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여는 글>
바람의 연서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이었던 것 같다, 시를 습작하기 시작한 것이 노트에다 쓰고 덮고 쓰고 덮고, 그러다 누가 볼까 봐 가슴 두근거리고. 사춘기 때 누구나 다 그렇겠지 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난 좀 심했나 보다. 아까운 노트를 다 없애 버린 것이 무척이나 후회스럽다. 누군가 내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을까?
집 근방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언덕 같은 동산이 있었다. 나는 가끔 거기를 가는 걸 좋아했다. 솔향 가득한 바람을 가슴 깊이 안으면서 자그마한 바위에 걸터앉아 조용히 사색에 잠기면 마치 우주와 소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개미들이 끝없이 줄지어 지나가고 이따금 머리 위로 산새가 날아다녔다. 나는 개미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개미들은 마치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더듬이를 까딱거리는 것이었다.
가만히 잔디 위에 누워 있노라니 나비 한 마리가 팔에 앉았다. 날개를 움직거리며 조용히 나를 쳐다보는 듯했다. 난 시詩의 세상에 살고 있었다. 기쁨도 슬픔도, 두려움과 공포도, 연민과 사랑도, 살아가는 그 자체가 시였다. 무슨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고 살아가는 그 자체가 바로 시의 세계였고, 내 작은 하찮은 언어로 표현하고 남에게 보인다는 것이 오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권의 소중한 내 시집이 사라져 버렸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다시 문학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됐다. 강진군 대구면에 살던 때였다. 나는 동네에서 나보다 한참 연상이신 형님들과 곧 잘 어울렸다. 인생을 이야기하고 꿈에 대해서 논하며 날이 새도록 술잔을 기우리기도 했다. 거기서 탄생한 것이 “참샘”이라는 동인지였다. 철판에 등사원지를 놓고 철필로 글자를 쓰고 삽화를 그려서 초등학교 등사기로 밀어 손이 새까매지면서 만들어 낸 우리의 동인지 <참샘>은 제법 많은 작품을 수록하며 3호까지 발간을 하다 여러 사정으로 중단이 되고 말았다. 1970년 무렵이었다. 그렇게 또 시는 내게서 멀어져 갔다.
정말 아쉬운 추억을 간직한 채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났다. 돌고 도는 것이 인생의 섭리였을까. 그 시절 그 선배님 양치중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옛날 그때도 그랬지만 다시 만난 그때도 선배님은 따뜻한 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계셨다. 선배님은 온누리문학회 회장, 강진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시며 많은 시집도 발간하신 분이다. 나는 선배님의 시집 ”천년을 나는 학“ 등을 읽으며 다시 꿈틀거리는 가슴을 느꼈다. 인간의 작은 성취감, 별 볼일이 없는 자만심이라 밀어두었던 시의 세계 속으로 점차 다시 빨려 들어가게 된 것이다. 다른 시인들의 시도 새삼 존경의 마음으로 봉독했다. 표현이 나와 안 맞더라도 시인의 가슴속 언어에 귀를 기우렸다.
구술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나는 나의 시를 결코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의 생, 나의 삶이 변해가는 기록을, 시문을 빌어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변해가는 나 자신의 의식을 시에 담아 간직하고,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나의 이야기를 시문을 통해서 기록하고 싶을 뿐이다. 행여 내 시에 공감을 가지시는 분이 계신다면 더 할 바 없는 보람도 될 것이다.
나는 시를 통해 더욱 삶을 관조하고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며 고독과 슬픔, 기쁨과 행복, 절망과 희망, 괴로움과 즐거움, 만남과 이별, 그리고 사무친 사랑의 시간을 가슴 깊이 되새기고 있다. 부끄럽지만 그동안 여기저기 이곳저곳에 담아두었던 시들을 모아 한 권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나를 문단으로 불러 세워 주시고 내어 자랑할 수준도 안 되는 졸작을 세상에 내놓도록 지도편달과 용기를 주신 문학그룹 샘문그룹 이정록 이사장님,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더욱 정진하겠다는 각오를 표합니다.
또한 그동안 옆에서 늘 응원해주는 저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격려와 칭찬으로 용기를 나누어 주신 친구들, 일가친지 분들, 저를 아시는 모든 지인분, 문단의 문인 여러분들과 이 책에서 나와 만나는 독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 드립니다.
