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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교사 포기하기
공교육을 지키기 위한 선생님들의 소신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부모님 |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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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아본 이들은 안다. 학교가 문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였다는 것을. 대한민국이 잘살기 시작하면서,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가 학교를 잠식했다. 학생들은 경쟁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하나둘 별이 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선생님들마저 하늘로 돌아가 반짝이기 시작한다.

공교육을 지키기 위해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때로는 불편한 과제를 내주고, 뼈아픈 피드백을 건넨다. 결과보다 ‘힘듦을 견디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적 행위는 종종 민원으로 되돌아온다. 무엇이 정당한 교육 활동인지 혼란에 빠지고, 결국 선생님들은 학교와 사회가 바라는, 민원을 받지 않는, 조용한 교사로 길들어진다. 그렇게 이상적 교사로 포장된 착한 교사가 늘어나고, 공교육은 점차 서비스업으로 전락한다.

<착한 교사 포기하기>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교육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나쁜 교사’로 불리는 이들을 위한 변론서다. 이 책은 묻는다. 공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떤 배경 속에서 무너져 왔는가? 우리는 그것을 지켜낼 수 있는가? 그리고 교사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이 질문들에 제대로 답한 적이 있었던가? 이 물음들을 따라 읽다 보면, 우리 교육 현실의 민낯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질문은 결국 하나의 의문으로 수렴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교권 흔드는 사회를,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가?”

  출판사 리뷰

좋은 선생님이 나쁜 선생님
공교육을 지키기 위한 교사의 정체성에 대하여


2023년, 서이초등학교의 젊은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묻혀 있던 교권 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좋은 교사’가 되기를 포기하는 선생님들이 늘어가는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분투하는 교사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좋은 교사’란 누구일까? ‘착한 교사’와 ‘나쁜 교사’의 경계는 어디일까?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언어와 의미가 이렇게 유동적이듯, 교사에 대한 판단 역시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없다.
젊은 초등교사인 저자는, 공교육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딜레마와 갈등을 생생한 사례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소신을 지키려는 선생님들이 때로 ‘나쁜 교사’로 치부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교육을 건강하게 세우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들의 선생님

군사부일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전통 속에서, 선생님은 어린 시절 우리에게 막강한 존재였다. 한마디 말, 작은 행동 하나에도 귀 기울이며 배우고 성장하던 시절, 학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의 공간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가르치는 장이었다. 선생님은 지식 전달자를 넘어, 인격과 가치를 보여 주는 길잡이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일까? 선생님의 본래 의미는 점차 사라지고, 숫자로 평가되는 존재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중등학교 선생님은 학생을 상급학교로 진학시키는 성과로 평가되었고,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교육보다는 ‘안전한 보육’에 집중하게 되었다. 시험 점수와 진학률, 행정 평가 같은 외적 기준이 교사의 능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본연의 역할은 축소되고 왜곡되었다.
결과는 참담하다. 열정과 소신을 지닌 교사는 평가와 성과 압박에 지쳐가고, 아이들은 점수와 순위 중심의 학습 환경 속에서 인간적 성장을 경험할 기회를 잃었다. 학교는 지식과 관리의 공간으로 축소되었고, 선생님 본연의 권위와 가치도 희미해졌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들의 선생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리고 이 변질된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가.

좋은 교사1.
사회가 길들이는 착한 교사


이제 우리들의 선생님은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어 새로운 교사상을 정립하고 있다. 학교 관리자와 학부모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아이들에게 충분히 훈계조차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민원을 피하고, 학부모의 기대에 맞추는 것이 바람직한 교사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본래 역할보다 갈등을 피하고 눈치를 보는 ‘착한 교사’로 길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사상은 공교육의 본질과 충돌한다. 교사의 역할은 단순히 민원을 피하거나 학부모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지식과 인성을 균형 있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만든 ‘착한 교사상’은 이를 방해한다.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거나,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직면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교사는 사회적 압박 때문에 소신을 발휘하기 어렵다. 결국 열정과 전문성을 가진 교사는 스스로를 억제하며, 교육적 판단보다는 외부 기준에 맞추어 행동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교사상은 정말 올바른 기준인가? 공교육의 목적과 학생 성장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사회는 교사에게 어떤 역할을 요구해야 하는가? ‘착한 교사’로 길들어진 교사는 과연 교육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교사와 사회가 함께 고민하며, 진정한 교육적 가치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좋은 교사2.
선생님이 말하는 착한 교사 = 나쁜 교사


