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청각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저자 이가라시 다이는 어린 시절, 부모의 ‘침묵’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자라면서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부딪혔다. 자신과 같은 사람은 세상에 하나뿐이라 믿었지만, 청각장애인 부모의 자녀를 뜻하는 ‘코다’라는 존재를 알게 되며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다.
그는 자신이 품었던 무지와 편견을 깨닫고, 상처받은 어머니를 향한 깊은 반성과 사과의 글을 써 내려간다. 『나는 코다입니다』는 청각장애를 지닌 부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온 한 아들의 진솔한 고백록이다. 숨기고 싶던 잘못을 가감 없이 털어놓으며, 고립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건넨다.
이 책은 가족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가족은 서로를 무조건 사랑하지만 동시에 상처도 주고받는 존재임을, 그럼에도 그 상처마저 사랑으로 감싸 안을 수 있음을 말한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내어 사과해야 할 순간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출판사 리뷰
2024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내가 살고 있는, 두 개의 세계」의 원작!
나에게 코다라는 이름이 붙은 날,
나는 세상이 열리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이 책을 쓴 이가라시 다이는 청각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사는 세계의 폭이 좁았던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라면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부모님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부딪히며 살았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사람은 세상에 하나뿐이라고 여기며 살았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자란 비청각장애인 자녀는 ‘코다’라고 부른다. 주인공은 자신이 코다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보며, 그리고 장애를 지니고 있음에도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청각장애인들을 보며 자기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머니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를 통렬하게 깨닫는다. 누구보다 청각장애와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청각장애를 지닌 부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온 주인공의 반성문이다.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자기 잘못을 가감 없이 써 내려갔다.
여기에는 과거의 자신처럼 고립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부모나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비록 이 책의 주인공은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기는 하나, 그의 가족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리라 여기는 가족들 역시도 상처받을 수 있음을,
하지만 그러한 상처 또한 사랑으로 감싸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가족들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용기를 내어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일깨워 준다.
장애에 대한 편견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시와 같다
손에 가시가 박혔던 감각은 누구나 경험했기 마련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자니 따끔거리는 감각이 신경 쓰여 어떻게 해서든 빼내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 말이다. 장애에 대한 편견은 알아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가시가 박혀 있는 것과 비슷하다. 장애에 대한 편견이 무의식중에 자리 잡았을 수도 있고, 혹은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의식적으로 잊으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을 탓하기는 어렵다. 내 손에 가시가 박혔다고 해서 가시 잘못이라 할 수 없듯이 말이다. 다만 가시가 박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면 이를 제거하여야 한다.
이 책은 장애에 대한 편견이 가져온 상처, 그리고 가족 간의 상처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다. 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부모의 장애를 결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첫 번째 언어가 수어라는 것을 이해해 수어를 배우기도 했다. 그의 세상이 넓어지기 이전까지 그는 어머니를 자신과 동등한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지면서 그의 인식은 차츰 바뀌어 갔다. 구어를 어눌하게 구사하는 어머니가 이상하다며 킥킥 웃던 친구를 보며 화를 낼 수도, 같이 웃을 수도 없었다. 친구의 반응에 주인공의 손끝에는 작은 가시가 박혔다.
장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은 누군가에게 반드시 상처를 준다. 이 책에서는 그 당사자인 주인공 또한 무지와 편견에 물들어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그리고 차별의 피해자인 어머니 또한 그러한 행동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인다. 이는 그녀도 무의식중에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가족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참는 것일까? 사실 어머니는 가족이 주는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상처, 그리고 후회
손에 박힌 가시는 제때 빼내지 못하면 살갗을 더욱 깊숙이 파고 들어간다. 살 속에 파묻힌 가시 때문에 상처가 곪는다면 치료하면 된다. 그러나 아픔에 익숙해진다면 우리는 그 존재조차 잊어버리고 만다. 가끔 가시에 찔렸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이처럼 사랑하는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그때는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을 깨닫지 못한다면 어디로 파고 들어갔는지 모를 가시처럼 바로잡을 기회를 영영 놓치고 말 것이다.
주인공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의 장애에 대한 주변의 시선을 인식하게 되면서 그의 절망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 어머니의 장애 때문에 왕따를 당할까 두려워했고 대학 진학의 실패는 전부 귀가 들리지 않는 어머니의 탓으로 돌리며 가시 돋친 말을 퍼부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기어코 자신의 안에 깊숙이 박혀 있던 가시의 위치를 찾아내며 자신의 잘못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늘 어머니로 인해 상처받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상처를 주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곳에는 깊은 후회만이 남았다.