2025. 10. 10.
가을 뜨락에서 수월 이남규 드림
<서문>
집념의 파문이 바람에게 보내는 연서戀書
- 이정록(시인, 교수, 소설가, 문학평론가)
이남규 시인이 이번에 첫 시집 『바람의 연서』를 출간한다. 이 시집은 자연물을 소재로 하여 노래한 시들이 주조를 이룬다. 그리고 그의 심상은 사랑, 연민, 그리움, 기다림을 노래한다. 전체적으로 시편들은 정감을 지니고 있고 시인은 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일상언어를 전복하고 있다. 첫 시집에 깃든 시인의 사유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아버지에 추억과 어머니에 추억,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추억, 사물에 대한 사유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이 시집은 중심적인 주제는 사랑이다. 시집을 펼쳐보면 “파문의 조약돌” 외 115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이남규 시집이 현시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화두를 던질까를 생각해 보면 한 마디로 자연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과 사랑을 소중히 하고 그런 감정을 귀하게 여기며 그리워하고 추억한다. 그것이 존재 이유이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이타적인 요소요, 소명이라는 것을 시인은 체득, 체관하고 있다.
이남규 시인은 샘문뉴스와 문학그룹샘문에서 2023년경에 실시한 <신춘문예 샘문학상> 공모전에서 <청산도 연가 외 2편>으로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같은 공모전에서 <쥐구멍 같은 마음, 태평양 같은 마음 외 1편>으로 수필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뒤이어 2024년에 한용운문학과 문학그룹샘문에서 주최한 <한용운문학상> 공모전에서 <청포도 외 2편>으로 본상을 수상한 수제다.
전남 완도군에서 조선 왕가 태종 대왕의 22대손 왕가의 후손으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 습작을 썼다고 한다. 글을 누구한테 들킬까 봐, 가슴이 두근거리고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읽힌다는 것이 너무 두려워 시작 노트를 다 없애 버렸다고 필자에게 토로한다. 그러다 몇 년 지나서 강진군 대구면에서 이남규 시인보다 한참 연상인 형들하고 어울리면서 인생을 논하고 꿈과 이상에 대해서 논하며 날이 새도록 술잔을 기우리기도 하면서 의기투합하여 <참샘>이라는 <동인지>를 창간하였다고 한다. 철판에 등사원지를 놓고 철필로 글자를 쓰고 삽화를 그려서 등사기로 밀어서 동인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제법 많은 작품을 수록하기도 하여 3호까지 발행하다가 회원들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종간되었고, 그때가 1970년경인데 그렇게 시는 그와 멀어져갔다고 한다.
2022년경 필자가 이남규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 시인은 최고의 지성이요 삼대 성현의 하나인 <시인>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어 보였다. 정년퇴직하고 다시 시 쓰기와 수필 쓰기를 시작한 이남규 시인은 필자가 운영하는 샘문그룹 계열에 문학사들이 시행하는 문학상 공모전에 치열하게 도전하는 이남규 시인을 지켜보노라니 의외로 시인은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사람이고 물리적 성실함이 뛰어난 사람이기에 기량이 급성장했으며 아집이나 오만이 없는 합리적이며 이타적이고 아주 낮은 자세로 겸손하고 예의가 바른 나비와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이남규 시인의 고향과 시골 사는 집 정원에는 항상 아름다운 꽃과 벌 나비가 있다. 숨 쉬는 공간, 정원을 소중히 지킨다. 시인의 자연과 관조하는 상관물에는 이 세상의 그 무엇도 침범할 수 없는 그만의 내밀한 세계를 간직하고 있고 그것으로 흔들림이 없으며 늘 온유함을 지니며 그 원류에는 심신을 정화하는 향수가 흐르고, 그의 샘에서는 생명수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왜 자연과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시를 써야 하는가, 라고 한다면 이남규 시인에게는 새로운 사랑을 희구하고 도전하기 때문에 희망의 마음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는 사랑을 다하고 끝없이 그리움을 갈구한다. 그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희구하고 그리워하는 전사였다면 그가 지킨 추억이 자기를 소환하여 주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리라.
