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AI 기술의 속도가 사유와 성찰을 앞질러 가는 시대, 사람들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오히려 깊은 고독을 느낀다. 산문집 『동검도 채플 블루 로고스』는 이 속도와 경쟁의 정글 한가운데서, 우리가 다시 물어야 할 질문, ‘우리는 지금 어디로, 누구를 향해 가고 있는가’를 차분하게 꺼내 드는 책이다.
저자 조광호 신부는 사제이자 화가, 시인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의 장인으로 평가받는 그는 교회 안팎에서 출판과 교육, 예술을 두루 경험했고, 지금은 강화 앞바다의 작은 섬 동검도 채플에서 순례객들을 맞고 있다. 동검도 채플은 종파를 넘어 누구나 찾아와 쉬어 갈 수 있는 7평의 작은 ‘치유의 장소’로 알려져 있는데, 이 책은 그 자리에서 길어 올린 사유와 기도, 일상의 이야기들을 모은 산문집이다.
조광호 신부는 자신의 예술 여정을 “블루 로고스Blue Logos”라고 부른다. 빛과 색채, 형태의 언어로 보이지 않는 말씀logos을 받아 적는 일, 하늘과 바다의 푸른 빛 속에서 영원의 말을 듣는 일. 작가는 예술을 “신앙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며, 푸른 색채를 통해 하느님의 질서와 창조의 구조를 바라본다. 이 책은 그러한 ‘푸른 말씀’을 글의 언어로 풀어낸 긴 고백이자 초대장이다.
출판사 리뷰
이해인 수녀, 정호승 시인의 추천!
일곱 평 작은 ‘영혼의 쉼터’에서 전해오는 짙푸른 한줄기의 빛,
우리의 영혼을 물들이는 시대와 예술, 영성의 눈부신 통찰!
혼돈과 미혹의 삶을 어루만지는 날렵하고 따뜻한 인문 에세이!
AI 기술의 속도가 사유와 성찰을 앞질러 가는 시대, 사람들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오히려 깊은 고독을 느낀다. 산문집 『동검도 채플 블루 로고스』는 이 속도와 경쟁의 정글 한가운데서, 우리가 다시 물어야 할 질문, ‘우리는 지금 어디로, 누구를 향해 가고 있는가’를 차분하게 꺼내 드는 책이다.
저자 조광호 신부는 사제이자 화가, 시인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의 장인으로 평가받는 그는 교회 안팎에서 출판과 교육, 예술을 두루 경험했고, 지금은 강화 앞바다의 작은 섬 동검도 채플에서 순례객들을 맞고 있다. 동검도 채플은 종파를 넘어 누구나 찾아와 쉬어 갈 수 있는 7평의 작은 ‘치유의 장소’로 알려져 있는데, 이 책은 그 자리에서 길어 올린 사유와 기도, 일상의 이야기들을 모은 산문집이다.
조광호 신부는 자신의 예술 여정을 “블루 로고스Blue Logos”라고 부른다. 빛과 색채, 형태의 언어로 보이지 않는 말씀logos을 받아 적는 일, 하늘과 바다의 푸른 빛 속에서 영원의 말을 듣는 일. 작가는 예술을 “신앙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며, 푸른 색채를 통해 하느님의 질서와 창조의 구조를 바라본다. 이 책은 그러한 ‘푸른 말씀’을 글의 언어로 풀어낸 긴 고백이자 초대장이다.
