으러 가자
소금 이곳은 본래 소금버덩의 고장
소금과 배 낙산사의 금표는 1백 보에 불과하고 바다는 지극히 넓은데
정어리 일본을 망하게 한 물고기
함흥냉면 랭면을 맛보고 애걸하거늘
동치미 막국수 강원도의 겨울 별미
장칼국수 매운 바람과 추위를 이기는 칼칼한 맛
털게 맥고모자를 쓰고 털게 청포채를 안주로 맥주를 마신다
3장 바다와 함께 울고 웃다
임연수어 강릉 부자가 그 껍질을 먹다가 망했다더라
오징어 1 산오징어의 잊히지 않는 맛
오징어 2 그 맛이 각별했다
오징어 3 오징어서약은 거짓서약이라지만
도치와 물곰 심통 난 얼굴이어서 심퉁이래요
청어 산더미 같은 흰 물결이 하늘을 치는 곳엔
황어와 탁주 양양부사도 그 맛에 눈물을 흘렸다더라
홍게 박달대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바이순대 고향 잔칫날 먹던 그리운 음식, 아바이순대
섭죽 천하에 이 진품기물을 먹어본 자 몇몇이나 되는고
해난사고 바다와 함께 울고 웃다
실향민 음식 문화 1 음식 하면 남쪽은 전라도, 북쪽은 함경도
실향민 음식 문화 2 팥죽을 먹을 때 오그랑 넣지요
실향민 음식 문화 3 농촌의 보릿고개가 어촌에도 있었다
책을 맺으며
미주
사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