그가 필요로 하는 사랑과 그리움은 그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근원적인 요구이다. 그동안의 사랑과 그가 비호 해야만 했던 사랑과 그리움은 그에게는 책임이나 의무였을지도 모른다. 그 짐을 지느라고 그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는 누군가의 새로운 사랑으로 새 삶을 살고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이 시간 이후의 삶도 윤택하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남규 시인의 자연과 사랑과 그리움에 관한 시편들은 잘 음미하면 할수록 공감이 배가 된다. 그리고 현대적 감수성이 배어있고 그의 논밭과 정원으로 우리들을 불러들여서 온유하게 품어준다는 생각이다. 사실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메마른 마음으로 건조하며 공허하게 의미 없이 살아가고 있다. 사랑을 품기보다는 헛된 우상을 좇아가느라 타인도 자신도 사랑해야 할 이들도 외면한 채 돌진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을 사는 우리들의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해타산을 생각하는 조건적인 사랑에 대가를 바라는 거래적인 사랑, 사랑 받기만 바라는 이기적인 사랑에 우리들은 빠져있다. 그야말로 자본주의는 사랑마저도 상품의 교환가치로 바꾸려고 획책한다. 이러한 물신화 속에서 우리들은 사랑을 잃고 공허하고 메마르며 푸석푸석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간을 차별하고 귀하게 여기지 않으며, 권리를 짓밟고 타인을 자신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취급하는 비열함이 작동한다.
이남규 시인이 복원하는 인간의 마음은 사랑과 그리움이다. 그 사랑을 복원하는 데에는 에로스 사랑에서 시작하여 확장되어 가는 것은 시인에 여러 시편에서 보듯이, 최고의 선善은 최고의 사랑이라는 것이 시인이 해석하는 새로운 사랑이며 그가 찾고 희구하는 사랑일 것이다. 시인은 에로스의 사랑만이 아니라 필리아의 사랑, 즉 관계의 사랑과 아가페적인 사랑, 즉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체현해 왔다.
20대 이후 4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에로스의 사랑에서 출발하여 지아비와 부모가 되는 자기희생적 사랑과 타인들 간의 필리아 적인 사랑, 부부의 사랑을 경험하면서 그의 사랑은 깊어졌고 단단해져 왔다고 본다. 그가 아버지를 소환하고, 어머니를 소환하고, 자식들을 소환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을 소환하여 회억回憶하는 것이, 단순히 감성적인 사랑만을 꿈꾸어온 것만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과 원초아 적, 순수를 소환한 것이라는 것이, 시편 한 편, 한 편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상상력으로 빚어낸 것은 바로 시인의 삶 속에서 우러나온 표현들이거나 그의 사랑에 대한 의식일 거라고, 생각한다.
위 시편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지켜온 그의 사랑과 그리움의 희구는 바로 고단한 노동과 정신노동의 하루하루가 있었고 그것은 가족을 위한 한 남자의 자기희생적 아가페 사랑이었다. 시인의 시편을 읽은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할 것이다. 사랑을 위해 그저 달려왔고 그러면서 중형의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반어적으로 중형을 자처하였고 고통스러웠지만 고고한 자세로 견지해 온 삶이 있었기에 그는 자연과 사랑과 그리움을 주제로 한 시편들을 엮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이남규 시인의 시구절이 사랑을 잃어 방황하거나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시인과 함께 돌을 고르고 고랑을 내고 꽃씨를 뿌려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따는 비법을 그로부터 전수 받고 희망을 꿈꿀 것을 기대 해본다. 시집 출간을 감축드리면서 많은 독자가 이 시집을 읽고 다시 자연을 사랑하고 사랑을 품고 구현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남규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드리며 문운창대를 기원하며, 독자님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평 설>
이남규의 시집 『바람의 연서』에 나타난 ‘누군가’
- 심종숙 (시인, 교수,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시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탐색일까? 그것은 존재의 내면으로부터 들여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행위 예술일 수도 있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If we hope for what we do not see, we wait with endurance.)”(로마, 8, 25),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인의 길은 바로 인내심을 지니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걸어가는 길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희망은 성경에서는 하늘나라이겠지만, 시인은 이지 않는 세계를 보려고 하는 자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관심과 희망은 시인으로 하여 끝없는 사색과 초월 된 존재를 바라보게 한다. 초월 된 존재는 어디에 있는가? 삼라만상 안에 있는 절대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남규 시인의 시집 『바람의 연서』에는 시인에게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는 ‘누구’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누구는 시인에게 동경이며, 그리움의 대상이고 추억의 대상이다. 그에게, 어린 시절, 가족, 이성 등이 ‘누구’일 것이다. 시인은 사오 바오로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동경과 희망을 두는 것으로 그의 시혼이 생성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시인의 정신세계에는 고독, 그리움, 기다림, 사랑 등과 같은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남규 시인은 내적인 에너지가 강한 시인이며 거기에는 고독감이 존재한다. 이 고독감은 어디로 분사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바람의 연서』에서 보여주는 고독감은 여러 가지로 혼재해 있는 모습이다. 이성, 초월된 존재, 무아 등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독은 이 중에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하겠지만 『바람의 연서』에는 이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단초들이 보인다. 하겠다.