오늘날 학교에서 교사가 겪는 압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우 강력하다. 교육 현장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 인격 형성을 책임지는 장임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종종 외부의 기대와 요구 속에서 자신의 판단을 억제해야 한다. 시험 성적과 진학률, 학부모 만족도, 행정적 평가 등 수치와 결과 중심의 기준이 교사의 행동을 제한하며, 아이들을 제대로 지도하고 가르치려는 본래의 의도는 쉽게 흔들린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교사는 자신의 교육적 소신을 포기하거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눈치를 보는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학교 현장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수업 중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지만, 학부모의 눈치를 보며 엄격히 지도하지 못한 사건, 혹은 학교 관리자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의 교육적 소신을 포기한 사례 등은 모두 ‘착한 교사’라는 사회적 기준과 교사 본연의 교육적 판단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단순히 사회적 요구에 맞춘 교사가 왜 학생과 교육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교사는, 사회적 기준에 맞추어 길들어진 교사가 아니라 한 명의 교육자로서 자신의 교육적 소신을 지킬 수 있는 권리와 용기를 가진 교사다. 이러한 교사는 때로 학교 관리자나 학부모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학생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위해 노력한다. 저자는 다양한 학교 안 에피소드를 통해, 바로 이런 교사가 진정한 의미의 ‘좋은 교사’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I. 착한 교사 양육하는 사회
1. 착한 선생님의 죽음과 무임승차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2023년 8월 17일. 9·4 서이초 추모 집회 운영팀은 성명을 발표했다. “9월 4일까지 교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는 집단 연가를 내고 국회 앞에 서겠다”고 밝혔다. 돌아가신 선생님의 49재가 되는 9월 4일은 ‘공교육 멈춤의 날’로 이름 붙여졌다. 교사들은 인디스쿨을 중심으로 하나둘 마음을 모았고, 일부 학교는 내부 논의 끝에 이날을 재량휴업일로 결정했다.
하지만 교육 현장 내부의 논쟁은 뜨거웠다. 정식 휴업일로 추모에 참여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개인 연가나 병가로 소신을 드러내야 하는가. 교사들은 온라인과 회의실에서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 고민은 단순한 행정 판단이 아닌 교사로서의 생존과 정체성, 두려움과 정의 사이의 외줄타기였다.
교장 선생님의 주재로 우리 학교 교사들 역시 긴급회의에 모였다. 무거운 침묵 속,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으로 회의실에 들어섰다. 회의는 마치 한 편의 시처럼, 각자의 진심이 차곡차곡 쌓여 가는 과정이었다. 결국 우리는 9월 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고, 교사 전체가 한마음으로 추모에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다.
물론 이 결정은 간단치 않았다. 정규 수업일에 연가나 병가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강력한 표현일 수도 있었다. 그것은 노동자가 자신의 자리를 비우는 것으로 의지를 표명하듯 교사로서 가장 절박한 방식의 외침이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 1항을 적용한다면, 교사들이 정상 수업일에 대규모로 연가나 병가를 사용할 경우 교육부는 이를 ‘불법 파업’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 사실은 마치 칼날 같은 위협이 되어 정의로운 마음으로 연가와 병가를 사용하기로 한 선생님들의 생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징계로 인해 교직이라는 길에서 누릴 수 있는 명예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동료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II. 나쁜 교사의 고민
6. 착한 교사로 길들이는 교원평가