1장 ‘문명의 정글에서 길을 묻다’에서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서 시작해 인공지능, 유전자 공학, 기후위기에 이르는 과학 문명의 변화를 따라가며, 인간 중심의 사고를 내려놓고 새로운 겸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2장 ‘더불어 살기 위한 회복의 윤리’에서는 폭력과 혐오, 불평등과 무관심 속에서 무너지는 인간 존엄을 바라보며, 정의와 연대, 책임의 언어로 다시 함께 살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3장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하는 방식’에서는 음악과 미술, 특히 현대미술과 추상 회화, ‘텅 빈 캔버스’와 ‘침묵의 강’을 통해 예술의 역할을 성찰한다. 작가는 아름다움이 우리를 현실로부터 도피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현실과 타인의 고통을 보게 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4장 ‘어둠 속에서 별빛이 말을 걸 때’와 5장 ‘십자가와 나침반’에서는 낡은 반바지, 물걸레, 솜사탕, 갈대 같은 사소한 사물들, 그리고 성당과 채플의 사목 현장을 통해 상처와 상실, 용서와 화해, 십자가와 희망의 의미를 되묻는다.
『동검도 채플 블루 로고스』는 신앙의 언어로 쓰인 책이지만, 특정 신자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과학, 철학, 예술과 신학이 조용히 어깨를 맞대고, 동검도 바람과 들풀, 겨울 바다와 별빛이 한 편 한 편의 문장 속으로 들어온다.
속도의 문명에서 길을 잃은 이들을 위한 인문·영성 안내서
『동검도 채플 블루 로고스』를 읽다 보면, 이 책이 단지 ‘신부님이 쓴 종교 에세이’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걸 곧 알게 된다. 1장 첫 글부터 작가는 코페르니쿠스 이야기를 꺼낸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었듯, 오늘의 인간 역시 더 이상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자각. 인공지능과 유전자 조작, 기후위기와 우주 탐사까지, 과학의 진보는 인간의 자리를 다시 묻고 있다. 그는 이것을 “21세기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부르며, 인간이 자기중심성에서 내려와야만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이야기를 공허한 ‘문명 비판’으로 흘려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센터, 군사 기술과 감시 시스템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어 보이면서도, 결국 질문을 인간 자체에게 돌려놓는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쓰는가를 결정하는 인간의 욕망과 선택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 유명한 글의 제목처럼, “기계는 계산하고 인간은 사랑”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메시지는, 기술 시대의 윤리를 단 한 문장에 응축한다.
종교에 대한 이해도 인상적이다. 그는 종교를 ‘정답을 제공하는 기관’이나 ‘규범을 강요하는 권위’로 그리지 않는다. 미래학자의 말을 빌려 “새로운 밀레니엄에서 종교는 산소와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숨 가쁘게 달리는 인류가 다시 숨을 고르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종교의 몫이라고 말한다. 종교가 속도의 문화에 휩쓸려 경쟁과 소비의 논리를 따라가 버릴 때, 사람들은 오히려 더 깊은 피로와 허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뒤따른다.
2장에서는 ‘회복의 윤리’가 화두로 떠오른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전쟁과 폭력, 혐오와 차별, 구조적 불의의 현실을 꿰뚫어 보되, 분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정의와 평화를 동시에 이야기하려 애쓴다. 정의 없는 평화는 공허하지만, 용서 없는 정의 또한 또 다른 폭력을 낳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작가 특유의 신학적 언어와 일상의 사례가 교차하며, ‘함께 살기 위한 윤리’가 추상 아닌 구체로 다가온다.
요약하자면, 『동검도 채플 블루 로고스』는 속도의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인문·영성 안내서다. 최신 이론을 과시하기보다, 오래된 질문들을 다시 꺼내 들고, 그 질문 곁에 독자가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 지칠 만큼 빠른 세상에서 완전히 떠날 수 없지만, 그래도 완전히 냉소적으로 살고 싶지는 않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동검도에서 건져 올린 푸른 문장들로
일상이 성소가 되는 순간
이해인 수녀는 추천의 글에서 이 책을 두고, 시와 단상, 동서양의 지혜와 시대 비판이 함께 어울려 있어 책을 다 읽고 나면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넓어진 느낌이 든다”고 썼다. 실제로 『동검도 채플 블루 로고스』를 읽다 보면, 강의실 같은 진지함과 사적인 수기 같은 솔직함, 동검도 풍경을 그린 산문이 자연스럽게 섞여 든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장소의 힘이다. 이 책의 많은 글은 동검도 채플과 그 주변 풍경에서 출발한다. 바람 부는 섬 언덕, 썰물 빠진 갯벌, 겨울 바다와 별이 뜨는 밤, 성당 마당의 들풀과 아이들이 노는 소리…. 작가는 화가답게 빛과 색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포착해 문장으로 옮긴다. 그래서 그의 글에서는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난다.