결국 시인은 누구를 향해 갈 것인데 ‘누구’가 바로 내면의 자기일 수도 있고 초월 된 존재일 수도 있고 조국일 수도, 구체적인 사람일 수도 있겠다. 사람 중에 어떤 여인일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그가 기다리는 희망은 ‘누구’라는 사람에 관한 의문대명사로 표현하고 있고 초월 된 존재나 깊이 숨어 있는 나, 이성 등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남규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는 고독 속에서 누군가를 향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고 그것이 삼라만상 특히 꽃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보아 여성이거나 생명이거나 여성으로 의인화된 초월 된 존재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적 에스프리는 어떤 때는 장대하거나 어떤 때는 한없이 세밀하고 부드러운 어조를 띄고 있다. 어쨌든 그의 시에서 ‘누구’는 그가 시를 쓰는 이유이다.
소슬바람이 살며시 지나갑니다
아스팔트 길 위를 힘없이 구르는 낙엽
신작로 갓길 감나무 앙상한 가지
몇 개 안 남은 이파리 살랑대는 소리
누가 날 부르나
휘돌아 보았습니다
조용히 흔들리는 가을 품은 길섶 갈대
이름 모를 풀꽃 몇 송이에
포근히 내려앉은 가녀린 석양빛
작은 벌 마지막 꿀 수집에 바쁜 날갯짓
누가 날, 부르나
휘돌아 보았습니다
몇 걸음 걷던 난 아무래도
누가 날, 부르나
또
휘돌아 보았습니다.
- 「누가 날, 부르나」 전문
시의 제목에서와 같이 시인은 길을 가다가 문득 바람 소리에 누가 자신을 부른다고 착각 속으로 빠져들어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게 된다. 길바닥에 떨어져 바람에 뒹굴며 스쳐 가는 메마른 낙엽의 소리와 앙상한 감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이파리가 바람에 쓸리는 소리에 시인의 귀는 머문다. 청각의 이미지가 강한 이 시는 읽는 이들로 하여 바람 소리, 낙엽, 앙상한 나뭇가지, 그 위에 펼쳐진 하늘, 그 아래로는 길을 가는 사람인 시인이 있다.
이 가을의 길은 바로 시인의 인생길이며 그 길은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 있는 길일 것이다. 이 길에서 시인은 생명의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바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전해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만 독자들은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낙엽과 서리를 맞아 곧 떨어질 듯한 얼마 남지 않은 이파리, 즉 마지막 잎새에 시선이 갈 것이다.
이것은 그의 인생이 이제 조락의 때라는 것이다. 생물학적 인간은 출생에서 죽음으로 가는 것이 정해진 이치이며 인간의 본질이자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임을 바람에 뒹구는 낙엽 소리는 시인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러므로 가던 길을 잠시나마 멈추고 귀 기울이고 뒤를 돌아보게 한다. 즉, 자신의 지나온 인생길을 반추하는 것이다. 이남규 시인의 시 세계는 이렇게 반추하는 시간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거기에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착각에 시인은 빠진다.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져가는 듯한 인생의 가을에 그는 지나온 인생길을 반추하는 것이다. 과거의 누군가가 자신을 부를 수도 있다. 더 구체적으로 ‘누구’의 정체에 관해 쓴 시「누구신가요?」를 보자.