교사의 성장이 학생의 성장
기존의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사라지고 교육부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제도로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3를 마련했다. 이 제도는 2026년부터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새로운 제도의 눈여겨볼 변화 중 하나는 기존의 학생만족도조사가 학생인식조사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기존 조사가 교사의 교육 활동에 대한 학생의 만족도를 묻는 것이었다면, 새롭게 도입될 조사는 교사의 수업을 통해 얻은 배움과 성장의 변화를 스스로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묻는 데 초점을 둔다. 즉, 단순한 감정 평가가 아니라 학생 본인의 성찰을 중심으로 문항 구성을 변화하는 것이다.
또한 교권 침해 사례가 발생했던 서술형 평가 항목은 폐지되며, 학부모조사는 개별 교사에 대한 평가가 아닌 학교 교육과정과 운영 전반에 대한 의견 제시 형태로 바뀐다. 더 나아가 교육 활동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평가 결과는 교원에게 누적하여 제공되며,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연수 추천 시스템이 운영된다. 아울러 교원역량개발센터를 통해 교사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새로운 제도가 현장에 결함 없이 안착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교원평가 제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잘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노력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평가는 처벌하거나 줄을 세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교원의 성장과 성찰을 돕는 피드백이 되어야 한다. 즉, 평가 결과는 교사가 발전할 방향을 안내하는 나침반이 되어야 하며, 그 자체로 부담이나 낙인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은 참고 자료로 존중하되, 그 타당성을검토하여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수석교사가 많은 학교에 배정되어 교사교육자teacher educator로서의 역할을 전담하며, 수업과 교육 활동 전반을 함께 성찰하고 성장시켜 나가는 구조가 마련되면 좋을 것이다. 또한 신뢰성과 타당성을 갖춘 평가 지표를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추상적인 ‘만족’보다는 학생 성장 기여도, 교육 목표 달성, 수업 참여도와 같은 구체적인 교육적 성과를 중심으로 한 지표가 필요하다.

(중략...)

학생에게서 “제가 안 하면 어쩔 건데요?”라는 말을 듣고 교육 의지가 꺾였다고 한다. 그 뒤로 교사는 ‘완벽한(?) 교사’가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따르게 되었다고 한다.

1.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에게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기.
2. 학부모와 상담할 때 학부모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기.
3. 아이들에게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기.
4. 잔소리는 물론 일기와 숙제, 나머지 공부도 시키지 않기.
5.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기.
6. 수업은 빨리 끝내고, 쉬는 시간은 많이 주기.