3장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하는 방식’에서는 예술가의 면모가 특히 빛난다. 낡은 성당 한가운데 울려 퍼진 선율, 처음 보면 낯설고 기묘해 보이는 현대미술 작품들, ‘이것은 이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불러오는 이미지들. 그는 그것들을 예술을 현실을 잊게 만드는 도피처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과 타인의 상처를 더 또렷하게 보게 만드는 ‘깊은 거울’로 이해한다. 텅 빈 캔버스와 침묵의 강 위에서, 우리는 내 삶이 한 폭의 그림이라면 어떤 색과 선으로 채워질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4장과 5장에서는 일상의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출발해 신앙과 삶의 핵심을 건드린다. 「낡은 반바지」, 「물걸레의 명상」, 「십자가와 솜사탕」, 「흔들리는 갈대」, 「내일은 맥주를 공짜로 드립니다」 같은 제목만 봐도, 그 출발점이 얼마나 생활 가까이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무겁고 추상적인 개념을 늘어놓기보다, 흔들리는 마음과 어설픈 선택, 쉽게 상처 입고 또 상처 주는 인간의 얼굴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러고 나서, 그 얼굴 위에 스며드는 은총과 희망의 가능성을 천천히 따라간다.
이 책의 특별함은 개인적인 고백과 보편적인 통찰의 자연스러운 겹쳐짐에서 나온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의 마음, 설명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의 당혹감, 허무와 체념 끝에서 다시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순간들. 작가는 이런 경험들을 신학자의 언어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고통과 부활, 상처와 치유의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풀어 놓으며, 독자가 스스로 자기 삶을 떠올리게 만든다.
『동검도 채플 블루 로고스』는 결국, “지금 이 자리가 곧 성소聖所”라는 메시지를 조용히 건네는 책이다. 거창한 사건이 없어도, 낡은 반바지 한 벌과 물걸레, 섬 언덕 위의 바람과 갯벌의 빛만으로도, 우리 삶은 이미 하느님과 서로를 만나기에 충분한 자리라는 것. 책장을 아무 곳이나 펼쳐 한 편의 글을 읽고 잠시 눈을 감아 보라. 동검도의 바람과 빛이 스며든 문장들이, 바쁘고 거친 일상 속에 작은 푸른 창 하나를 열어줄 것이다.
밤하늘을 올려다본 그는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도 고개를 들어 자연을, 광활한 우주를, 그리고 고통받는 이웃을 바라본다면, 그 순간 우리 안에도 하나의 지동설이 시작될 것이다. 더 이상 인간이 중심이라는 오만에서 벗어나, 생명 전체가 중심이라는 새로운 전환. 그것이야말로 21세기의 과제이자, 인류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_중심이 사라진 자리에서 빛이 시작된다
그러니 고통을 무조건 제거하려 하지 말자. 고통을 저주하지도 말자. 고통을 피하기보다 그것을 통과하며 배우자. 진정한 용기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느끼면서도 한 발 앞으로 내딛는 것이다. 우리는 불완전하기에 사랑할 수 있고, 상처받을 수 있기에 서로를 깊이 품을 수 있다. 실패할 수 있기에 도전할 수 있으며, 죽을 수 있기에 삶은 더 빛난다.
_아픔 없는 삶의 역설
오늘 교회가 진정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을 희망으로 붙들고 있는가?”