밤이 깊어 갑니다
아무도 오지 않고 보이지 않아도
바람 소리 맴돌고
고요한 함성이 밀려옵니다
은모래 바닷가 잔잔한 파도 타고
나도 몰래 살며시
그리움만 사르르 뿌리고 가는
하얀 물결 같은 누군가 있습니다
메아리 없어도 향기 없어도
보일 듯 보일 듯
아련한 꿈속 아지랑이 되어
밤처럼 깊어 오는 누군가 있습니다
- 「누구신가요?」 전문
「누가 날, 부르나」가 낮이라면 「누구신가요?」는 밤이 배경이다. “고요한 함성”, “하얀 물결” 되어 누군가 온다고 한다. 「누가 날, 부르나」가 길 위의 풍경이라면 이 시는 밤바다의 풍경이다. 낮의 길과 밤의 바다, 길은 대지에 나 있는 것이고 바다는 대지를 품는 것이다. 바다와 뭍은 서로 원래 한 몸이었다. 태초에 궁창이 있었고 그 궁창은 바다였다. 거기에서 물이 한쪽으로 몰려가 드러난 곳이 대지였고 뭍이었다. 이남규 시인을 부르는 존재는 단순히 여인이 아니다. 대지와 바다는 모두 생명의 여성 이미지이다. 태초의 생명과 우주의 시원이었던 시절의 여성, 모성이 이남규 시인을 부른다. 그 존재는 길과 바다를 통하여 그를 부르고 있고 그는 생명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의 시를 단순히 감성시나 연시로 해석해 버리면 크나큰 오류를 만나게 된다. 쓰여진 시의 행간을 뛰어넘어서 그 시를 해석하는 것, 그 시의 언어에 갇혀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넘은 세계를 해석하는 것, 그를 부르는 소리는 분명히 그가 말하듯 향내도 귀에 소리로 들리는 메아리도 아닌 소리인 것이다. 이 소리는 무언가 삼차원의 소리가 아니라 사차원의 소리이며 그것은 인간의 청각으로서가 아니라 사차원인 마음과 정신에서 울리는 소리인 것이다.
사차원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세계이고 시인의 눈과 귀 등의 감각기관은 거기에 가 있어야 보이지 않는 세계를 희망하는 것이다. 그 누군가는 밤처럼 깊은 존재이며 복수 사람들이 외치는 함성이기도 하고 “그리움만 사르르 뿌리고 가는” 단수의 누군가이기도 하다. 전술한 두 편의 시는 이남규 시인의 ‘누군가’를 해명하는 데에 있어 서로 콘트라스트를 이루고 있고 별개의 다른 시가 아니라 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상보적이거나 소통하고 있는 시이다. 그래서 이 두 시는 이남규 시인의 세계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시라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인간이 소리 지르거나 속삭이거나 침묵하는 이것을 자연물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시를 읽어봐야 하고 시의 언어를 넘어서 사유해야 한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이런 어려움이 있음에도 그것을 잘 읽었을 때 시인은 자신의 언어를 넘어 사차원의 예술 세계로 인도하여 준다. 다음으로 이 두 편의 시와 연관이 깊은 「당신이십니까?」를 보자.
바람도 없습니다물결도 없습니다소리도 없습니다끝도 없이 수평선에 펼쳐진 하늘안개 속을 비춰오는 은은한 햇빛솜털 같은 포근함에 넘나든 시공시간도 어디에 쉬어 가는가조용히 합장한 나의 기도는대지를 흐르는 작은 메아리무슨 일일까요무슨 일인가요생각도 멈추고 상상도 멈추네누군가 살며시 부르는 소리당신이십니까?당신께서 부르십니까?
- 「당신이십니까?」 전문
필자는 이 시에서 이남규 시인이 반복하여 말하는 ‘누군가’의 정체를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이 시의 제1연에는 전술한 두 편의 시에서 표현된 바람, 소리, 물결도 없다. 아주 극단적인 고독과 침묵만이 존재한다. 왜 이런 전제를 그는 제1연에서 말해야 했을까? 그 이유는 나의 기도를 불러오고 그 기도 속의 완전한 내적 고요, 그 자체가 절대자이자 초월된 존재를 불러오기 위해서임을 알았다. 그의 시는 이런 면에서 어떤 때는 단호하면서도 세밀하면서도 웅숭깊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언뜻 그의 시를 잘못 해석하면 연시로 치부해 버릴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그의 시를 잘못 읽어낸 것임을 이 시에서 알 수 있다.
