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어두운 폐허 속에서 수많은 물건이 부스러지고, 거대한 더미는 그 자체로 생태계를 이루었다. 그러나 그 속에 ‘수호물’을 지닌 한 아이가 존재한다. 그는 이 폐기된 세계의 한가운데서, 가장 살아 있는 목소리를 발견한다. 이레몽거 3부작은 바로 그 ‘속삭이는 잔해들’과 ‘인간이 소유한 기억의 파편’이 의식을 가진 하나의 이야기로 살아나는 마법이다.
출판사 리뷰
에드워드 캐리의 이레몽거 3부작
어두운 폐허 속에서 수많은 물건이 부스러지고, 거대한 더미는 그 자체로 생태계를 이루었다. 그러나 그 속에 ‘수호물’을 지닌 한 아이가 존재한다. 그는 이 폐기된 세계의 한가운데서, 가장 살아 있는 목소리를 발견한다. 이레몽거 3부작은 바로 그 ‘속삭이는 잔해들’과 ‘인간이 소유한 기억의 파편’이 의식을 가진 하나의 이야기로 살아나는 마법이다.
이레몽거 1권 《힙하우스》
거대한 폐기물 더미 ‘힙(Heaps)’ 한가운데 웅크린 이레몽거 저택, ‘힙하우스’가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레몽거 가문은 태어날 때부터 ‘수호물’을 소유해야 한다. 주인공 클로드는 수호물이 속삭이는 이름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며, 그가 들은 이름들은 쓰레기와 가구, 버려진 장신구에 붙은 채 살아 있는 듯한 흔적들이다. 폐허 위에 세워진 집에서, 그는 수호물이 전하는 기억과 감정을 통해 가문의 어둠과 가족 내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소비사회의 잔해를 통해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질문하게 만든다.
이레몽거 2권 《파울샴》
무너진 도시는 이름조차 ‘파울샴’으로 불린다. 폐기물이 갑자기 도시를 뒤덮고, 사람들이 물건으로, 물건들이 사람으로 뒤바뀌는 세계. 클로드는 수호물의 환상을 견뎌낸 끝에 금화가 되어 도시를 떠돌고, 루시는 클로드를 찾기 위해 몸이 단추로 변해 사라진 존재처럼 폐허를 헤맨다. 이곳은 폐기된 것들이 주체가 되고, 인간이 대상이 되는 세계다. 이 과정은 정체성 붕괴와 동시에 ‘소비 이후, 우리의 존재는 어디로 흘러가는가’를 묻는다.
이레몽거 3권 《룽던》
파울샴의 불타던 폐허는 런던—여기서는 ‘룽던’이라 불린다—으로 흘러온다. 도시와 폐허, 인간과 물건, 기억과 망각이 한 줄기로 뒤섞인다. 이상한 안개와 수호물이 깨어내는 음성이 공기를 뒤흔드는 이곳에서, 클로드는 스스로 인간임을 회복하기 위해, 루시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싸운다. 폐기물과 기억이 다시 도시를 구성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사람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마주한다.
이 삼부작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다. 생태적 판타지, 기억의 회복, 인간의 본질을 묻는 문학이다. 폐기물이 단순히 환경문제의 상징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기억과 관계의 저장소’로 기능한다. 수호물이 속삭이는 목소리는 우리가 무심코 버린 것들의 마지막 메시지다.
소비사회의 잔해는 지금의 독자들에게 사실적 문제이다. 일회용품, 포장재, 디지털 쓰레기를 포함한 폐기물의 현실에서, ‘폐허가 다시 이야기를 할 때’ 그 안에 우리의 미래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이 시리즈는 은밀히 전한다.
문학적 측면에서, 에드워드 케리는 빅토리안 고딕의 전통과 현대적 생태 감수성을 혼합한다. 기이하면서도 따스한, 어둡지만 감동적인 분위기는 키르커스의 평처럼 “기괴하면서도 무척 매혹적인 고딕 이야기”로 요약된다.
사회적으로, 이레몽거 가문의 수호물 체계는 ‘정체성을 물건에 의존하는 구조’와 ‘다름을 배제하는 사회적 규율’에 대한 통찰이다. 수호물을 잃거나 듣지 못하는 자는 소외되고, 이름조차 빼앗긴 채 살아간다. 이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름, 정체, 기억을 잃어버린 이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폐허로 가득 찬 이세계에서 수호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잊힌 존재들의 기억이 깃든 목소리이며, 클로드라는 인물이 이 세계와 대화하도록 초대하는 매개다. 《힙하우스》에서는 빅토리안 고딕의 장치를 빌려 와, 폐기된 것들이 소생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시각적 일러스트와 문장 속 리듬은 독자를 폐허의 심장 깊숙한 곳으로 끌어들인다. 그 결과, 이야기의 세계가 끝난 후에도 ‘버려진 것들의 목소리’는 오래도록 귀에 머문다.
이 작품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겉보기에 ‘이상한 판타지’ 같은 이야기 속에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소비, 폐기, 기억 상실—이 은밀하게 실려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와 폐허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사회가 겪는 생태적 위기의 은유이며, 우리가 무심히 버리는 것들이 사실은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는 되돌아봄이다. 수호물이 이름을 말하고 기억을 일깨우는 방식은,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즉 이름, 기억, 관계를 다시 묻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에드워드 케리가 직접 삽화를 곁들인 시각적 구성은 문학을 눈으로 체득하게 만든다. 말하자면, ‘읽는 문학’이 아니라 ‘보는 문학’이며, 폐허 안의 이야기가 시공간을 넘어 감각으로 전이되는 경험이다. 이러한 장치는 한국 독자에게도 낯선 동시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세대 구분 없는 문학성도 이 작품의 큰 강점이다. 청소년 판타지라고 분류되지만, 그 안에 담긴 복합적인 사회 구조, 정체성 탐구, 생태적 통찰은 성인 독자에게도 깊은 여운을 준다. 가족 간, 사회 간의 연결과 단절, 인간의 존재방식을 질문하는 서사적 울림을 통해, ‘읽고 나서 변화하는 글’의 조건을 갖춘 텍스트다.
열어 보면 아찔하게 확장되는 세계, 그러나 결국은 ‘버려진 것들은 다시 말할 권리가 있다’는 선언 아래 수렴되는 리듬. 이레몽거 3부작은 폐허, 기억, 정체가 맞닿는 마법 같은 이야기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에드워드 캐리
“음악이었다면, 그는 에릭 사티이고, 영화라면 그는 팀 버튼일 것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국 문학계의 가장 독창적인 작가’ 에드워드 캐리. 풍부한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 신선하면서도 술술 읽히는 문장으로 흡인력 넘치는 이야기를 써온 캐리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이며 극작가이다. 자신의 작품 전반에 직접 일러스트와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전세계 13개 언어로 번역된 《전망대 맨션: Observatory Mansions》, 《알바와 이르바: Alva & Irva》 그리고 《리틀: Little》 등이 있으며, <뉴욕타임스>, 커커스 리뷰, NPR,<더타임스> 등지에서 ‘올해의 베스트’로 명성을 얻은 세계적인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