AI가 대신 일자리를 빼앗을지 모른다는 불안, 기후위기 속에서 자식 세대가 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언제 또다시 팬데믹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공포.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여전히 사랑을 꿈꾸고, 진정한 공동체를 갈망하며, 언젠가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 교회는 바로 그 언어, 그 감수성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_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 앞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조광호
신부, 인천가톨릭 조형예술대학 명예교수. 1947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났으며, 1979년 성 베네딕도 수도회 사제로 서품되었다. 서울 가톨릭대학 신학부와 독일 뉘른베르크 조형예술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주교단 출판국장, 인천가톨릭대학 조형예술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1999년 문화영성지 『들숨날숨』을 창간했고, 가톨릭문인회 담임 사제로 문화와 영성의 융합연구를 했으며, 인천가톨릭대학 조형예술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국내외 4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은퇴 후, 동검도 채플을 설립했다. 현재 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에서 종합적인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작품으로는 부산 주교좌 남천성당, 대구 주교좌 범어동성당, 부평4동성당 및 구 서울역 로비, 숙명여대, 서강대, 카이스트 등 국내외 40여 곳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유리화와 서소문 성지 순교자탑, 강화 무명순교자탑 당산철교 대형 벽화 등 청동조각상과 대형 조형 작품 등이 있다.
목차
추천의 글
동검도의 바람과 들풀과 노을을 닮은 신부님께 005
작가의 글
흐름 위에서, 흐름과 함께 - 블루 로고스 011
1장 문명의 정글에서 길을 묻다
중심이 사라진 자리에서 빛이 시작된다 021
느림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027
카우보이, 람보, 그린베레와 2025년 037
기계는 계산하고 인간은 사랑한다 041
과학의 끝에서 신비를 만나다 047
아픔 없는 삶의 역설 053
소음의 시대에 침묵을 배우다 058
어월리의 겨울 바다 063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 앞에서 068
깨어나는 우주, 깨어나는 인간 073
2장 더불어 살기 위한 회복의 윤리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인가 083
마구간은 여전히 폐허 속에 있다 089
비극의 강물 속, 푸른 하늘 은하수 095
별빛과 촛불 사이에서 101
먹방에서 책방으로 107
토끼사냥과 엽기토끼 113
단골이 아니라 순례자 118
다시 희망을 가르쳐야 할 시간 123
불은 꺼져도 빛은 남는다 129
3장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하는 방식
폐허 속에서 울려퍼지던 선율 137
불꽃은 아직 인간 안에 있다 143
익숙한 것과의 결별 150
괴이하고 삐딱한 현대미술 157
이것은 이것이 아니다 164
음악은 어떻게 영원을 노래하는가 170
추상에 대한 오해와 편견 175
텅 빈 캔버스에 남은 질문 181
침묵의 강 위에 귀를 기울이다 192
당신의 삶이 한 폭의 그림이라면 199
4장 어둠 속에서 별빛이 말을 걸 때
낡은 반바지가 가르쳐준 것들 207
어둠을 가로지르는 희디흰 물소리 213
섬에서 본 세계의 끝 218
물걸레의 명상 224
십자가와 솜사탕 사이에서 230
손을 비울 때 마음이 가득 찬다 235
상처 위에 꽃이 핀다 241
내 뜻이냐, 아버지의 뜻이냐 247
흔들리는 갈대, 스며드는 은총 252
삶이 시가 될 때 258
내일은 맥주를 공짜로 드립니다 263
5장 십자가와 나침반
담을 허문 성당, 오아시스가 되다 271
마르타와 마리아, 사랑의 아름다운 두 얼굴 276
녹슨 칼을 내려놓으라 281
빈 그물에서 시작되는 기적 287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292
낯선 얼굴에서 빛을 보다 298
예수는 방화범인가? 304
정의와 자비, 하느님의 두 날개 310
어둠의 심장에 심어진 씨앗 하나 315
바람은 바뀌어도 길은 남는다 320
신앙의 신비에서 고통의 신비로 326
오컴의 면도날과 질문하는 믿음 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