시인의 기도는 “대지를 흐르는 작은 메아리”라고 하였듯이 대지에 울려 퍼지는 작은 메아리가 되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이 무심의 세계, 무아의 경지는 기도였다. 그가 독자들에게 이끌어주는 경지는 바로 완전한 내적 고요와 더불어 임재하는 절대자인데 부처일 수도 하느님일 수도 그가 사랑하는 조국과 사람들, 연인이거나 삼라만상일 수도 있다.
그는 그 속에서 절대자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당신이십니까?/ 당신께서 부르십니까?”라고 반복하여 되물어 보는 것은 바로 당신이 나를 부르고 계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이 당신은 분명히 바람도 물결도 소리도 없는 곳에서 계시는 존재이며 시공을 초월하는 곳에서 계신 존재이며 고요한 가운데서 완전한 단독자가 된 나를 부르는 절대적 존재의 초대인 것이다.
어쩌면 이남규 시인의 지난 삶은 이 절대적 존재의 부르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달려온 시간이었고 과거였다면 이제는 이 초대에 응답하여야 할 것이다. 아니 이미 시인은 이 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이 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 부르심의 시간을 반추하는 의미에서 시가 나온 것이다. 그 과정을 언어로 표현한 것은 이미 부르셨고 부르심에 응답했고 그 기꺼운 초대에 대해 이제야 돌아보면서 시의 언어에 담아서 표현하여 독자들과 소통과 공유를 하고 싶은 자신의 님이었던 것이다. 그 님은 그에게 가장 고독할 때 시공간이 초월 되는 완전한 고요 속에서 지상에서 가장 내밀하게 진행 되어왔던 기도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하는 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그는 긴긴 인고의 시간을 거쳐왔음을 시「낙수」를 통해 말한다.
백일홍 붉은 자태에
눈이 시린 물방울이
처마 끝 붙들고
대롱대롱 버티다가
오는 바람 핑계 삼아
모르는 척 떨어지네
- 「낙수」 전문
“처마 끝 붙들고/ 대롱대롱 버티다가/ 오는 바람 핑계 삼아/모르는 척 떨어지네”, 백일홍 꽃잎에 구르는 한 방울 물방울은 시인 자신을 작은 존재라 여긴 것일까? 이 작은 물방울은 오로지 바람에 의하여 굴어, 떨어지듯이 생명의 근원인 바람은 절대자를 상징하고 그 존재에 의해 땅에 떨어져 물방울은 온 데, 간 데, 없이 자취조차 사라져 갈 것이다. 크신 님에 비하면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는 “처마 끝 붙들고/ 대롱대롱 버티”면서 긴 인생길을 살아온 존재일 것이다. 그것이 곧 시인 자신임을 간파한 이 시는 그의 인생길이 여느 사람들의 그것과 같이 인고의 길이었지만 그 끝에서 바람의 힘에 의해 떨어지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그런 시인은 「페르소나-가면극」에서 내 안의 나를 바라보는 존재였다.
얼굴이 붉어지면
열이 나거나
화가 나거나
부끄럽거나
창피하거나
술에 취했거나
얼굴이 안 붉어지면
열이 없거나
화가 안 났거나
부끄럽지 않거나
창피하지 않거나
술이 안 취했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사람이 아님 짐승이거나
- 「페르소나 - 가면극」 전문
사람과 짐승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감정의 있고, 없고에서 오는 것으로 짐승은 이 감정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이 두 감정도 없으면 사람이 아닌 짐승이라는 인식은 바로 사람이기에 이 두 감정을 지닌다는 의미로 인간의 수라(修羅)적 성격을 말하는 부분이다.
성냄, 안으로부터의 부끄러움. 밖으로부터의 창피, 술 취함, 이런 것들은 인간의 수라적 성격이라고 한다면 인간에게 가면은 은폐 된 진실이다. 은폐된 진실을 절대자의 빛으로 밝히는 것은 어둠과 죄에서 해방되고 구원되는 것이며 인간 구도의 목적이다. 그러나 짐승은 이런 가면이 없다. 인간의 가면을 벗는 것은 가아假我인 ‘나’가 진아眞我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 참된 나는 무아의 경지로 들어간다.
