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몸은 실재한다.
몸이 곧 ‘나’인 것을 늦게 알아차렸다.
몸을 기록하기 시작하자 다른 이야기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몸을 기록하며 공부하고 글을 쓰다.
★도서 소개
잘 알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몰랐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마음과 몸은 따로라고 생각했다. 몸이 자신의 소리를 내기 전까지는 “몸”을 그대로 직시하지 않았다. 늘 함께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한 몸, 몸은 곧 나였지만, 그걸 모르고 살아왔다. 그렇다면 몸은 무엇일까. 중요하지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몸, 몸은 왜 그런 존재가 되었을까. 젊을 때는 젊어서 신경을 안 쓰고, 늙으면 늙었다고 대충 대해지는 몸, 그러나 우리는 함께 공부를 해나가며 어느 순간 알았다. 몸이 곧 마음이고, 몸이 곧 “나”임을 말이다.
신경 쓰지 않는 몸, 그러나 신경 쓰이는 몸, 몸에는 이야기가 있다
앎과 삶의 공동체 문탁 네트워크에서 우리는 다니엘 페나크 <몸의 일기>라는 소설을 읽으며 세미나를 진행했다. <몸의 일기>는 한 남자가 10대에서 80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몸에 대해 내밀하고 충실하게 써 내려간 방대한 일기이다. 십 대 시절, 친구들의 장난으로 숲에 버려졌던 저자는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바지에 볼일을 보고 만다. 이 경험을 통해 저자는 몸의 작은 반응까지도 놓치지 않고 기록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몸을 정확히 직시한 기록은 한 사람의 거대한 대서사시를 완성한다. 우리는 몸에 대해 잘 알고 싶어하지만 때로는 몸을 역겨워하기도 하다. 내 의지대로 몸이 움직일 때는 상관없지만, 통제 불능의 몸 앞에서 우리는 눈을 돌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몸의 일기>를 읽은 뒤 세미나에 참석한 “우리”들은 자신의 몸을 관찰하고 글을 써보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는 손에 대하여(박연옥), 한국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다 미국이라는 나라로 떠난 퀴어인 몸(코요테), 남들처럼 고난이도 요가 동작은 못 하지만, 즐거이 요가 수련을 하고 자신을 인정하는 몸(작은물방울), 유방암이라는 진단 앞에 항암을 하고 수술을 하고, 다시 재활을 하는 몸(노라), 사는 동안 내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몸과 공포증을 달고 사는 몸을 되돌아보는 시간까지(이유하). 몸에 대해 쓰기 시작하자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개인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로 귀결되었고, 공통점이 없어 보였던 몸의 이야기는 여러 곳에서 교차점을 가졌다. 그렇게 몸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주었다.
몸은 그동안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몸과 통제되지 않는 몸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민을 해왔을까. 그러나 몸은 또렷하고 몸은 정확하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순간에도 말이다.
몸을 다시 바라보자, ‘나’가 보였다
몸은 소리 없이 존재하지만, 때로는 시끄럽게 존재한다. 몸과 마음의 삐걱거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아프지 않을 때는, 마음에 이상이 없을 때는 없는 듯이 있다가, 어느 순간 몸은 “나 여기 있소” 하고 소리를 지르고 길게 경련을 일으킨다. 마치 몸이 곧 주인이라는 듯이 말이다. 몸을 과소평가하고 무시하며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문득 떠오른다. 몸을 모른 척하고 살아온 시간이 당신에게 묻는다. 몸이 무엇이냐고, 몸은 전부라고, 몸은 개별적이지만 때로 통합적이라고 말이다.
개별적인 몸의 일기를 읽으며 나 역시 그 안에 속한 내 몸을 발견했다. 아프고 왜소한 몸, 작고 허약한 몸, 몸이 없으면 나도 없다. 몸이 곧 ‘나’임을 이 책을 만들며 정확하게 알아차린다. 타자를 치는 손과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 매순간 나의 몸은 나를 지배하며, 나를 사유하게 만들고 앞으로 걸어가게 만든다.
여기 실린 몸의 이야기들은 당신에게 물을 것이다. 당신의 몸은 무엇이냐고, 또 어디에 있냐고 말이다. 몸을 들여다보면, ‘나’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양생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1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리고 2020년 첫 해, 우리는 한편으로 푸코의 ‘생명 권력’을 탐색하고, 다른 한편으로 몸을 다룬 다양한 책들을 읽어나갔다. 그러던 중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 『몸의 일기』를 만났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친구들의 장난으로 나무에 묶인 채 숲에 버려졌고, 겁에 질려 똥을 쌌다. 그는 수치심과 두려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몸의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이후 열세 살부터 여든여덟 살까지, 몸에서 벌어지는 온갖 디테일한 사건과 그 당시 느낀 자신의 시시콜콜한 감정들을 생생하지만 담백하게 기록한다.
우리는 이 글쓰기에 감탄하고, 누구에게나 있었던 자기 몸의 기억을 환기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써보고 싶다”라는 말할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몸들의 네크워크와 몸의 일기> 중“내가 제일 못해. 조이음악학원 학생 중에서 실력이 꼴찌야.”
“정말?”
“나보다 못하는 애는 없어.”
칸막이 쳐진 공간에서 피아노와 씨름하며 옆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는다. 현란하게 잘 치는 소리는 관심 대상이 아니다. 원장이 중앙에 있는 그랜드피아노로 본인의 연주 실력을 뽐내는지, 너무 못 치는 수강생들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지, 열광적으로 연주 중이다. 그 소리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배경음악 같다. 내 귀는 나처럼 『바이엘』을 연습하고 있는 사람들의 피아노 소리가 들려올 때 쫑긋거린다. 나보다 조금은 잘 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까’ 궁금해진다. 앞니도 빠지고 더하기 빼기도 헷갈려 할 것 같은 꼬맹이들이 말랑말랑한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릴 때, 그게 부럽다. 난 피아노를 배우는데, 아이들은 피아노 앞에서 논다. 집중력이 짧아 금세 산만해지고 피아노에서 내려와 달콤한 간식을 찾지만, 어느새 또 피아노 의자 위에 웃으며 올라가 있다.
<초능력이 없어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