자기 잘못을 알게 되면 우리는 후회하게 된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고 스스로 자책한다. 하지만 후회와 자책만으로 끝이 나서는 안 된다. 이를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갈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손끝에서 욱신거리며 존재감을 나타내던 가시를 뽑아내고, 또한 다른 사람들을 향해 가시를 세워 다치게 하는 행동을 중단할 수 있다.
혼자가 아닌 나,
그리고 우리
절망에 빠진 사람은 고립감을 느낀다. 이 세상에 이러한 깊은 절망과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자기 한 사람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같은 절망과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 사실을 깨달아야만 깊고 넓은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 경지에 도달하기까지가 어려울 뿐이다. 이렇게 소속감을 가지게 된 사람은 막강해진다.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보며 원인을 몰랐거나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던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코다’의 존재를 알게 된다. 들리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라난 들리는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주인공은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뜬다. 하지만 그러한 감각을 맛본 뒤에 바라본 어머니의 손끝은 그가 세웠던 가시 때문에 상처투성이였다. 그래서 주인공은 어머니가 감내해야 했을 그 아픔들을 세상에 알리기로 한다.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하고 누군가가 자신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어머니는 무한한 사랑으로 주인공의 용기를 응원해 주었다. 주인공의 후회와 반성으로 비로소 가족은 장애를 넘어 하나가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부모님의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부모님에게 상처를 주었다. 우리 또한 그렇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날카롭게 가시를 세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가시가 가족들에게 어떠한 상처를 주는지 깊이 생각해 보려 하지 않고, 또한 내 손끝에 어떠한 가시가 박혀 있는지 살펴볼 줄 모른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가족은 장애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가족이다.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는 마음은 누가 하나 뒤처지지 않는다. 주인공과 같이 자기 잘못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용기 내어 용서를 구할 수 있다면 우리 안에 박혀 있던 가시들은 자연스레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수어가 그다지 존중받지 못했다. 수어에만 의지하며 살다가는 평생 고생할 거라는 조부모님의 신념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구어를 익혀 입 모양을 읽고 소통했다. 하지만 나는 수어가 어머니의 첫 번째 언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어를 익혔다. 어설프게 손을 움직여 밥이 맛있다거나 엄마가 좋다고 이야기하면 어머니는 늘 기쁘게 웃어주셨다.
“뭔가 너희 엄마 말투 특이하지 않아?”
“……응?”
“아까도 그렇고, 말투 이상한 거 맞지?”
Y는 킥킥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말문이 막히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시뻘겋게 달아오른 게 느껴졌다.
앞으로 다이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
들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어머니의 웃음을 보자니 턱 밑까지 올라온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고 어머니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가라시 다이
1983년 미야기현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여러 직업을 거쳐 편집자와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 프리랜서 작가가 되었다. 자신의 성장 배경을 살려 사회적 소수자에게 초점을 맞춘 취재 및 인터뷰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10월 『망한 가족』으로 에세이 작가로 데뷔했다.
목차
들어가며
제1장 작은 해변 마을에서 태어나다
제1화 평범한 마을의 평범하지 않은 가족
제2화 들리지 않는 어머니는 이상한 사람일까?
제3화 어머니 말투가 비웃음을 사다
제4화 학교에는 오지 마
제5화 수어는 이상한 언어인가?
제6화 장애인의 자녀에 대한 몰이해와 차별
제2장 부끄러운 나의 부모님
제7화 아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제8화 교내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숨기다
제9화 부모님의 장애를 발표한 동급생
제10화 추억이 남지 않은 앨범
제11화 들리는 나의 장래를 이해할 수 없는 어머니
제12화 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
제3장 그리고, 상경
제13화 미소를 위해서라면
제14화 대학을 포기하다
제15화 차별하는 사회에 복수하다
제16화 수어를 해줘서 고마워
제17화 어머니를 외면하고 상경하다
제18화 무언의 부재중 전화
제4장 코다와의 만남
제19화 들리지 않는 손님
제20화 들리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란 코다
제21화 청각장애인이 부른 생일 축하 노래
제22화 동일본대지진, 어머니를 덮치다
제23화 아버지가 돌아가실 수도 있다니
제24화 거센 반대에 부딪혔던 부모님
제5장 새로 만들어가는 어머니와의 관계
제25화 할머니의 죽음과 어머니의 슬픔
제26화 청각장애인도 할 수 있어
제27화 고시엔에서 피어난 가족 간의 사랑
제28화 우생보호법의 피해자가 된 장애인
제29화 코다로 태어나서 자랑스럽다
제30화 지켜주지 말고 함께 살아가기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