오르고 또 오르라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그대 두 팔을 높이 쳐들고
발끝까지 치켜세우라
온 힘을 다하여
그대 혼과 영을 다 뿜어 올리라
세상의 온갖 모습들이
그대 눈앞을 가로막고
세상의 온갖 사연들이
그대 가슴을 흔들지라도
창공의 푸름만 의식하며
홀로 빛나는 자신만을 응시하라
검푸른 파도가 산산조각 흩어지고
세상을 뒤흔드는 태풍이 몰려와도
시뻘건 용암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발밑 땅덩이가 금이 가고 무너져도
홀로 빛나는 자신만을 응시하라
영롱함 가득한 세계
맑고 투명한 빛 잔잔히 비추며
철철 넘치는 황홀함이 온몸을 휘감고
빛과 그대가 하나 되는
무아의 세상을 보리니
오!
아름다움과 신비가
오직 그대를 위해 기다리노니
- 「무아無我」 전문
무아의 경지에 대한 예찬의 시라고 할 수 있는 이 시는 “창공의 푸름만 의식하며/ 홀로 빛나는 자신만을 응시하라”는 정언 같은 어조에 가득 차 있고 눈을 들어 나무처럼 하늘을 우러르고 마음은 끊임없이 자신 내면을 성찰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아無我는 진아이며 가아의 가면을 버린 상태가 아닐까? 「소리 없는 울부짖음」에는 이러한 기도의 시간을 쌓아 올린 사람의 내적 에너지가 폭발하여 분출하는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시적 감정의 절정을 토해내고 있다.
하늘은 검고 별빛도 없구나
바다도 잠들었나, 파도도 너울을 멈추었네
바람도 지쳤어라
벌레 소리마저 끊기었구나
천지가 침묵으로 숨소리도 안 들리고
가슴속 심장마저 두려움에
고동침을 조심하니
들숨 날숨마저 끊일 듯이 이어지네
세상이 멈춰버린 듯한 이 시간이여
누구를 위한 고요인가!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무거운 침묵은
누구를 부르는 소리 없는 절규인가!
천만 근처럼 짓누르는 이 기운은
무엇을 부르는 누구의 노래인가!
멈춰 선 듯 토해내는 신음 같은 날숨소리
이 소리 없는 부르짖음은 또 누구의 한숨인가!
난 벗어나고 싶다, 뛰쳐나가고 싶다
이 고요에서 이 서글픈 침묵에서
광야를 달리는 야수가 되어 창공을 나는 새가 되어
모든 것 뿌리치고 목청껏 울어버리고 싶다
- 「소리 없는 울부짖음」 전문
완전한 고요와 침묵은 이 시의 화자를 폭발하게도 한다. 이러한 숨이 막히는 고요와 침묵으로부터 ‘나’는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나’는 이 고요와 침묵에 잠겨있다. 잠겨있기에 시가 나왔다. 시는 침묵과 고요 속에서 “누구를 부르는 소리 없는 절규”이다. 시인은 침묵과 고요 속에서 절대자가 자기를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의 오랜 기도가 얼마나 깊었으면 그는 이 소리를 알아들었겠는가.