III. 나쁜 교사의 교육법
11. 딜레마 토론과 실천적 도덕 교육

도덕적 행동과 도덕적 사고
미국의 심리학자 로런스 콜버그Lawrence Kohlberg, 1927~1987는 도덕 발달 단계를 설명하면서 ‘딜레마 토론’을 강조했다. 정답이 없는 복잡한 도덕적 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이 각자의 판단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타인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사고가 발달한다는 것이다. 즉, 딜레마에 자주 노출될수록 깊은 사고와 성숙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우리가 교육에서 진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정답을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정답이 없을 수도 있는 문제 앞에서 생각하고, 의견을 말할 줄 아는 태도다. 이런 능력은 단지 정보 전달식 수업으로는 자라나지 않는다. 딜레마 상황에 직면하고, 각자의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고민하며, 다른 의견을 부딪치고 조율해 보는 경험 속에서 길러진다. 아이들이 딜레마를 만나는 시간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렇지만 바로 그 혼란이 생각을 낳고, 생각이 토론을 부르고, 토론이 성장을 만들어 낸다.
“얘들아, 오늘 도덕성 검사할 거야.” 검사라는 말에 학생들의 귀가 번쩍 뜨였다. 학교에서 뭔가를 검사한다고 하면 아이들은 꼭 해야 하는 일인 양 여기며 관심을 둔다. 우리 반 학생들도 어떤 검사인지 궁금했는지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돼. 수학 공식처럼 답이 떨어지지도 않는 일 말이야. 그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런저런 행동을 하는 게 옳은지 고민하게 될 거야. 그런 상황을 미리 교실 속에서 만나 보면 어떨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너희들의 도덕성이 발달할 수 있어. 혹시 발달이란 말이 뭔지 설명할 수 있니?”
“다음 단계로 가는 거요.”
“맞아, 발달이란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거야. 계단이 열 칸 있는데 첫째 계단에서 곧바로 열 번째 계단으로 한 번에 점프할 순 없지. 사람이 걷기 전에 기어가는 단계와 걸음마 단계 그리고 수없이 넘어지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 너희처럼 이렇게 걸을 수가 없듯이 말이야. 도덕성이란 것도 발달의 단계가 있는 거야.”
아이들은 도덕성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도 단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콜버그에 따르면 온도는 온도계, 지능은 검사 수치로 정도를 가늠하듯 도덕성도 그 깊이에 차이가 있고 이를 단계별로 나눌 수 있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쓰레기를 줍거나, 목발을 짚은 친구를 도와주는 행동부터 이태석 신부1962~2010처럼 부와 명예를 버리고 남수단에서 평생 의료봉사를 한 삶까지 아이들은 모두 ‘착하다’는 말로 뭉뚱그린다.
아이들의 표현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예수의 아가페적 사랑, 공자의 인仁 같은 높은 차원의 실천과 친구에게 과자를 나눠 주는 일상의 배려는 분명 결이 다르다. 그래서 ‘착하다’라는 가치를 학생들과 좀 더 깊이 탐구할 필요가 있었다. “콜버그라는 학자가 도덕성 발달을 세 수준, 여섯 단계로 나누었지. 오늘은 그 단계에 따라 지금 내 도덕성이 어느 수준인지 살펴보려는 거야.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넓히는 게 중요해.”

  작가 소개

지은이 : 나세진
동두천신천초등학교 교사. 2023년부터 연달아 들려온 교육 현장의 아픈 소식들은 오랫동안 교단에 몸담아 온 이로 하여금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켰다. 공교육의 현실 앞에서 스스로의 무심함을 돌아본 끝에, 교사로서의 목소리를 글로 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를 통해 학생과 교사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존중하며 배움과 가르침이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한다. 《착한 교사 포기하기》는 이러한 뜻을 담은 책이다. 2001년 《강원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지은 책으로는 단편소설집 《춘천의 바람은 언제나 푸르길》이 있다.

  목차

I 착한 교사 양육하는 사회
1. 착한 선생님의 죽음과 무임승차
2. 왕의 DNA를 가진 아이
3. 학력 + 학벌주의와 교권 붕괴
4. 갑질 사회의 공교육 서비스
5. 나는 착한 교사가 되길 포기한다

II 나쁜 교사의 고민
6. 착한 교사로 길들이는 교원평가
7. 구성주의 교육과 주간학습안내
8. 리바이어던과 교육자
9. 지식이냐 경험이냐
10. 인공지능 시대의 교사

III 나쁜 교사의 교육법
11. 각자의 재능 영역 키워 주기
12. 딜레마 토론과 실천적 도덕 교육
13. 세상에 뚱딴지같은 질문은 없다
14. 즐거우면 몰입한다
15. 인공지능으로 인간지능을 키운다

IV 나쁜 교사의 스승
16. 가능성을 확장하는 교육자의 심안: 홀름보에와 나의 수학 선생님
17. 가장 약한 이를 품은 사랑의 전인교육: 이태석과 페스탈로치
18. 사회를 스스로 바라보도록 하는 교육: 율곡 이이와 프레이리
19. 장애인과 세상을 이어 준 교육자: 몬테소리와 박두성
20. 나쁜 교사가 공교육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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