이남규 시의 매력이라면 이와 같은 깊은 침묵과 고요를 길어내어 독자들에게 그 안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소란스러운 세상에 시인은 가장 작은 존재로서 가장 내밀하게 가장 고요하게 가장 부드럽게 침묵과 고요를 길어낸다. 그가 길어낸 침묵과 고요는 독자들을 부르는 소리 없는 절규가 된다. 그 절규는 때로는 맑은 물방울이거나 동심을 간직한 어린아이 이거나 이제 곧 떨어질 마지막 잎새이거나 눈빛이 아름다운 사랑스런 여인이거나 저 멀리 수평선 위에 가만히 기대고 싶은 어머니 품 같은 하늘일 것이다. 거기에는 멈춘 시간과 한없이 열리는 존재의 내밀한 빛과 함께 자유와 해방이 생명의 에너지가 되어 넘실대는 바다일 수도 있고 달려가도 달려가도 끝없이 푸른 초원일 것이리라. 끝으로 이남규 시인의 시집 상제를 축하드리며 문운이 창대하시기를 기원을 드립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남규
아호 : 수월水月전남 영광군 거주전남 완도군 출생동강대학교 졸업로컬세계 선임기자(현) (사)문학그룹샘문 부이사장 (사)샘문그룹문인협회 부이사장(사)샘문학(구,샘터문학) 부회장(사)한용운문학 편집위원(주)한국문학 편집위원대한시문학협회 회원공무원문학 회원완도문학 회원샘문시선 회원<수상>2024 한용운문학상 중견 특별창작상2023 샘문뉴스 신춘문예 시 당선2023 샘문뉴스 신춘문예 수필 당선 2023 샘문학 샘문학상 시 등단2023 샘문학 샘문학상 수필 등단2025 한국문학상 선정작모산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공저>불의 詩 님의 침묵<한용운문학시선집/샘문>호모 노마드투스김동리 각문刻文<한국문학시선집/샘문>태초의 새벽처럼 아름다운 사랑<컨버전스시선집/샘문시선>
목차
여는 글 _ 바람의 연서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시인 이남규/ 4
서문 _ 집념의 파문이 바람에게 보내는 연서戀書... 이정록 교수/ 7
평설 _ 바람의 연서에 나타난 ‘누군가’... 심종숙 문학박사/ 12
제1부 : 가슴에 내리는 비
꽃길 / 28
개나리꽃 / 29
나비 타고 오신 님 / 30
봄 / 31
갯벌의 저녁 / 32
봄비 / 33
봄의 화신 / 34
내 사랑 For Ever / 35
어화, 봄바람 / 36
매화 연가 / 37
벚꽃 연가 / 38
함박꽃 / 39
분홍빛 열정 / 40
백장미 / 41
바람의 연서 / 42
매미의 사랑 / 43
봄 처녀 / 44
붓꽃 / 45
인연 / 46
큐피트 화살 / 47
가시 꽃 인연 / 48
제2부 : 내 마음의 조약돌
라일락꽃의 추억 / 50
나비와 포플러 / 51
가슴에 내리는 비 / 52
황혼 / 53
그때 그 시절 / 54
찔레꽃 어머니 / 55
얘야, 오지 마라 / 56
할미꽃 사랑 / 58
고구마의 가을 / 59
갯벌 / 60
나의 찬미讚美 / 61
내 마음의 조약돌 / 62
늦가을 무화과 / 63
내일을 당겨오면 / 64
누가 날, 부르나 / 65
그때는 몰랐습니다 / 66
누구신가요? / 67
당신이십니까? / 68
가을 향 / 69
가을이 오면 / 70
가을 여행 / 71
돌담 설화說話 / 72
눈 / 74
들국화 / 75
낙수 / 76
연정緣情 / 77
장다리꽃 소원 / 78
연민 / 80
제3부 : 밤비는 울고
그리움 / 82
낙조落照 / 83
그대 곁에 / 84
만남 / 85
그냥 가게 놔두세요 / 86
그때가 언제였을까 / 87
무지개 선물 / 88
어느 밤하늘 / 89
물안개 / 90
두견 소리 / 91
인생무상 / 92
밤비는 울고 / 93
바다 소식 / 94
황톳바람 / 96
바람 소리 / 97
안녕히 잘 가시게 친구 / 98
설날의 여운 / 100
문상 / 101
안녕 / 102
당신과 나의 세월 / 103
무아無我 / 104
그림자 / 106
회심回心 / 107
무상無常 / 108
흐르는 내재율 / 109
유정만리有情萬里 / 110
친구여 / 112
이제야 압니다 / 113
하늘이시여! / 114
제4부 : 창문 밖 세상
여기는 나의 조국 / 116
3.1절 한 백년 / 117
소리 없는 울부짖음 / 118
세류世流에 홀린 몸 / 119
시간 / 120
페르소나 / 122
가장 귀한 날 / 123
창업 / 124
점빵 카페 / 126
빨간색 마법 / 127
잔디밭 그 향기 / 128
은하 나그네 / 130
은하의 나라 / 131
득도得道 / 132
도道 / 133
어느 크리스마스 / 134
지금, 이 시간 / 136
창문 밖 세상 / 137
청포도 / 138
청산도 연가 / 139
마량 까막섬 / 140
마량 놀토 선창 / 141
완도의 노래 / 142
청해진이여 완도여 / 144
우리 함께 가요 / 145
시골 버스 / 146
향수鄕愁 / 148
천하무정天下無情 / 149